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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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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49)

사랑하는 나의 생명에게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2-03-17 (목) 22:20:05

사랑하는 나의 생명에게



 

***보고싶은 당신에게

19일 날 서울 다녀 왔어요. 당신에게 못 들리고 와서 얼마나 한이 되는지.

단지 1시간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하더래도 갈 것을 그냥 와서 가슴을 치고 있어요. 토요일 5시간 수업하고 김천 가서 2시간 기다려 서울가는 차를 타고 서울 내리니 밤 8시예요. 거기서 또 한시간 넘게 버스 타고 오빠 집에 가니 녹초가 되고 온몸이 쑤시고 아팠어요.

 

다음 날 전시장 갔다가 3시쯤 식구들이 다 대구 간다기에 같이 와 버렸어요.

월요일 출근 안하면 난리 날거고 울면서 돌아 왔어요. 제 심정 아시죠?

 

언니 전시회는 대성공이래요. 유명한 화가들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근래에 보

기 드믄 좋은 작품이라 했어요. 주요 일간지에 기사가 다 나가고 월간미술지

에도 평이 실린대요.

 

이 학교는 여학교라 경쟁의식이 굉장해요. 환경정리 심사에도 선생들이 더 설

치고 체육대회 할 때도 얼마나 열을 내어 연습을 시키는지. 환경심사는 전교 2등을 했는데 체육대회 예선전에는 모조리 탈락했어요.

 

어제 저녁에는 회식을 했는데 신임 선생을 위한 자리라고 해놓고 한 사람씩 잘

못된 점을 꼬집는 겁주는 자리였어요. 미리 애들에게 다 물어 와서. 다들 지적당했는데 저만 노련하고 만족스런 수업을 하고 있대나 칭찬인지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차분한 여고생이라 무슨 이야기를 하면 쏙쏙 다 받아 들이는 표정이고 해서 중학교 남자애들 보다 쉬워요. 첫째 산만하지 않아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어 피곤하지가 않고 내가 여고생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관심사가 뭐라는 걸 훤히 아니 수업을 진지하고 재미있게 끌어나가는 게 쉽지요. 내 학생이 아니라 좋은 친구들 공부 좀 도와준다 생각해요.

 

날씨가 다시 추워져서 당신은 오들오들 떨겠군요. 그래도 그 추운 겨울도 무사

히 넘겼으니 당신은 이제 어려운 고비를 다 넘긴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올런지 그 누구도 예측은 못하겠지만 말예요. 편지 주세요.

1977324일 노야.

 

 

----사랑하는 나의 생명에게

매일 매일 새로운 기다림으로 당신의 소식을 기다려도 언제나 허탕을 치고

돌아올 때는 씁쓰레한 기분을 억제치 못하고 한잔 막걸리로 달래면서 돌아오

곤 하오. 노야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하고 다시 전하오.

 

내 편지는 여러 통 받았으리라 믿소. 혹 병이나 나지 않았는지 걱정되오. 나는 건강하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소. 며칠동안 생각이 막혀서 아무와도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갑갑함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오늘 새벽에 문득 느꼈다오.

 

내가 하고 있는 생각 回鄕이란 것은 바로 인간의 구원에 관한 문제이오.

 

이제부터는 속도가 나리라 생각하오. 갑갑하고 미칠 듯 하면 오직 유일한 위

안은 사랑스러운 당신의 편지를 받는 일이오. 그래서 요 며칠 간은 더욱 당신 소식이 그리웠다오. 봄이 다시 찾아 와 이곳 들과 산에 푸른 빛이 생기를 뿜어가고 있소. 언제나 당신 곁에 있으며 세상에서 당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고 생활이 주는 괴로움과 짜증을 이겨내기 바라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 살좀 찌고 아프지 말고. 건강을 바탕으로 우리 둘 삶의 즐거움을 더욱 즐기려 하는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만 더욱 높은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오. 내가 살쩌라 살쩌라 해서 당신은 살쩠소.

 

정말 돌부처도 감동할 지성으로 당신은 30Kg 대에서 40Kg대로 비약하지 않

았소? 그것은 건강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진할 수 있기 때문이오. 이제 더욱

더 건강해지시리라 믿소.

