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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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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 일기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3-07-28 (일) 23:17:25

8월 5일 장석남시인 초청 문학강연이 있습니다. 동부문협이 주최하고 송정 장석열시인이 회장으로 있는 미동부 팬클럽이 후원합니다.

 

장석열 장석남! 장석열의 동생인가보다 싶지만 아닙니다. 윤영범의 친구입니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윤영범의 고교시절 친구가 틀림없습니다.

 

8년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 갔다가 윤영범을 만났습니다. 그의 당선작 “생선가게 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오현명이 부른 “명태”를 연상케 했으니까요.

 

“생선가게를 성공적으로 하여 돈을 많이 벌었나보죠.”

 

“아니요. 망하는 게 하도 억울해서 ‘생선가게 일기’를 써놨는데 그게 당선됐어요.”

 

“생선가게 하다가 시인이 됐으면 크게 성공한 겁니다.”

 

모습과 목소리에 고교시절의 흔적(痕迹)이 남아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에 날렸던 모양이지요?”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문학모임을 가졌습니다. 인하대학교수로 계신 조병화시인이 지도해주셨습니다. 그때 동아리중에 시인교수가 된 친구도 있어요.”

 

친구자랑을 하면서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로향 곽상희시인이 윤영범친구가 시문학을 강연하러 온다고 연락해줬습니다.

 

‘아하! 고교시절의 그때 그 친구로구나’

 

인터넷을 뒤져 읽어보니 장석남의 시풍(詩風)이 윤영범과 비슷합니다. 조병화식 서정(敍情)이니까요. 윤영범은 내가 아끼는 기독문우회의 국보(?)입니다. 전에 플로리다의 시인 한혜영이 쉽고 아름다운 시를 잘 썼는데 윤영범이 그렇습니다.

 

윤영범의 친구가 온다니? 윤영범을 아는 우리 모두의 친구가 오는 셈입니다. 만나보면 고향시절의 죽마고우를 만난 듯 반가울겁니다. 8월 5일 월요일 밤 7시에 플러싱 금강산에서 만납시다. 밥 값 20$.


 


들판이 나를 불러

 

장석남

  

바람에 흔들리러 집 나온 들꽃들을 보겠네

봄 들판이 나를 불러 그것들을 보여주네

갑자기 저, 노을을 헤쳐가는 새들의 숨소리가 가까이 들리네

숨가쁨이 삶이 아니라면

온 들판 저 노을이 새들을 끌고 내려와 덮인들 아름답겠나

봄은 참았던 말들 다 데려다 어디서 어디까지 웅얼대는 걸까

울컥 떠오르는 꽃 한 송이가 온 세상 흔드는 것 보겠네

오래 서 있으면 뿌리가 아프고

어둠은 어느새 내 뿌리 근처에 내려와 속닥거리고

내 발소리 어둠에 뒹굴다 별이 되면

거기 내 뿌리가 하얗게 글썽임에 젖고 있네

살아 있는 것이 글썽임이 아니라면 온 하늘 별로 채워진들 아름답겠나

그렇게 봄 들판은 나를 불러 봄 들판이게 하고

 

 

 

 

 

 

생선가게 일기

 

윤영범

 

얼음 속, 줄지어 누워

서로의 상처를 덮어주고 있었다

넘은 파도수 만큼 돋아난

비늘을 곱게 두르고

어느 찬란한 바다 속에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방황을 했을 그 심해의 수온을

기억하면서


-비늘을 벗기고 배 따주세요-


어릴적 짙은 들 쑥 내음 같은

비린내 나는 도마 위에서

비늘을 털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추는 추억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살며 주워온 부끄러운 껍질들도 떨어지고

말갛게 드러나는 알몸

배를 가르면 쏟아져 나올까

숨겨두었던 사랑이며, 그리움들이

  
문득 소금끼로 삐걱거리는 가게문으로

파도가 밀려들어와, 생선들은

얼음을 털고 일어나

작은 바다 하나를 만들고

난 새롭게 돋아날

푸른 비늘을 갖기 위해

하루종일 파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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