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의 서한과 분노의 구호보다 세계인들의 ‘동행(同行)’은 더 강력하고 따뜻했다.
일본의 위안부 만행을 알리기 위해 미 대륙을 사이클로 횡단한 백덕열(22 경희대 체육학과) 심용석(22 인천대 중어중국학과)씨가 2일 뉴욕 맨해튼에서 6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피날레 행사를 가졌다.
지난 6월27일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위안부소녀상 앞에서 출발해 전날 뉴저지 해켄색과 팰팍의 위안부기림비 두곳을 참배한 두사람은 이날 오전 11시30분 맨해튼의 일본총영사관에 위안부 범죄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퀸즈한인회 류제봉 회장과 뉴저지사이클연맹 유세형 회장, 뉴저지대한체육회 서승철 회장, 성공회 원호길 신부 등이 함께 한 가운데 열린 집회는 도로를 오가는 많은 뉴요커들의 눈길을 끌었다.
백덕열 심용석 씨는 류제봉 회장, 유세형 회장과 함께 총영사관 건물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일본총영사관 측은 직원을 통해 다카하시 리이치로(髙橋礼一郎) 총영사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유엔본부 앞으로 이동해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 앞에서 영문 성명서를 낭독하고 일본 제국주의 위안부 만행과 일본정부의 외면을 질타(叱咤)하는 구호를 힘주어 외쳤다.
당초 일정은 유엔본부 앞에서 끝내는 것이었지만 두 사람은 한 군데 더 갈 곳이 있었다. 바로 타임스스퀘어였다.
대장정의 첫날부터 들고 다닌 '트리플A 프로젝트'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타임스스퀘어에서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트리플 A의 슬로건처럼 대륙횡단의 목적은 일본정부의 '인정(Admit)'과 '사과(Apologize)'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하고 세계인의 일원으로 함께 가자는 '동행(Accompany)'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타임스스퀘어에 사이클을 탄 두 청년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트리플 A 배너를 통해 사이클 대륙횡단의 사연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박수로 격려하고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과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이들이 포옹하는 감동의 '허그 퍼포먼스'도 즉석에서 펼쳐졌다. 서승철 회장은 "두 청년의 요청에 많은 사람들이 포옹으로 응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일본도 모든 것을 인정하고 이렇게 포옹하는 화합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위안부뮤지컬' 김현준씨와 만난 까닭
'위안부 이슈'로 뉴욕의 세 젊은이가 의기투합(意氣投合)했다.
이날 대륙횡단 대장정을 마친 심용석 백덕열씨가 맨해튼에서 최근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컴포트 우먼'으로 화제를 모은 김현준 연출가와 회포(懷抱)를 풀었다.
20대 대학생인 세사람은 심용석 백덕열씨가 사이클 횡단을 하던 도중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현준연출가에게 연락을 취해 이날 약속을 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김현준 심용석 백덕열씨
두 사람은 컴포트 우먼의 성공적인 결과를 축하했고 김현준 연출도 대륙횡단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기원했다. 뉴욕에 도착하면 꼭 만나서 뒤풀이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김현준 연출가는 "저녁과 술을 곁들이며 위안부 문제 이야기부터 그간 있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금세 친해졌다. 밤늦게까지 이야기 하다 결국 제 방에서 같이 잤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