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연속칼럼(1~2)
안녕하신지요?
이제 대선도 20 여 일 남았습니다. 참으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합니다.
국제사회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국내 주류 언론들의 보도내용을 보면 참으로 황당하고 걱정이 앞섭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보인 수구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위 - 개혁적 후보들에 대한 의도적인 조작과 흠집내기 과장의 보도에 이어서, 격동하는 국제질서에 관하여 전국민을 청맹과니로 만들려는 듯 미국중심과 기업소유의 서구언론들 내용을 비판도 없이 그대로 복사하여 전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다른백년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 긴장에 대하여,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유럽지도자들의 서로 상반된 견해와 나토를 비판하면서 푸틴의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미국의 진보적 시각들, 그리고 미국무부의 중재요청을 받은 중국의 입장 등 5건의 칼럼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첫번째 칼럼은 스페인의 외무장관과 나토 사무총장을 지내고 유럽연합 집행부의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직을 역임(歷任)한 바 있는 Javier Solana의 칼럼으로 그는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러시아 안보에 대한 푸틴의 염려(念慮)를 십분 이해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사태의 해결을 미국 주도가 아닌 유럽인들 자신이 앞장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크라는 미국 땅이 아닌 유럽 안에 있다“
두번째 칼럼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Joschka Fischer(독일녹색당 창당 주역이자, 적녹 연합정부에서 7년간 외무장관을 역임)역시 유럽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지만, 푸틴의 러시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일방적 팽창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나토동맹을 중심축으로 삼되 중장기적으로 유럽의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측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반전평화와 생태보존을 기치로 출범한 녹색당이 세월이 흘러 보수적인 중산층을 대변하며, 전쟁국가 미국과 강력한 연합을 주장하는 역사의 간계를 지켜봅니다.
상기의 글들이 대체로 미국을 비판하는 칼럼들이지만, 국내 주류 언론들의 단세포적인 시각과 보도 내용을 교정한다는 의미에서 일말의 도움이 있기를 희망하여 봅니다.
두손모아,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이래경
제1칼럼 우크라이나 상황과 유럽안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기고자: JAVIER SOLANA, 스페인의 외무장관과 나토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후, 유럽연합의회 사무총장 및 외교안보 최고위직을 지냈으며, 현재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특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1월 21일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는 EU가 미국과 별도로 독자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입니다.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최고위 대표인 Josep Borrell이 지적했듯이, 유럽연합은 유럽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한 회담에서 "중립적인 구경꾼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마드리드 – 유럽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조약, 규칙 및 제도의 복잡한 구성으로 실현된 안보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한 정교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안보질서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합니다..
유럽의 안보조치는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이의 토대는 1945년 얄타 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지정학적 영향력의 핵심지역으로 유럽을 분할하여 재편함으로써 유럽의 안보태세를 보다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기반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30년후인 1975년, 유럽안보 및 협력에 관한 회의의 헬싱키 정상회담은 냉전의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1990년대에는 회의를 통하여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창설되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몰락으로 유럽안보체계의 핵심이 흔들었습니다.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러시아가 직면하게 될 변화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1991년 12월 25일 공식적으로 소련을 해체한 연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 살게 되었다” 라고 선언하였습니다. 1989과 1991년 간의 불과 3년 사이에 크레믈린은 서유럽보다 면적이 광대한 지역(동유럽)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였습니다.
고르바초프가 언급한 ‘새로운 세계’에서 잃어버린 영토 중에 러시아 지도자들의 마음과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입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Yevgeny Primakov)는 제가 나토 사무총장으로서 냉전종식 후 동맹의 첫 번째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협정을 협상했을 때 러시아의 외무장관이었으며 "우크라이나는 내 마음 속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반복했습니다.
1997년 5월에 유럽동맹과 러시아의 상호관계에 관한 기본법이 조인되었으며, 약 6주 후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담에 헝가리, 폴란드, 체코 공화국이 초청되었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NATO와 특별한 파트너십에 관한 헌장에 서명했습니다. 그것은 동맹에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지만 서방과의 특별한 대화상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는 유럽안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무역센타에 대한 테러공격 당시 저는 크리미아에서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던 Leonid Kuchma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극적인 소식과 함께 세계는 미국에 대한 연대로 돌아섰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유럽안보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21세기 초에 새로운 위협들이 돌출하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러시아는 헤게모니적인 미패권이 이끄는 탈냉전의 질서에 점점 불편해졌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7년 뮌헨 안보회의에서 천명하였듯이 “미패권에 의한 단극 모델은 오늘날 세계에서 용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소연방 붕괴 이후 동유럽 지역의 재배치는 특히 영토적 권력개념을 가진 러시아 외교정책에 파괴적이었습니다. 러시아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전면적인 통제를 가졌던 국가들에 의해 형성된 러시아 영토의 완충장치의 점진적 축소는 크렘린을 궁지에 몰아넣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크라이나를 잃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판단은 미패권에 의한 단극적 세계질서보다 훨씬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배경이 우크라이나의 긴 국경을 따라 러시아가 대규모의 군대를 배치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합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렘린은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 범위 내로 유지하기 위해 분명히 노력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럽안보의 질서를 위하여 지켜야 할 기본원칙은 분명하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병합은 특히 국가의 영토 무결성에 대한 존중을 명백히 위반했습니다. 불행히도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긴장된 현재 상황은 우크라이나의 안정과 유럽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시급하며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그러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 및 NATO 와 안보회담에 참여하고 OSCE 프레임워크 내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외교적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우크라이나 동부인 돈바스 지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에 창설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로 구성된 비공식 연락그룹인 이른바 노르망디 형식과 같은 현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다른 노력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EU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이러한 협상을 적절하게 주도해야만 합니다. EU의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Josep Borrell이 올바르게 지적했듯이, EU는 유럽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한 회담에서 "중립적인 구경꾼으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명한 “당신없이는 당신에 관하여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대한 공약을 감안할 때, Borrell의 주장은 대서양 전역에서 공유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칙과는 별도로 실용적인 고려사항이 필요합니다. 유럽연합의 상황은 냉전 이후 유럽안보의 구도가 구축된 이후 크게 변화했습니다. 12개 회원국가에서 27개 국가로 확대되어 세계최대의 경제블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럽공동 외교안보정책(European 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을 통해 효율적인 외교정책의 모든 수단을 축적했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이를 적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고르바초프는 냉전이 끝날 무렵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도 변했으며 평화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럽안보의 구도도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제2칼럼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미래.
