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은 쥐 잡는 날입니다. 청와대에 쥐 한마리가 들어와 인왕산이 들썩들썩, 4대강 물줄기가 왔다갔다,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입니다.
대한민국의 19대 총선거를 실시하는 4월 11일은 국가의 곡간을 갉아먹고 있는 왕쥐를 잡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 쥐를 잡으러 투표장으로 달려갑시다. 투표함에 집어넣는 우리들의 한표 한표가 곧 쥐약이 됩니다”
▲ KBS-TV 캡처
한국은 지금 쥐잡기 운동으로 난리다. KBS 2TV가 얼마 전 “복희누나” 91회분을 방영했다. 가녀린 여성 한복희가 역경을 헤치고 성공하는 1960년대의 풍물을 그린 드라마였다.
그 때는 쥐가 참 많았다. 반공궐기대회와 더불어 쥐잡기는 정부가 자주 벌리는 만만한 국민행사였다. 그래서 극중에 쥐 잡기광고가 나온 것이다. 노란삼각형표지판 아래에 쥐를 그리고 이런 문구를 넣었다.
“다 같이 쥐를 잡자. 쥐약 놓는 날 4월 11일 오후 5시. 농수산부”
그런데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은 그걸 그만 현실로 해석해버린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의 별명이 쥐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19대 총선거 날이 4월 11일이다. 야당은 4.11을 MB의 심판 날로 정하고 칼을 갈고 있다.
여론에 크게 밀린 여당은 고양이 앞의 쥐가 되어 戰戰兢兢(전전긍긍)하고 있다. 박근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쥐구멍을 못 찾아 右往左往(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4월 11일은 쥐잡는 날”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으니 이런 대박이 어디 있을까? 황의경 PD가 불을 끄려고 해명했다.
“1960년대의 흔한 행사가 반공궐기대회와 쥐잡기였습니다. 드라마를 만들면서 봄철 쥐잡기 날의 기록을 찾아보니 4월 11일이더라구요. 그래서 무심히 그대로 썼을 뿐 악의적인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쥐잡기가 아니다. 일국의 대통령을 쥐로 諷刺(풍자)하여 즐기는 한국백성들의 무지무지한 코미디취향이 문제다. 노무현대통령은 개구리 왕눈이라고 놀려댔다. 눈이 크고 아래 볼이 옆으로 불거져 나와 입을 벌리면 영락없는 개구리의 캐리커처가 됐다.
게다가 말을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이다. 논가를 기어 다니면서 밤새워 울어대는 개구리처럼 그는 거친 말을 잘 쏟아냈다. 그래서 반대파들은 노대통령을 개골개골 개구리, 개구리 왕눈이라고 놀려댔던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은 한수 더 떠 쥐 대접을 받고 있다. 유난히 작은 실눈인데 삼각형 얼굴에 입이 튀여 나와 캐리커처로 그리면 영락없는 쥐 그림이다. 사건이 터지면 노무현처럼 정면 돌파를 못한다. 요리저리 말 바꾸기로 위기를 모면하려 든다는 것이다. 도망갈 길을 찾아 눈치 빠르게 쥐구멍을 찾는 생쥐처럼.
쥐는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인상이 쥐상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을 잡아서는 안 된다. 개구리처럼 생겼다고 탄핵의 돌팔매를 던져서도 안 되는 것처럼....
고향의 어린시절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쥐잡기행사가 참 많았다. 그런 날은 쥐를 잡아 꼬리를 잘라갖고 가야 등교가 허락됐다. 그것도 다섯 마리나. 쥐잡기도 힘들었지만 잡은 쥐꼬리를 자르기는 더 힘들었다.
쥐꼬리 속에는 하얗고 질긴 뼈가 들어있어서 잘라도 잘라도 피만 튕길 뿐 잘라지지 않았다. 작두로 잘라야 하는데 그건 살인하는 것만큼이나 끔찍스러웠다. 나는 궁리 끝에 검은 고무줄을 다섯 토막으로 잘라 시궁창에 담갔다가 신문지에 둘둘 말아 갖고 갔다. 애석하게도 선생님의 살쾡이 눈에 발각되어 얼마나 매를 많이 맞았던가!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인들은 쥐를 마귀역사로 본 것이다.
독립문 제일의 부자 장천순집사는 15년째 교회를 쉬고 있었다. 시험 들어 발을 끊더니 비난만 한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올라온 나는 억지로 대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마당에 절간의 향 피는 냄새가 진하게 불어왔다.
‘아하! 집터가 쎈 집이로구나’
일주일 후에 또 쳐들어갔더니 이번에는 향기가 넘쳐흘렀다. 나오겠구나!
“이집이 집터가 여간 쎈집이 아니군요. 그런데 땅을 이기고 불티나듯 복을 받으셨읍니다. 처음 이사 오셨을 때 쥐가 들끓고 창문이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등 도깨비 귀신장난이 심했을 텐데요?”
부자집 마님은 죽은 친정어머니를 만난 소녀처럼 아주 반가워했다.
“목사님은 족집게처럼 맞추시는군요. 이집은 흉가집으로 소문나서 우리가 헐값으로 샀어요. 해방이후이지요. 쥐가 얼마나 들끓던지 밥상으로 쥐가 뛰어오르고 신혼부부인 우리들의 이불속으로 까지 쳐들어와 우리부부는 그 일을 하다가 기절초풍을 하기도 했어요. 혼자 있으면 창문과 벽장문이 절로 열렸다 닫혔다 해요. 아침에 부엌에 가면 솥뚜껑이 솥안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 남편을 깨워 나가면 감쪽같이 제자리에 있구요. 남편은 제가 신경쇠약에 걸려서 그렇다고 욕만했어요. 빼빼 말라 다 죽어가는 걸 보고 친정어머니께서 오셨지요. 집사님인 어머니는 방 마당 뒤뜰안 부엌을 돌아다니면서 6개월을 기도하셨어요. 그러자 그 많던 쥐새끼들이 사라져 버리고 도깨비장난도 다 도망 가버렸어요. 그러자 불티나듯 남편사업이 번성했어요. 그런데 모시고 살던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교회가 멀어지더라 구요.”
다음 주일에 장천순집사는 교회에 나왔다. 꿈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나타나 빨리 일어나 교회가라고 깨우셨다는 것이다.
뱀띠라서 그런지 나는 쥐와 원수다. 이사 가는 집마다 쥐가 들끓는다. 쥐약 쥐덫으로 掃蕩(소탕)해 버린다. 지금 살고 있는 돌섬 시영아파트에 와보니 쥐가 많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대청소를 하다가 세탁기뒤에 숨어 있는 두 개의 쥐구멍을 발견했다. 쥐구멍을 막아버렸다. 신기 하여라! 3년 동안 매일 들락거리던 쥐들이 얼씬을 안한다. 쥐들이 사라졌으니 복이 밀려들어 오겠지! 아내와 의논하여 아파트문에 큼지막하게 대자보라도 붙여놔야겠다.
立春大吉 開門萬福來 運數大通
청와대에 쥐가 없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쥐구멍을 없애야 하는데?
이명박대통령이 지금은 이렇게 욕을 얻어먹지만 참고 견디면 쥐구멍에도 볓 들 날이 오겠지! 4월 11일은 쥐 잡는 날이 아니리 19대 총선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