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방문한 주요 학자들은 사전에 조선총련과 합의하에 방문을 원하는 장소를 전하고 함흥 등의 방문일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평양에 도착하여 고려호텔 회의실에서 사회과학협회 사무국과 첫 번째 회합을 해보니 처음 결정된 여정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동물원 참관’ ‘서커스 공연관람’ ‘메이데이(5月1日)’ 관련 행사 참가 등 관광위주의 일정이 여러개 들어 있었다. 동행한 학자들은 “학술교류와 조사를 하는 목적으로 온 것이지 놀러온게 아니다” “이 일정으로 귀국하면 소속 대학으로부터 무엇을 하러 갔다왔냐고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라고 모두가 반발(反発)하며、함흥(咸興) 방문의 부활과 농장 견학을 추가하는 일정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과학협회 사람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있다가 잠시 나갔다가 돌아와서 “동물원에 가긴하지만 동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 와 있는 시민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메이데이 행사장에서도 자유롭게 보행하며 시민들과 교류해도 무방합니다”라는 결론이 났다. 이런 일들은 이전에는 허가된 적이 없다고 몇 번이나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학자들이 말했다. 안내인(감시역) 없이 시민과의 자유대화가 실현된 것이다.
관료주의(官僚主義)와、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 북조선에서는 외국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함흥같은 지방의 쉽사리 보여줘서는 안되는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선 사회과학자협회로서도 정부의 관련 기관에 대한 사전교섭이 힘이 드는 것 같다.
그 대신 평양 시내에서 시민과의 자유대화를 허가한 것이다. 여러번 평양을 방문한 학자들에 의하면 평양시민의 생활은 옛 소련 붕괴이후 러시아의 지원이 단절되고 난후 극심한 상황을 이겨내고 수년전보다는 훨씬 편하게 된 것 같고 비교적 값이 싼 국산 담배와 맥주가 시장에 나왔고 아파트 건설이 많아져 주택 사정이 개선되고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수도 급증(急増:하고 있다.
▲ 평양시 북동부교외에 고층아파트가 많이 건축되고 있다.
이런 시민생활의 경제적 향상이 북조선당국의 자신감으로 연결되어 여러번 방문한 학자들로 비교적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평양 시민과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하게 된 배경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으로 지방도시는 한국과의 합작으로 형성된 공업단지가 있고 비교적 풍부하다는 개성( 開城)이라는 모범적인 장소의 방문으로 한정하고 아직 가난하고 살기 힘든 함흥은 방문하지 못하게 아닌가 추측이 되었다.
이외에 평양에서는 북조선사회과학자협회의 학자들과 두 번에 걸친 대화회의가 고려호텔 회의실에서 이뤄지고 더 나아가 김일성종합대학에 가서 경제, 법학, 외교의 학부장을 포함한 교수진과 대화를 했다.
그러나 그쪽 학자의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김정일 서기(金正日総書記)’의 은혜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식의 원칙론이고 우리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은 없고 얼버무리는 느낌이 나는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과학자협회의 높은 사람은 원칙론을 30분 이야기하고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시간이 다 되어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저쪽의 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조선이 시장경제의 도입을 거부하고 계획경제의 부활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로선 이번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할 수 있다.
▲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진
여기까지는 이번 여정의 서문이다. “그래서 당신들이 본 북조선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것이었나? 북은 붕괴할 것인가? 빨리 쓰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결론(結論)부터 말하면 북은 붕괴할 것 같지 않다. 작긴 하지만 평양에서는 수년간 시민생활이 개선되고 있다. 나는 가난한 지방을 보지 못했지만 추측하건대 평양의 생활이 개선되고 있다면 지방도 개선되는 방향에 있을 것이다. (물론 개선의 속도가 늦을지는 모르지만.)
냉전직후 소련으로부터 지원이 끊긴 1994~2000년 경의 ‘고난(苦難)의 행군(行軍)’이라고 북에서 부르던 최악의 시대에 북조선이라는 국가는 붕괴(崩壊)하지 않았다. 정부가 인민에게 약속한 식량의 배급을 할 수 없었고 평양에서도 아사자(餓死者)가 나오고, 사회주의의 계획경제가 붕괴했다.
