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뉴욕필진
·Obi Lee's NYHOTPOINT (89)
·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40)
·김경락의 한반도중립화 (14)
·김기화의 Shall we dance (16)
·김성아의 NY 다이어리 (16)
·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45)
·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107)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173)
·로창현의 뉴욕 편지 (463)
·마라토너 에반엄마 (5)
·백영현의 아리랑별곡 (26)
·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9)
·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42)
·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17)
·신재영의 쓴소리 단소리 (13)
·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38)
·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34)
·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22)
·조성모의 Along the Road (32)
·차주범의 ‘We are America (36)
·최윤희의 미국속의 한국인 (15)
·폴김의 한민족 참역사 (87)
·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37)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212)
·훈이네의 미국살이 (109)
·韓泰格의 架橋세상 (96)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총 게시물 212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캘리포니아 사막마을 유배사건(1부)

아 착한 아미고들이여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1-07-21 (수) 06:01:00

아 착한 아미고들이여

 


 

트럭 운전 후 장기간 외지 투숙(投宿)은 처음이라 기록을 남겨야겠다.

 

Owasso, OK에서 Sacramento, CA로 가는 Macys 화물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금요일 화물 픽업인데 정작 도착하니 아무런 화물 정보가 없었다. 회사에서 보낸 내용은 발송지와 도착지 그리고 날짜가 전부였다. 보통 PO 넘버라고 해서 화물 주문 번호가 있다. 정문 게이트에서는 픽업 넘버를 요구했다. 디스패처에게 연락했다. 이런 경우 디스패처는 세일즈 부서에 연락해서 정보를 알려준다. 계속 정문을 막고 있을 수 없어 후진해 한쪽 편에 세웠다. 다른 트럭 통행을 방해하지 않고 주차할 공간이 있어 다행이었다.

 

연락이 없다. 디스패처에게 재차 확인했다. 세일즈 부서에서 거래처와 연락 중이라 했다. 결국 그날 밤을 정문 밖에서 보냈다. 다음 날 오전 PO#와 트레일러 번호를 받았다.

 

어제 출발해야 월요일까지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월요일 날짜만 있고 약속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화요일 새벽으로 도착 예정 시각을 알렸다.

 

시간을 최대한 아껴가며 달렸다. 그 결과 월요일 오후 서너시 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차 인력이 퇴근했다며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했다. Macys 말고도 여러 업체가 쓰는 공간이라 입구에 주차할 곳이 있었다. 이어서 다른 프라임 트럭도 왔다.

 

화요일 오전 6, 일어나자 마자 Macys에 가서 체크인하고 5번 닥을 받았다. 무척 좁은데다 6번 닥에서 짐을 내리는 트럭도 있어 한참을 악전고투했다. 근래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내 트럭 경력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에 (그것도 상위에) 꼽을 정도로 고난이도였다.

 

짐을 내리고 원래 주차했던 자리로 돌아와 다음 화물을 기다렸다. 내 뒤에 왔던 프라임 트럭도 짐을 내리고 옆 자리에 주차했다. 그 프라임 트럭은 잠시후 리퍼를 켜더니 밖으로 나갔다. 다음 화물을 받은 모양이다. 나는 왜 연락이 없지? 다음 화물을 받은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이곳에 도착 후 40시간이 지났다. 이틀 밤을 났다.

 

34시간 리셋을 해서 70시간을 새로 받았으니, 지금부터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위스콘신으로 가는 화물이었다. 총 거리는 2,400마일 정도. 200마일을 남쪽으로 달려 짐을 실었다. 선키스트 오렌지였다. 작년 수확물이니 냉장 창고에 보관되던 과일이다.

 

짐을 싣고 달리는데 트럭이 힘을 내지 못했다. 최고 시속을 45마일도 간신히 냈다. 국도에서 엄청난 민폐(民弊). 최고 시속 55마일 구간이어도 다른 차량은 거의 60~70마일 이상 속도로 달린다. 몇 번을 갓길에 세우고 점검했다. 회사 지원부서에서 알려주는 대로 해봤으나 소용 없었다. 평지에서 이 정도면 가파른 고개는 어림도 없다. Bakersfield를 지나면 가파른 고개가 시작된다. 지난번 연료라인이 터져 토잉트럭을 불렀던 곳이다.

 

결국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이동했다. 내 트레일러는 그날 저녁 다른 트럭이 와서 가져갔다. 지원부서 담당자는 베이커스필드의 트럭 수리점은 전국에서 최악인 곳 중의 하나라며, 내일 아침 담당자에게 연락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했다. 이 일대에서 가장 평이 좋은 곳은 LA에 있었다. 150마일 거리니까 서너 시간이면 도착한다. 트레일러가 없으니 별 문제 없을 듯 했다.

