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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세계속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가 아는 한국의 모습과, 외국인들이 보는 Korea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다. 인생의 반반씩을 한국과 미국에서 보낸 이민 1.5세 청년이,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의 중립적인 시각을 통해 Korea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심각하게 낮은 원인은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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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가 없는 ‘코리아타운’

글쓴이 : 강우성 날짜 : 2011-01-06 (목) 10:43:15

몇 년 전 처음으로 Los Angeles의 코리아타운을 방문하게 되어 가슴이 설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100만 명의 한인 동포들이 살고 있는 코리아타운에 가면 왠지 서울의 거리를 옮겨 놓은듯한 모습과 미국 한복판에서 한국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알릴 수 있는 많은 볼거리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이 있는 Wilshire길로 접어들면서 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코리아타운임을 상징할 수 있는 한국 전통 양식의 구조물이 하나 정도라도 있겠지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아도, 코리아타운임을 알 수 있는 요소라고는 단지 ‘Koreatown’이라고 쓰여 있는 도로 표지판 하나와 사방을 뒤덮고 있는 한글 간판들 뿐이었습니다. 한국의 문화를 상징할만한 그 무엇도 없는 이곳은 단지 “코리안들이 모여 사는 상업 구역”이라고 불리는 게 더 나을 듯 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인들이 밀집하여 거주하는 차이나타운은 중국의 성 같이 지어진 Main Gate를 통해 주 광장인 Central Plaza로 들어가면서 마치 중국의 한 마을을 옮겨 놓은듯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색깔인 붉은색으로 칠해진 기와 건물들과 황금색 용들 사이에 둘러싸여 중국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2월에는 중국의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폭죽 쇼와 함께 용/사자 춤으로 성대한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문화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1884년 독일인 마을에 일본인 요리사가 살기 시작하면서 그 시초가 된 일본인들의 거주 지역인 ‘Little Tokyo’에서도 일본의 문화를 잘 느낄 수가 있는데, 이 곳에는 일본인들이 노력하여 만든 일본식 정원만도 14개에 이르고, 일본 전통의 망루나 전원 마을도 있어, 나도 모르게 일본의 문화에 둘러 싸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코리아타운 내에서 판매하는 한국 음식들이 바로 한국의 상징이 아니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김치, 비빔밥, 갈비, 그리고 냉면 모두가 코리아타운 내에서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이미지 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일본과 중국이라는 경쟁사를 외면하고 그 사이에서 한국을 선택 하고 코리아타운 안으로까지 들어 왔을 때의 이야기이고, “들어오게 만드는” 과정을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를 나타내고 상징할 수 있도록 하는 ‘포장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단지 “음식과 찜질방”만을 위해 코리아타운을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리틀 도쿄와 차이나 타운에는 없는 특별한 문화적 매력을 내세워서 저절로 발걸음을 하도록 만들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세계 인터넷의 사진들을 검색할 수 있는 Google의 이미지 검색창에 ‘LA Koreatown’, ‘LA Little Tokyo’, 그리고 ‘LA Chinatown’을 차례대로 검색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LA Little Tokyo’와 ‘LA Chinatown’을 각각 검색해보면 그 상징이 되는 전통 건물들을 배경으로 하거나 주된 대상으로 삼아 찍은 기념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비하여, ‘LA Koreatown’의 경우에는 그 상징을 하는 구심점이 없는 이유로 갈비나 김치 같은 음식의 사진이나 노래방과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기념 사진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인식하기에도 Koreatown을 대표할 만한 상징물이나 볼거리가 없는 것인데, 규모상으로는 차이나타운과 리틀 도쿄를 합친 것의 5배나 된다는 코리아타운은 한마디로 덩치 값을 못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을 느끼기 위해 코리아 타운을 찾은 외국인들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문화와 전통이 어떻게 다른지 특징을 알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뿌리에 대해 배우고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은 2세, 3세 아이들에게 또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이처럼, Koreatown은 한국인들이 사는 모습만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에 그칠게 아니라, 저절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인들끼리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상징물같은데에 돈을 쓰느냐는 것은 너무도 근시안적인 생각이며, Koreatown내에서 모든 것들이 한인들을 위한, 한인들끼리만 소비하는 우물 안 개구리적 문화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6.25 동란 이후 고도의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 가옥들이 헐리고 무미 건조한 성냥갑 아파트들이 가득한 서울의 모습에는 한국을 상징할만한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만의 잔치”는 타운 내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 민족의 우수성과 힘을 과시하기 위한 좋은 홍보의 장인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일보 송의용 국장에 따르면, 퍼레이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 마샬’에는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들을 초청해서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최근 몇 년간 코리안 퍼레이드의 얼굴 역할을 하며 퍼레이드의 최전방에서 행사를 이끈 인물들은 행사의 주관사인 신문사의 사장이나 한인회 인물들이나 총영사가 그 앞줄을 독식했다며 코리안 퍼레이드가 특정 회사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차라리, 미국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유명 스포츠 스타들, 박세리, 박찬호, 추신수, 하인스 워드 등을 비롯해 한인 2세 출신의 유명 정치인들을 내세운다면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을 기회 또한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누구인지 모르고 한국인들끼리만 아는 인물들을 내세워 “우리만의 잔치”로 만드는 것 보다, 미국인은 물론 많은 외국인들도 함께 반가워 할 수 있는 진정한 “한국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이 우리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아쉬움은, 세계의 수도라 불리며 나라마다 자국의 위상과 문화를 뽐내는 개성 있고 특징 있는 건축물로 가득한 워싱턴에서 한국의 대사관이 어떠한 모습으로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지 에서도 느낄수가 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한 강찬호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 대사관에 근접하여 있는 일본 대사관은 전통 건축물과 조경술이 조화되어 훌륭한 경관을 연출해내고, 건물 내에도 일본의 문양을 장식해놓아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중국의 대사관 또한 세계적인 중국계 건축가 I.M. Pei를 앞세워 미국에 있는 대사관 중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을 완공하여 워싱턴 한복판에서 중국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주미 대사관 건물은 군용 막사를 연상케 하는 칙칙한 색의 잿빛으로 현관에 걸린 태극기 외에는 대사관을 찾는 손님에게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떠한 특징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대사관 내에서 대규모의 행사를 직접 치를 수 있는 데에 반해, 한국 대사관에서는 규모적인 면의 미비함으로 인해 대사관 외의 곳에 의뢰하여 행사를 치러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미국 언론을 상대로도 활발한 홍보 활동을 하며 지역 커뮤니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안타까움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장면을 현대 자동차의 입장에서 재현해 보도록 해보겠습니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딜러쉽들이 한 군데에 모여있는 로스엔젤레스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일본의 토요타, 독일의 BMW 딜러쉽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일본의 토요타를 찾아가려 하는데, 저 멀리서부터 토요타를 상징하는 거대한 로고가 눈에 띕니다.

