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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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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48)

태양보다 더 타는 사랑을 하는 남자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2-02-19 (토) 16:56:55


태양보다 더 타는 사랑을 하는 남자

 

 

****사랑하는 당신

좀 전에 중학교에 가서 당신 편지를 찾아 왔어요. 아침에 같이 나서자니까 말

안 듣더니 고생했더군요. 하루종일 굶지나 않았는지요. 저는 228일날 여고

로 옮겨 왔어요. 교직원이 다 합쳐 스무 명이고 여선생은 저까지 4명입니다.

 

형님 편지는 잘 읽었고 제가 보낸 편지에 답장하시는 거 받아보고 편지할까

해요. 화엄사 스님께는 편지 보냈어요. 당신과 저의 생애에 지금이 가장 중요

한 시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요

 

조금도 제 염려는 말고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오늘 입학식을 했어요. 수업은 1, 2학년 다 합쳐서 일주일에 28시간이고 50분 수업이니 중학교보다

좀 더 고되리라 생각합니다. 잘 해 나갈께요.

197733일 노야.

 

 

----노야!

왜 그리 소식이 없는고? 집에서도 당신에게서도 소식이 없어 답답하구려.

당신은 위스키같은 여자라 활활 타오르다가 곧 잊어 버리거든. 학교는 옮겼는

지 새 학교는 어떤지. 집에 서류문제를 부탁했는데 자식 잔걱정은 많이 해도 일에는 무관심 하단 말이야. 나는 그런 애비가 안 될거다.

 

각설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언젠가 세상을 움직일 거라는 확신이 섰고 잘 되어가고 있소.

 

노얀 늙지 말고 언제나 싱그럽고 멋쟁이 여자가 되어주오. 체조도 매일 해서 언제나 건강한 몸을 지니도록 하오. 모든 것은 노력과 땀 없이는 이루어 지지 않는다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끝나면 넓은 세계로 노야와 놀러 다닐 생각이니 건강하

고 살 많이 찌길 바라오. 나는 언제나 노야를 보면 황홀해서 정신을 잃는 사

람이 아니오. 그러니 나에게 더 혼을 뺏어 갈 그런 나의 님이 되어 주오.

 

당신을 사랑하오. 나는 기어이 나의 목표를 이루고 말거요. 추운 날 코가 얼도

록 삼매에 빠지고 있소. 이제 봄이 오고 들에 푸른 빛이 다시 오면 한결 수월

해 지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부풀어 오르오.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체조를 하시오. 그것도 버릇이 되면 조금도 힘들지 않고 즐거울거요. 나는 명상의 시간이 없다면 이곳에서 견디지 못 했을거요. 여하튼 내가 바라는 바대로 당신을 만들거요.

 

언제나 태양보다도 더 타는 사랑을 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신 생각에 글이 난필이오, 안녕 나의 사랑, 나의 여자. 소식 주오.

197736일 승효.

 

 

***그리운 당신!

토요일이라 마당에 더러운 거 다 내다가 팔 걷어 붙이고 신나게 씻고 있다가

대문께로 눈을 돌리니 웬 꽃봉투가 하나 누워 있네요. 막 웃었어요.

 

이제 겨울은 다 갔겠지요? 봄이 왔어요. 이 좋은 계절 학교서 썩고 있어요.

디 간다 해도 재미있을 데는 없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자꾸 뛰쳐 나가고 싶어요. 당신에게 가서 매달리고 싶어요.

 

같이 로맨틱한 영화도 보고싶고 당신은 그랬죠, “노야 니 극장집 딸래미가 되

서 키스 잘하는구나 나는 덜덜 떨었는데.” ! 하긴 7살 때부터 키스하는거

무지 많이 봤으니. 자기 하고 극장가는 것도 아부지 한테 들킬까봐 조마조마

해서 죽을 번 했는데 친구 선배 후배 다 델꼬 와서 미치겠더라고요.

 

한번은 화가 나서 쫑알거리니까 "노야 니가 딱 2초만 쪽팔리면 우리가 2시간

은 신나게 즐기잖아, 봐도 잉?"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약해져서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하고

 

동성로, 사람들이 무지 붐비는 어느 주말 내가 느닷없이 꼼짝않고 서서 업어

달라 그랬지요. 기가 막혀 쳐다 보더니 장난기가 동해 당신은 그랬지요.