 

목요일 아침, Road Assist 부서에 연락하니 Porterville의 트럭 센터를 소개했다. Bakersfield보다 북쪽에 있는데, 내가 있는 곳에서 20분 정도 걸렸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 트럭을 맡겼다. 종일 대기실에서 기다렸는데, 퇴근할 무렵 호텔에 데려다 주겠단다. 역시 오늘은 안 되는 건가. 나는 지갑과 핸드폰 정도만 챙겼다. 하룻밤 정도야.

 

트럭 수리점 직원이 처음 데려간 호텔은 자리가 없었다. 이 곳이 근처에 쇼핑몰도 있고 식당도 많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모텔 6로 갔다. 그곳은 자리가 있었다. 서비스는 부실했다. 수건과 작은 비누 한장 달랑이었다. 칫솔과 치약은 자판기에서 사야 했다. 커피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도 방은 깨끗했고 TV도 잘 나왔다.

 



금요일 오전 퇴실할 시간이 가깝도록 연락이 없었다. 트럭 센터에 전화해 라이드를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트럭 수리가 끝나지도 않았고, 갈 사람도 없다고 했다. 주말에는 일하지 않으니 빨라도 다음 주 월요일이다. 구글맵으로 확인했더니 모텔에서 6.5마일 거리였다. 걸어서 2시간 6분 정도 걸렸다. 그 정도는 걸어갈 수 있다 싶어 퇴실하고 짐을 가지러 갔다. 가면서 가게에 들러 두 번 물을 사고 식당에서 점심도 사 먹었다. 거기까진 견딜만 했다.

 

한낮에 땡볕을 받으며 사막을 걷는 건 쉽지 않았다. 4마일 정도 갔을 때 사거리에서 낡은 하늘색 픽업 트럭을 세워 잡았다. 멕시칸 할아버지였다. 손짓으로 태워달라고 해서 나머지 거리를 갔다. 미국 와서 최초의 히치하이킹이었다.

 

내 트럭은 원인도 못 찾은 상태였다. 나는 며칠 숙박에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냉장고의 과일도 모두 가방에 담았다. 트럭센터 사내는 나를 보고 놀라더니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걸어 왔다고 하니 혀를 찼다. 지금은 데려다 줄 사람이 없으니 휴게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수리가 끝나면 전화줄테니 오지 말라고 했다. 또 퇴근할 무렵까지 기다려야 하나? 휴게실에서 잠깐 기다리다 그냥 나왔다. 걸어가다 히치하이킹하면 되지 싶었다. 오산이었다.

 

히치하이킹은 쉽지 않았다. 등에 배낭을 메고 손에 가방을 들어서 그런가 아무도 세워주지 않았다. 그들 눈에는 내가 보도 여행자거나 부랑자로 보였을 것이다. 하긴 나도 트럭 운전하면서 손 흔드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쳤으니까. 요즘같은 코로나 시국에 낯선 사람을 태우기가 쉽지 않다. 악취가 날 수도 있다.

 



그냥 걸었다. 히치하이킹은 계속 실패했다. 태양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리 차일드의 소설 책 리처 시리즈에 보면 등장인물이 사막을 걷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개중에는 죽는 사람도 있다. 그 상황이 이해갔다. 참다못해 포도나무 그늘로 들어가 쉬었다. 우버앱을 켰으나 이용 가능한 차량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로 시골에서 우버 차량은 거의 전멸이다. 물과 과일을 먹으며 마음을 비웠다. 히치하이킹이 될 것 같으면 저절로 누가 태워줄 것이다.

 

다시 걷다보니 한 승용차가 몇 십미터 앞 갓길에 섰다. 안 가고 기다리는 걸 보니 태워주려는 건가? 다가가서 조수석에서 말을 걸었다. 젊은 멕시칸이었다. 알고보니 나를 태워주려고 선 게 아니라 갑자기 차에 과열 경고등이 들어와서 식히려고 섰다는 게다. 나는 요앞 Prospect street까지 몇 마일만 태워 달라고 했다. 가다보니 다시 경고등이 들어와 세우고 본넷을 열어보았다. 냉각수도 멀쩡하고 과열 증상은 없었다. 센서 문제 같았다. 그 후론 문제 없이 달렸다.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는 호텔까지 나를 태워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우버 요금에 해당하는 현금을 꺼내 줬더니 그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푼돈과 착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바꾸고 싶지 않은 듯했다. 아 착한 아미고들이여.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l주소 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전화 : 031)918-1942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