찾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딜러쉽에 도착을 하여 주위를 살펴보자 토요타 전용으로 꾸며진 서비스 부서와 최신 차종들이 가득한 넓은 주차장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벽면을 따라 토요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설명들이 가득 합니다.

회사의 창립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최초의 양산 모델부터 최신 모델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준비해 놓았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종종 기자들을 상대로 토요타 신차 발표회를 하기도 한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제 독일의 BMW 딜러쉽을 찾아 보겠습니다.

역시 이곳에도 BMW의 상징인 파랑 하양의 프로펠러 로고가 저 멀리서 눈에 띄기에 아무런 문제 없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들은 바로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서 그 위용을 떨치고자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건물을 신축 했다고 하는데, 이 작업에서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대거 고용했다고 하는군요. 딜러쉽에 도착하자,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 당하고, 건물 내에는 마치 미니 박물관을 연상시킬 만큼의 BMW의 역사 자료가 가득 있었습니다.

비행기 회사로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공간에서, 역시 독일의 기술력은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두 딜러쉽을 구경하고 나서, 요즘 미국에서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자동차회사인 현대 자동차의 딜러쉽을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한 시간을 찾았을까, 어디에도 현대 자동차임을 나타내는 상징물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간신히 도로 명을 찾아서 도착해보니 ‘현대자동차’ ‘서비스’ ‘고객센터’ ‘주차장’ 등의 팻말이 한글로 크게 적혀 있는걸 보니 맞게 왔나 보다 하고 일단 주차를 합니다. 차에서 내리고 건물을 살펴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60년대에 지어진 듯한 건물입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60년대에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Oldsmobile’사에서 사용하던 건물을 사들여서 그대로 쓰고 있다는군요. 안으로 들어가자 오래되고 협소한 건물에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현대 자동차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는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담당자가 말하기를, 건물이 너무 협소하여 신차가 나와도 발표회를 할 수가 없어서 주위의 큰 건물들을 대여해서 간소하게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징이 없고 낡은 딜러쉽 안에서도 직원들의 역량 하나만큼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미디어를 상대로 현대 자동차를 알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상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60년대 Oldsmobile 건물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 자동차의 위상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그런 멋진 건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여긴 한인 사회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왔고, 드디어 2006년에는 한국식 정자인 ‘다울정’이 LA 코리아타운에 세워졌습니다. “다 함께 사는 우리”라는 순수 한국 이름을 갖고 탄생한 다울정은 한국 정자, 그 중에서도 단청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코리아타운의 새 “얼굴”이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어이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울정의 영문 표기는 "Dawool Jung"이 아닌 무미건조한 "한국식 정자"라는 뜻의 "Korean Pavillion"으로 미국인들에게 홍보되고 있습니다.)

한인 모두의 열정을 담아 탄생한 다울정은 그러나 3년여만인 2009년 3월, 경비 대금 지연으로 인해 자물쇠를 채우고 일반인의 출입을 봉쇄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내부는 행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만 갔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과도 같은 상징물인 다울정이 쓰레기로 뒤덮여 가는 모습을 보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이고 그것을 보고 자라나는 한인 2, 3세 어린이들은 어떠한 느낌이 들까요?