좋아! 챙피하다고 내려 달라 암만 그래도 안 내려 줄끼다. 누가 오래 버티나 보자!”

 

업혀서 히히 웃으며 번화한 거리를 가는데 마침 저어기 당신 친구들 한 무리

가 보고 있다가, “에헤, 저 물건들 좀 봐라그랬다지요

 

그 거리에 한 시간만 서 있으면 당신 친구 내 친구 다 만나게 됩니다. 데이트비 없으면 코너에 잠깐만 서 있으면서 당신은 지나가는 친구들에게 니 동전 좀 있나?” 하며 주머니를 뒤지게 만들어 삥땅해 가지고 짜장면도 사먹고 동화사, 하양, 반야월 같은 교외로 나가서는 작은 풀밭이나 숲속 우리 몸뚱이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 끌안고. 어떨 때는 그 동네 할배가 지나 가다가 "이것들 여서 뭐하노?"하셨지요 (하하하!)

 

그때 돈 뜯겼던 당신 친구들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 미안해라!

 

수성못, 버스로 꾸불꾸불 덜커덩 달커덩 달려 가서 칼바람 부는 캄캄한 겨울

, 달만 쌀쌀맞게 떠 있어 은빛이 부서지는 호수가를 둘이 걸으며,

 

"등불을 끄고 자아려 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 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달은 어여뿐 선녀같이 내 뜰 위에 찾아온다. 달아 내 사랑아......"

하고 노래하면 "아고 우리 노야 잘한다" 하고 업어주었지요.

 

19일날 언니 전시회 가는데 당신에게도 가 버릴까 말까 고민이에요. 가서 한 두시간 겨우 볼건데 너무 아쉽고 돌아오기 싫을텐데... 화엄사에서 온

편지 동봉할테니 보세요. 나 이제 그 스님께는 더 쓰기 싫어요. 쓸 말도 없고.

1977315일 노야.

 

 

-----사랑하는 노야에게

막 당신의 편지 받고 지금 호롱불에 의지하여 쓰고 있다오. 작은 누나가 득남

을 했다니 반가운 소식이오. 나는 건강하고

끊임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하늘의 소리에 아무와도 나눌 수 없는 유열에 싸여 있소. 그러나 이 생각은 책이 되는 날 모든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집에선 나의 서류에 관한 소식이 없으니 노야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오. 역시 최선의 길은 학교로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잘 풀릴거라 믿고 있으니 염려말고, 그것이 안 될 때는 용감하게 넓은 세상에 도전하는 거요.

 

나에겐 그저 아름다운 당신 봄냄새 나는 당신만 있어 주면 되오. 언제나

꿈 속에서 그리는 당신, 어둠이 밀려오면 사랑스런 당신의 모습이 생각나오. 영원한 나의 생명의 샘, 나의 꿈, 나의 소망 당신에게.

1977311, 당신의 머저리로부터.

 

 

-----사랑하는 나의 마돈나!

소식이 없어 궁금하오. 서울 언니 전시회는 다녀 갔는지? 나는 염치없이 당신

이 혹 이곳에 올까봐 이틀을 마음 졸이면서 기다렸지만 역시 현명하신 당신이

. 안 오시길 잘 했소. 먼길 왔다갔다 몸만 피곤할 터인걸.

 

의 진행은 날로 잘 되고 있으니 기쁨이 크오. 신천동에서 연락이 왔는데 서

류는 잘 되었다 해서 반가왔소. 나는 건강하고 날씨도 따뜻해서 지내기 좋다오. 고등학교 생활은 어떻소? 영악하고 다부진 당신이니 잘 하시리라 믿고 있소.

 

사람의 생활은 자기 몸과 마음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보람찬 일이라 믿소.

나에겐 오직 당신이 있기 때문에 힘드는 역기 아령도 들고 차거운 나무 숲에

앉아 있는 것이오.

 

나는 몸과 마음을 당신과 합일하여 완벽한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고 건강한

몸은 우리 두 사람이 같이 만들어야 되는 것이오. 그러니 운동을 귀찮게 생각

하지 말고 기쁘게 하시오. 자기 몸에 자신이 있어야 넓은 세상을 다닐 수 있

. 이제 오래지 않아 시련의 시간이 끝날텐데 그때까지 만이라도 우리 강인

한 몸을 만들어 봅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bnh&wr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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