외국에서 사는 낙(樂)이 있다면, 주말과 주일에 벗 삼아 놀 수 있는 넓게 수놓은 듯한 잔디들과 그 위에 펼쳐지는 각종 풍물(風物)거리들로 눈에 즐거움을 주고 다양한 볼거리로 또 다른 문화에서 오는 색다른 흥미 유발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외국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특권(特權)일 것입니다.
다음달에 있을 가라테 큰 시합을 위해 2시간 가량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관계로 그냥 집 아닌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같이 간 곳이, 케이프타운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고 케이프타운 전경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이곳, Rhodes Memorial 에서는 관광객도 많이 찾는 명소(名所)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산장(山莊) 까페 같은 운치 있는 분위기에서 차와 와인을 마시면서 케이프타운의 전경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이 명소(名所)는 작지만 근교(近郊)에서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또는 피로연으로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예쁘게 꽃 단장한 신부들이 아름다운 꽃을 들며… 다소곳하게 반기는 그들의 미소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차 한잔보다는 그래… 이 아름다운 장면을 놓칠쏘냐며… 웨딩사에서 나온 양 양해를 구하며 한 아시아인의 관광객으로 예쁘게 봐주는 그들은 마음도 더욱 예뻐 보였습니다. “행복하세요!!!” 라며 인사도 잊지 않고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남아공 결혼과 자녀에 대한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0여년간 지속되어져 온 식민지 생활과 억눌러 져 온 생활들이 이제는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뜯어 고치려는 현대판의 정치 변화를 안 밖으로 여러 면에서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옛 법규들은 내 던져지고 그들이 사수하며 추구하던 방식을 학교에서나 관공서 기관에서나 잠식되어져 온 그들이 찾고자 하던 목마름의 관습들을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변화는 여럿 군데에서 그 양상을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한 면에서 남아공 흑인들의 결혼관(結婚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직까지도 백인들 세계에서는 보수적이고 정통(正統)을 강조하는 결혼관을 고수하며 혼전 섹스를 허락 하지 않고 혼외 자식을 가문(家門)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웨딩, 혼례를 고수하는 백인들의 결혼식 뒷 면에는 아프리카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칼라들의 화려한 웨딩 문화’, 흑인들의 결혼관과 결혼식이 있습니다.
오늘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람들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그들의 결혼관은 아직 미성숙 된 사고방식을 생활 곳곳에서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감, 부양의 의무감은 어느 문화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혼이나 한 부모 가정, 혼전 성관계, 혼외 자식 등을 바라보는 견해는 문화마다 많은 차이를 줍니다. 혼전섹스와 혼외자식, 싱글맘 가정이 많은 남아공에서는 토속적인 그들 문화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골과 도시의 차이가 또 다른 문화를 낳고 있는데 이주 노동자가 많은 아프리카 인들은 대개 일년에 한 두 번만 고향에 갈 수 있습니다. 한국이야 땅덩어리가 좁기도 하고 하루에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편리한 통근용 기차덕분에 주말 부부로 정상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땅덩어리만 넓은 아프리카에서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교통시설 때문에 주말부부는 꿈도 못꾸고 현지처를 따로 두고 살아도 부족 결혼 관습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흑인들이 대도시로 나가서 일을 하기 때문에 가정의 도덕성은 무너지고 법적 제재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만의 사회가 되버린 듯 합니다.
남아공에서는 혼전 출산이 금기 사항도 아닙니다. 아프리카인의 사고방식에는 많은 자식들이 미래의 생계 보장과 소득 창출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혼전에 임신 능력을 테스트 해보는 것은 남자들의 특권(?)이 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혼을 하고 같이 산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여성을 임신시킨 뒤 양육의 책임들 때문에 도망을 가는 사례가 많다는 것입니다.
미용실 보조로 일하는 한 흑인 여성이 있습니다. 나이가 32세 밖에 되지 않았지만 40세로도 족히 보이는 이 여성은 자녀 세 명을 양육하기 위한 월 50만원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충당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정부에서 미혼모(未婚母)에게 또는 편모(偏母)에게 지원비가 그나마 그들이 살아 갈수 있는 생계의 희망줄이 되고 있습니다. 흑인 빈민가에서는 아빠가 필요한 시기에는 도망갔다가 애들이 장성한 16세 전후가 되면 아비라는 이유로 돌아오는 경우를 봅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편모, 미혼모의 보조를 받도록 하고 그 기간에 도망을 가는 것입니다. 천륜이라는 이유와 함께 아이가 돈 벌 나이가 되었을 때 슬그머니 찾아 오는 그들을 보면 참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런 아빠를 받아 들이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아빠라는데.. 어떡해요..”라며 크고 순진한 눈망울을 굴리는 무기력한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돈 벌어 오라고 큰 마을과 도시로 등 떠밀려 나온 젊은 시골 여성들 중 상당수는 이 나라 성교육 부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컬리처’라는 시골의 흑인마을에는 한 가정에서 학교를 가지 않는 애들 대여섯 명을 노인이 홀로 돌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부양의 책임을 지지 않고 출산한 아이들은 할머니가 있는 시골에 보내버린 경우가 태반인 것입니다.
“우리 딸은 돈을 많이 벌어 와요”라며 자랑하는 한 노인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애들 아빠가 없어요, 엄마가 일 갔어요..” 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남아공의 현실입니다.
한 샵에서, 임신한 젊은 칼라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너 결혼했냐?” 라는 질문을 던지 역시나 “하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그럼, 왜 임신을 했느냐? “는 질문에는 피식 웃는 그들의 웃음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남아공에는 미혼모를 위한 시설이 드물기도 하지만, 대도시나 광산으로 일하러 간 남편한테 버림받은 시골아내들로 인해 편모 가정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남편의 뒷바라지며 온갖 집안일까지 떠 맡기는 남성우월적 사고에 질려 차라리 싱글맘의 길을 선택하는 도시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 은행 임원과 친분이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지금 그 흑인 여성은 다른 지점에 전근과 동시에 지점장으로 승진하였습니다. 이 지점장은 결혼했지만 남편이 양육엔 무책임하고 남성적인 우월 사고방식만 갖고 있는 것에 질려 이혼했다고 합니다. 혼자 사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고 편안하다면서 말입니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이혼율이 높기로 유명하며 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일부다처제가 인정이 되는 줄루족 인 제이콥 주마 대통령(68세) 경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체 문화를 대표적으로 잘 보여 주는 실례일 것입니다.
2010년 1월4일에 생애 다섯 번째로 토베카 마니바(39)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미 여섯 번째 결혼도 준비 중이라는 “선데이타임스”를 인용한 AFP통신 보도도 있습니다. 한번의 이혼과 한번의 사별, 알려지지 않은 부인만도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있다는군요.
1997년에 임신중절법이 발효되면서 낙태가 합법화된 상태이고 임신 12주 미만 여성에게는 낙태가 허용되지만 임신 20주를 넘긴 경우엔 태아에게 심각한 장애가 발견되었거나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불가피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에 한한다고 합니다.
이런 문화를 지켜보면서 일부일처제인 대한민국이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씁쓸한(?)안도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