공은 모두가 나누어 가지려 하지만 책임은 아무도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일화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인 마음에서 전통을 존중하고 아끼어 하나라도 더욱 일본적인 공간을 조성하고 외국인들에게 일본의 문화를 알리려는 일본인들의 자세는 우리의 그것과는 본질부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자물쇠가 채워진 채 굳게 잠겨있는 다울정의 모습

명절이 되어 한복을 입는다는 것조차 “어른들이 입으라 하니까 입는”것이 아닌, “우리 문화를 지키고 싶은 자발적인 마음”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멋대로 방치되는 다울정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전통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과연 얼마나 생겨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것이 단지 외국에 나와있는 한인들만의 문제일까요? 처참하게 불타버린 숭례문과, 화재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낙서로 훼손되어 있는 한국내의 문화재들을 볼 때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라는 말보다 더 딱 들어맞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에서조차 우리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데 과연 외국에 나간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러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가 힘들듯 합니다.

전통이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켜내는 것” 이 아닌, “지켜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 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다울정과 숭례문을 만들어 낸들, 그 누구도 지켜내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것은 아무에게도 가치가 없는 흉물 덩어리밖에는 의미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서 미국 San Pedro 시에 건립 했던 “우정의 종각” 또한 한때는 방치된 시설물로 전락했었다는 얘기를 통해서도 우리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을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한국의 불량 식품을 먹고 배탈이 나버린 외국인들과는 달리, 차이나타운과 리틀 도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양질의 식품을 섭취한 외국인들이 일본과 중국 문화와 전통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친근감과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외국의 영화들에 비춰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한중일 삼국의 위상을 보다 자세히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은 평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중국을 소재로 한 외국의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어떤 작품들이 머리에 먼저 떠오르시나요? 얼마 전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쿵푸 팬더’를 기억 하실 겁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친근한 동물인 팬더 곰이 중국의 전통 무예인 쿵푸를 수련하여 악당을 물리치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적이고 즐거운 소재로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어 전세계인들이 중국식 의상과 건축물, 그리고 예절에 대해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쿵푸 팬더뿐만이 아니라, 이연걸이 등장하는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에서는 기존의 배경인 이집트를 떠나 중국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이 펼쳐지는데, 진시황 시대를 모토로 한 캐릭터들과 만리장성 건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왕릉에서 출토된 토인형들을 통해 중국의 강대했던 고대사와 화려한 문화 유물들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촬영되어 영화사상 처음으로 서유럽인의 시각에서 중국의 드라마를 그려낸 이탈리아-중국-영국 합작 영화 ‘마지막 황제’를 통해 세계인들은 자금성의 웅장한 모습과 화려한 궁중 생활에 대해서 경외감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화들은 중국인들의 자본과 인력을 통해 제작되어 수출된 작품이 아니라, 외국 영화 제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중국의 팬더 곰과 쿵푸, 진시황, 그리고 자금성과 청나라 황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여 중국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들이 중국과 중국의 문화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과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외감과 신비로움으로 일본의 모습 또한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 신식 군대의 훈련 교관이 일본에 건너가 근대화에 반대하는 일본의 수구파 군인들과의 전투에서 패해 포로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라스트 사무라이’에서는, 완벽하리만큼 철저하게 고증된 옛 일본의 모습을 배경으로 탐 크루즈가 일본식 갑옷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며 일본어로 대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경외감과 존경심으로 가득한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 또한 사무라이와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을 추진하고 롭 마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시킨 ‘게이샤의 추억’은, 장쯔이, 공리, 양자경, 와타나베 켄 등의 유명 배우들의 호화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는데, 아름다운 일본의 모습을 배경으로 주인공 장쯔이가 어린 소녀에서 게이샤로 되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섬세한 촬영기법과 아름다운 색감을 이용해 신비하고도 환상적인 영상미를 통해 선보임으로써 전세계인들에게 게이샤는 물론이고 전통 의상인 기모노와 부채춤 등의 문화를 마음껏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소재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감독이나 배우들이 앞장서서 일본의 문화를 상품화 하여 영화화 하고 세계인들을 상대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Falling Down’이나 ‘Lost’, 그리고 ‘007 Die Another Day’에서 왜곡되게 그려진 한국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 부러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벌써 여러 번 지적했듯이, 이것은 외국 영화 제작사들을 원망할 일이 아닌, 우리 문화의 상품화와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우리 자신들을 탓해야 하는 것이 첫째여야 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었는지, 그 노력이 충분한 것이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지, 세계인이 즐기는 대작 영화에 너무나도 멋지게 그려지는 일본과 중국을 보면서 초라한 한강대교를 배경으로 소달구지가 굴러 다니는 한국의 모습을 애써 못본척 외면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외국의 서점에서의 한국 관련 서적들, 도서관에서의 오래되고 낡은 한국 관련 자료, 유명 박물관의 초라한 한국관, 그리고 한국의 모습이 없는 코리아타운의 문제에서 보듯이, 어쩌면 그들이 우리의 모습을 왜곡되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붓을 잡고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왜곡되게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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