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安國洞)에서 볼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하늘도 곱고 바람도 좋아 잠시 흥겨움에 젖어 걷다 보니 삼청동(三淸洞) 길이 나오고
건너에 경복궁(景福宮) 높은 담장이 보이는데, 국립민속박물관(國立民俗博物館) 입구 부근에
재미있게 보이는 조형물(造形物)이 보여 길을 건너려고
하니, 순경아저씨가 빤히 쳐다보고 있어 방향을 틀어 괜한 눈치를 살피며 건널목을 신호에 맞춰 건넜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실물크기의 아이들이 말타기 놀이를 하는 조형물이었습니다. 그럴싸한 자세와 말잡이의 개구진
모습에 그만 또 옛 생각에 젖어버렸습니다. 어릴 때, 동네
애들하고 골목길 전봇대에서 참 많이 했었지요. ‘말타기’가
바른 표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주로 ‘말뚝박기’라고 불렀고
조금 나이든 형들은 그보다 심한 표현을 하였지만 이제 나이도 지긋한 젊잖은 체면에 그렇게 부르기는 뭐하여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여튼 그 당시에는 골목길이 놀이터였습니다. 말타기 뿐만 아니라
'숨바꼭질,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도 하고 여자 애들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를 그리고 모두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등, 여러 놀이를 하느라, 해는 뉘엿뉘엿 사라진 지 오래, 배고픈 줄도 모르고 놀이에 빠져 어머니한테 혼도 많이 나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런데 조형물을 보고 추억에 한참 빠져 있으려니 문득 ‘골목길에
있던 그 많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휙 하고 둘러보았는데, 시내인데다, 평일에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심지어 구청에서 만든 어린이 놀이터에 가도 애들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1970년대 초, 우리나라 인구가 3,500만에, 서울시
인구는 600만이 조금 안되었을 때에 비하면, 현재는 5,000만에, 1,000만을 넘어섰으니, 아무리 출산율 저하(出産率低下)에 인구상승(人口上昇)이 급격히 둔화(鈍化)되고 있다지만
그래도 애들은 분명 있을텐데, 다 어디에 있단 말인가요? 천불소득(千佛所得)을 위해 온 국민이 애를 썼고 이제는 삼십 배에 가까운 국민소득(國民所得)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우리의 미래(未來)인 아이들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그늘에 갇혀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