기고자: Joschka Fischer, 독일의 녹색당을 20년간 주도하였고, 사민당 연합정부에서 7년간 외무장관을 역임하였다.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01월 28일자.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제 소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가 겪은 역사적 쇠퇴의 굴욕을 상쇄하기 위한 제국주의적 충동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의 야망은, 유럽인들이 이를 기꺼이 인정할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럽의 미래에 대하여 지정학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베를린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을 따라 군대의 배치를 완료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많은 징후들이 전쟁이 임박한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유럽에 미치는 결과는 심대할 것이며 냉전 이후 이제까지 설정된 유럽의 질서와 원칙(폭력의 포기, 자결권, 국경의 불가침성, 영토 보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이 폭력적인 침공을 강행한다면, 유럽은 다시 한번 동쪽의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유럽"과 유럽연합의 유럽 즉 대륙 서부 및 중부 지역의 NATO라는 두 개의 영역으로 분할되는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러시아 제국의 욕심으로 공동의 법치 아래 함께 일하는 서구 민주주의의 체계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구두의 언약, 서면의 약정, 조약 등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방어를 위한 재무장이 증가하고 경제 관계, 특히 에너지 분야가 완전히 재편될 것입니다. 유럽은 위기가 다가오면 협박을 당할 수 있는 경제적 종속이라는 위험에 더 이상 빠져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경제관계의 재구성은 EU에게 많은 부담을 가져다 줄 것이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입니다. 유일한 대안은 그 동안 형성해온 유럽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현재 위기의 중심에는 푸틴의 체제하에서 러시아가 수정주의 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는 현재의 현상 유지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 상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심지어 군사력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유럽이 이러한 제국주의적 충동에 굴복한다면,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저버리고 유럽인이 살고 싶어하는 방식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EU가 현재까지 이룬 모든 진전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의 결과는 상상할 수 없고 따라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요구는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실제로 무엇이 문제가 될지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푸틴은 NATO가 동유럽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에서도(중립 EU 회원국들이며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스웨덴과 핀란드를 포함) 문호개방정책이 포기되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NATO에 의한 러시아의 포위망에 관한 것만이 아닙니다. 러시아 제국의 복원 여부에 관한 것이며, (서구적)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확산되면 러시아의 존립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푸틴의 염려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처할 위험은 자결권에 관한 것입니다 - 즉 주권 국가라면 누구를 자국의 동맹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의 특권이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푸틴은 소련의 몰락 그리고 세계적 강국의 지위상실이라는 러시아의 지난 굴욕을 극복하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의 관점에서 러시아 제국은 다시 일어나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야 합니다. 이러한 열망은 즉시 유럽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먼저 유럽에서 헤게모니의 세력으로 부상하지 않고는 세계적 강국이 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에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이 푸틴의 도마 위에 놓여 있습니다만, 내일은 소련붕괴 이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국가로 변모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차례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가 진행될 것입니다. 역사를 이해하는 유럽인들은 이러한 진행의 패턴에 익숙할 것입니다.
푸틴의 의제가 지닌 의미를 고려할 때, 유럽인들이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유럽인들에게 더 이상 무슨 상황의 전개가 필요합니까? 사소한 갈등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새로운 강대국 간의 정치가 전개되고 지정학적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에서, EU가 나름의 원칙을 지켜나가려면 EU 자체가 강대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이 현재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러한 원칙들을 지켜나갈 것입니까?
물론 미국의 유럽에 대한 안보보장의 중요성은 현재의 상황에서 자명합니다. 그러나 대서양 양단의 협력이 지속되려면 유럽 자체가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일이 자신의 역할을 재고해야 합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인구학적으로나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회원국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늘날의 위협의 규모를 감안할 때, 지난 시절 메르켈 정부가 GDP의 2% 이상을 국방에 지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제 와서 다시 독일 정치의 논쟁으로 등장해야 할까요? 아니면 독일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유럽원칙 수호에 대한 명확하고 긍정적인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후자는 크렘린에게 상황을 오해하지 말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내는 셈입니다. 지금 당장 진행해야 합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래경의 격동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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