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한국사찰 원각사(주지 지광스님)에서 12일 대웅전 기공식과 함께 정우 큰스님 대법회가 봉행됐다.
이날 대법회 및 기공식에는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이자 원각사 회주인 정우 큰스님과 주지 지광 스님, 세등 스님, 무량 스님, 진효 스님, 토론토 대각사 양일 큰스님과 함께 정화섭 불사추진위원장, 정대원해 신도회장을 비롯한 350여명의 불자(佛者)들이 자리했다.
원각사 대웅전 기공식은 미 동부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사찰의 대작불사의 첫 삽을 뗀다는 의미라는 큰 뜻을 갖고 있다. 원각사는 이미 지난해 높이 8m의 청동석가여래 좌상과 부처님 진신사리탑을 건립한데 이어 올해는 청동불상 앞에 유서깊은 불국사의 석등(石燈)을 재현(再現)한 높이 3m의 석등 두 기를 세우고 주변에 바닥돌을 깔아놓는 불사를 마쳤다.
원각사는 지난 1월과 2월 270만 달러의 기금모금을 통해 대작불사의 기반을 마련, 참선방과 요사채, 설법전은 물론, 납골당까지 단계적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이날 기공식은 반야심경 독경에 이어 원각사 합창단이 오구일 단장이 작사작곡한 ‘원각사의 날’을 합창하고 테이프 커팅, 기념삽 뜨기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정우 큰스님과 불자들은 부처님진신사리탑으로 옮겨 탑돌이를 하고 청동석가여래 좌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정우 큰스님은 기공식에 앞서 큰법당에서 열린 대법회 특별법문에서 “무량수전에 ‘한 부처님이 출현하면 만 중생이 깨달음을 얻고 한 법당이 이룩되면 극락세계가 사바세계에 이뤄진다’는 말씀이 있다. 통도사 주지 4년의 소임을 끝으로 더 이상 주지를 맡지는 않겠지만 정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저를 드리고 싶다. 그늘진 곳이면 좋겠고 오지라면 더 좋겠다. 뉴욕이 세계의 심장이라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늘진 곳이 있다면 응당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 큰스님은 “우리 마음엔 수없이 많은 채널이 있다. 분노라는 채널을 돌리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평화와 기쁨의 채널을 켜면 평화와 기쁨을 느끼듯 그것은 끊임없이 나의 선택을 통하는 것이라는걸 알았으면 한다”고 전제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일어나고 저녁에 누울 때는 오늘밤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을 갖자.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듯이 오늘을 열심히 사는 마음으로 언제 가도 갈 준비를 하자”고 당부했다.
샐리스배리밀즈(뉴욕주)=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원각사 미동부 최초 한국사찰
1974년 숭산 큰스님에 의해 뉴욕 맨해튼에서 미동부 최초로 창건(創建)된 원각사는 법안 큰스님이 1987년 현재의 뉴욕주 샐리스베리밀스의 230에이커(약 30만평) 부지로 이전,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기 위한 중창불사의 토대를 마련했다.
사실 원각사는 해외포교의 양대 산맥인 숭산 큰스님과 법안 큰스님 두분의 원력(願力)으로 세워진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창건되기 한해전인 1974년 초 하버드대 유학을 온 법안 큰스님이 뉴욕에 들렀을 때 식당에서 만난 불자들이 절을 세워줄 것을 읍소한 것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을 비롯한 미 동부엔 한국사찰이 한 군데도 없어서 불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가정법회를 드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 불자들이 우연히 맨해튼의 한식당에서 한 스님을 보게 됐고 식당에서 큰 절을 드리며 법회를 이끌어 줄 것을 간청한 것. 법안 큰스님은 유학 계획에 따라 일단 그해 부처님오신날 법회를 이끌었고 숭산 큰스님에 의해 마침내 불자들이 염원하던 법당이 세워졌다.
법안 큰스님은 2년후 원각사의 주지로 정식 취임, 불사를 단행해 맨해튼에 자체 법당을 마련한데 이어 87년 업스테이트 뉴욕에 유태인 하계휴양지를 매입, 대작불사의 원대한 꿈을 품었다. 그러나 원각사는 이듬해 법안 큰스님이 급작스런 와병(臥病)으로 2004년 정우 큰스님과 인연이 닿기까지 오랜 시련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한듯 정우 큰스님은 법문에서 “40대에 동국대 부총장을 역임하신 법안 큰스님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원각사 주지의 소임을 맡은 이래 한국과 미국을 수없이 오갔다”고 회고하고 “원각사 중창 불사는 법안 큰스님께서 생전에 세우신 원력대로 진행되며 거기에 더해 청동석가여래좌상과 부처님진신사리탑이 선행되었고 적멸보궁(寂滅寶宮)도 건립될 것”이라고 소개해 불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