그러나 김정일 일족을 정점(頂点)으로한 국가는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이 시간 북조선정부는 식량배급을 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에게 각자 자력으로 생활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결국 무슨 짓을 하더라도 아무튼 힘써 살아 나가라는 것이며 시장경제원리(市場経済原理)를 묵인(黙認)하는 것이었다. 자유시장에 대한 묵인으로 말미암아 2000년이후 북조선의 경제는 고난을 탈충하여 회복하고 있다.
북 정부가 자유시장을 묵인했으므로 외부의 사람들은 북이 중국형의 사회주의시장경제(社会主義市場経済)와 경제개방(개혁경제)을 도입해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했다. 2000년의 김정일 중국방문, 2003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떠맡아 주도하기 시작한 북핵문제의 6개국회의가 시작되면서 경제지원을 본격화한 중국정부, 북이 중국과 같이 계획경제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낙심할 일이지만 북 정부는 시장경제를 정책으로 도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계획경제를 고집(固執)했다. 고난의 행군 시대에 부득이 자유시장의 확대를 묵인하여 그에 의해 국내경제가 개선되기 시작한 시대에 북조선 정부 자신도 재정상태가 개선되어 인민에 대한 배급을 재개할 수 있었다.
▲ 평양역 앞에 있는 육교에 시민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통화의 평가절하를 하기도 하고 개인의 자유시장활동을 인정하지 않은 대신에 국영기업의 시장적 활동을 인정하고 이익을 국가와 국영기업에서 절반(折半)씩 나누고 자유시장 전체의 이익중에서 정부의 몫을 되도록 많이 가지게 했다.
북 정부는 시장의 이득분배에 있어서 사람들이 직접 취득하는 몫을 되도록 적게 하고 국가가 가져가는 이득을 많게 하여 사람들이 직접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시장이 번 돈을 국가가 경유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배급제도를 부활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가가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한다’라는 냉전시대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부활하고 국가와 노동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며 국가붕괴를 방지(防止)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금후에도 계속되는 한 정치체제의 붕괴(崩壊)가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평양만 보고 북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말라。지방은 극빈(極貧)상태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히 지방은 평양보다 훨씬 가난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수도(首都)의 경제가 개선되면 지방의 경제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개선되고 있다고 추측(推測)할 수 있다. 정권유지(정치적 정통성)가 무엇보다 중대한 북 정부가 정권붕괴에 연결되는 위험이 있는 극빈상태를 방치(放置)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믿기 힘들다. 반북인사(反北人士)의 시각으로는 ‘북의 정권은 붕괴해야만 한다’이지만 현실분석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지하철 영광역 입구
나는 매일 아침 평양역 주변(周辺)을 산보(散歩)하며 통근자의 모습을 보려 나갔다. 평양역의 남쪽에 근교(近郊)에서 오는 버스의 정류장이 있는데 거기서부터 평양역 북쪽에 있는 지하철의 영광역(栄光駅)이나 전차정류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있다.
평양시의 미관(美観)을 중시하는 당국의 지도결과 탓일까. 사람들의 걷는 신체 자세가 좋다. 을를 앞 뒤로 움직이고 행진하는 것처럼 걸어간다. 낡은 옷을 입은 사람도 많으나 단추를 꼭 잠그고 옷차림을 반듯하게 하는 의지가 보인다.(더운 날에는 셔츠의 담추를 모두 풀고있는 사람도 있지만).
통행인의 99% 전후가 가슴에 김일성이든가 김정일의 뱃지를 달고 있다. 이와같은 풍경을 ‘신흥종교나 나치스적인 세뇌(洗腦)와 압제(圧制)의 결과로서 기분 나쁜 자세(姿勢) ’라고 볼 수도 있으나 평양시민 자신은 깨끗한 몸가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3편 계속>
글‧사진=다나카 사카이(田中宇) 번역=김정걸 민족사상연구회장
글쓴이는 도호쿠(東北)대학 경제학부 졸업. 교도(共同)통신사 기자 역임.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사 입사. 일본 최초의 본격 칼럼사이트 MSN저널 창간, 국제문제 칼럼을 집필. 현재 독립저널리스트로 매주 18만 명에게 이메일로 국제뉴스를 송신하는 다나카국제뉴스해설 사이트(www.tanakanews.com) 운영. 저서로<탈레반> <이라크><비미동맹(非米同盟)> <아메리카 초(超)제국주의의 정체> <망간파라다이스>등 15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