 

노야, 미래는 우리 앞에 열려있소. 넓은 마음과 여유로 편안하고 안락한 심정

으로 매일매일 열심히 지내기 바라오. 그리고 영양가있는 것 많이 해먹기 바

라오. 노야의 몸이 나를 못 따라오면 더 이상의 전진에 커다란 장애를 초래하

는 것이니 밥 먹기 귀찮으면 나를 생각하오. 나를, 나의 정성을 배반치 않도록 말이오. 알았지?

 

내 사랑 몇달 후에 더욱 건강해진 당신의 모습을 나에게 자랑하기 바라오.

197743일 승효.

 

 

***그리운 당신

오늘은 아침부터 당신 생각으로 지옥같은 날입니다.

오신다는 말씀이 없어 저는 맥빠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편지도 쓰기 싫어요.

 

당신 본 지도 두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늬 때 같으면

지금 쯤 올 날을 기다릴텐데 말예요.

제발 한번 와 주세요.

197747일 노야.

 

 

***사랑하는 나의 님

오늘은 굉장히 추웠어요. 눈도 흩날리고. 당신도 오들오들 덜고 있겠죠.

수업을 5분씩 줄여서 가정방문 가라는 걸 집으로 와서 아랫목 이불 속으로

쏙 들어 왔어요. 오늘 같은 날 당신도 따뜻한 방이 몹시 생각나고 노야가 무척 그립겠지요. 오세요

 

바람에 문이 덜컥거리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요. 당신이 문을 쓱 열고 들어서지나 않을까 하고요.

 

저는 요새 몸이 좀 마른 것 같아요. 당신 때문이예요. 빨리 와서 절 웃겨서

깔깔 웃게 해줘요. 저는 당신 말대로 인고의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난 내조 같

은 건 몰라. 아예 제게서 내조 같은 거 바래지도 말고 생각지도 말아요.

그걸 이유로 날 내팽개쳐 두는 건 참을 수 없어요.

1977410일 노야

 

 

---사랑하는 악마에게

몸이 마른 것 같다니 도대체 요즈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소? 망상은 정신에도 몸에도 해롭소. 나도 망상을 하다가 요즘에야 명정을 다시 찾았소. 그러니 몸도 마음도 맑아지고 노야도 더욱 보고싶어 지기도 하오.

 

노야와는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아니한다는 다짐을 하오. 그리고 무슨 일이나 몸

이 가장 근원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운동을 해서 가슴도 목도 옛날과 현저한 차이로 강해졌소.

 

5월 말 경에 가리다. 내조는 바라지도 않지만 나의 짝 반려에게 내 자신이 실패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에게 너무 참혹한 느낌이오. 노야가 건강을 잃는 것

은 내게는 실패요 큰 상처요.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나에게서 나의 思想에서 내려진 생활 자세를 흔들리게 할

수 없을 만치 당신의 나는 성장했소. 정말 눈물과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거요.

이제 노야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눌 날이 멀지 않았소.

 

下邱 하겠으니 그때까지 푹 자고 많이 먹고 꾸준히 운동하오. 나를 기쁘게 하지 않고 도대체 누구를 위할거요. 인생은 너무 짧은 듯 하오. 그러니 열심히

가야 하오.

 

노야를 볼 때마다 나는 아기를 가지지 않고 싶은 생각이 점점 깊어 가오. 아기

는 당신 하나 만으로도 등골이 빠질 지경이니까. 아마 당신 닮은 놈이 하나만

더 있으면 나는 아마 돌아 버리겠지. 그건 그만치 당신을 사랑한다는 증거이겠

지만. 오늘 이만 안녕.

1977412일 승효

 

 

***당신에게

저는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고 부지런히 해먹어서 아주 양호한 상태입니다.

오늘도 당신은 저의 숨을 죄게하는 기대를 깡그리 짓밟아 버렸어요. 자꾸 불

길한 생각이 들고 초조해져서 견딜 수가 없어요.

 

신경이 예민해져서 벌레 소리에도 발딱발딱 일어나 지고 가슴은 쿵쿵거려요.

정말 생사를 알 수 없군요. 살아 있으면 어디에 있다고 말해 줘야지요. 날 더

러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 거예요.

 

혹 이 편지 보거든 전보라도 하나 즉시 보내줘요. 미치겠어요.

1977420일 노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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