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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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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태극기’는 유신의 망령인가?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5-12-21 (월) 13:08:34

 

여보, 지금 한국에서는 태극기싸움을 하고 있대요. 국가보훈처가 광화문에 45미터높이의 게양대를 만들고 대형태극기를 매일 매달려고 하는데 박원순시장의 서울시가 반대한대요. 미국은 백악관은 물론 경찰서 우체국등 공공기관마다 매일 미국기 성조기가 펄럭이잖아요. 보통날에도 성조기를 내걸은 집들도 많은데 얼마나 보기좋아요? 왜 서울시가 태극기 내거는 걸 반대할까요? 광화문에 북조선 인민기 걸자는 것도 아닌데...”

 

TV를 보던 아내가 태극기 얘기를 꺼내들었다.

 

그건 나도 반대야. 왠지 찜찜해. 유신시절로 회귀(回歸)하려는 청와대냄새가 나는것 같아서 그러는 거겠지

 

태극기는 애국가와 더불어 나라사랑의 상징이다. 일제시절 우리선열(先烈)들은 태극기높이 들고 애국가를 부르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9.28수복때 서울을 탈환한 국군이 중앙청 지붕에 올라가 태극기를 게양하자 서울시민들은 만세를 부르면서 열광했다.

 

 

1945년 8월'Taegukgi_on_the_Namsan_Mountain.jpg
1945년 8월 남산에서 태극기 게양 www.ko.wikipedia.org

 

그런데 박정희군사독재정부가 들어서면서 태극기와 애국가는 독재통치수단으로 악용되는 듯 했다.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전에 대통령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리버티뉴스를 먼저 봐줘야했다. 태극기와 애국가의 호위를 받으면서 등장하는 독재자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오후 6시마다 전 국민이 동작그만! 을 하는 국기하강식이 있었다. 하던 행동을 멈추고 국기에 대하여 경배를 올려야했다. 삼천만이 올스톱이다. 부부싸움을 하던 부부가 국기하강식에 걸려 일시 싸움을 중지하는 바람에 부부싸움이 코미디로 끝나버렸다. 도망가는 도둑을 쫓아가던 순경이 하강식에 걸려 제자리에 서는 바람에 다 잡은 도둑을 놓쳐버리기도 했다. 국기 하강식은 전국민의 웃음꺼리였다.

 

그시절 가장 악명 높은 태극기잔치는 청와대 국기하강식이다. 일개 경찰서장서열에 불과한 경호실장 차지철은 국기하강식을 만들어 부통령의 권세를 누렸기 때문이다. 정보부장김재규, 비서실장 김계원, 경호실장차지철은 권력 3인방이었다. 김계원(대장) 김재규(중장)는 육사출신인데 차지철은 간보후보생중령출신이었다. 나이도 김재규의 8살 아래라서 상대가 안됐다. 이때 차지철이 자신의 위상을 역전시킨게 바로국기 하강식이다. 공공건물에 매일 태극기를 걸었다가 오후 6시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는 물방개처럼 청와대를 헤집고 다녔다. 사자등위에 올라탄 여우(狐假虎威)처럼 월권을 휘둘렀다. 자신은 중령출신이면서 부하차장자리에 중장을 앉혔다. 경호실의 권력을 증대시키고자, 나치의 친위대를 본떠 경호대를 군사 조직화시켰다.

 

각종 의전행사에서 경호대원들에게 특이한 복장을 입혀서 출연시켰다. 자신이 별개의 군대를 지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쇼맨십에 능한 인물이었다. 청와대에서 각 종 무술시범이나 사격대회를 개최하여 박정희의 환심(歡心)을 샀다.

 

차지철의 악명을 날리게 한건 국기하강식이다. 전국이 국기하강식을 하는시간에 청와대 마당에서도 하강식을 했다. 청와대 국기하강식은 독재자 히틀러를 방불케 했다. 경호대원들에게 히틀러 친위대를 연상케 하는 특이한 복장을 입혀 청와대 앞마당을 돌게 했다. 부총리, 장관, 장군들을 불러 참관케 하고 자신은 제일높은 상석에 올라 사열을 받았다. 부름 받은 장관들은 하나같이 뒤에서 욕을 했다. 그러면서도 차지철이 부르면 거절할 수가 없었다.

 

태극기 하강식으로 힘을 얻은 차지철은 무소불위였다. 경호실이 있는데 대통령경호위원회라는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었다. 위원은 중앙정보부장 국방부장관 내무부장관 검찰총장 치안본부장 육해공 삼군참모총장으로 하고 경호실장 스스로 위원장이 됐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공문은 독약조사를 한다는 핑계로 사전에 검열했다. 경호실을 거치지 않고는 누구도 대통령면담이 불가능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즐기는 차지철의 월권과 만행은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차마 눈을 뜨고 볼수 없을 지경이었다. 얼마나 방약무인(傍若無人)했던지 맘에 안드는 장관들은 불러서 구둣발로 정강이를 까기도 했다. 겨우 경찰서장급인 청와대경호실장이 소통령(小統領)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통령이 뭔가? 대통령이다. 대통령(代統領). 그러다 19791026일 마지막 하강식을 끝내고 두시간후에 궁정동에서 김재규의 총을 맞고 죽었다. 박정희대통령과 함께. 그 바람에 하늘높이 올라가던 국기하강식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박정희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자 다시 국기하강식이 살아나려고 꿈틀거리는 것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아버지 박정희대통령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시계바늘을 유신시절로 돌려놓은 것이다. 10월유신의 입안자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처녀여왕을 졸졸 따라다니는 늙은 내시처럼 보기에 민망하다. 철지난 새마을운동을 다시 들추고 다녔다. 공안통치로 통진당을 해산했다. 유신시절 아버지박정희대통령이 시도했던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여당과 국회를 무력화시켜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광화문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기처럼 아름다운 그림은 없다. 국가처럼 감동적인 노래도 없다. 미국인들이 가장 애송하는 노래는 미국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이다.

 

 

800px-US_Marine_Corps_War_Memorial_(Iwo_Jima_Monument)_near_Washington_DC.jpg

 

바로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일등으로 골인하는 황영조선수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한일월드컵에서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을 외치대는 붉은악마의 태극기물결이 얼마나 장관이었던가! 조국을 떠나 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 맨해튼 한국영사관에 걸려있는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난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에 걸려있는 태극기라서 아름다울 것이다.

 

빨리 조국에 자유 평등 평화의 민주주의가 활짝 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광화문에 45미터의 태극기 게양대를 안 세워도 골목마다 거리마다 태극기가 무궁화처럼 피어있을 것 아니오. 미국주택가 처럼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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