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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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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돌섬의 행복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2-10-27 (토) 11:18:06

나는 돈을 좋아하는 목사다. 가난한 돌섬 시영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 사람들은 내가 돈을 싫어하는 줄 안다. 천만에! 나는 꽃다발보다 돈다발을 더 좋아한다.

 

두달전 뉴저지에 사는 부부가 돌섬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배웅하고 들어와 보니 그분들이 앉았던 자리에 400불이 떨어져 있었다. 이걸 어쩌지?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길바닥에 떨어진 돈처럼 주은 돈이니 일단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요?”

“아니오. 본인에게 돌려줘야 해요. 우선 전화로 알려 드립시다.”

 

나는 전화를 하면서도 그 돈은 절대로 내 것이라는 확신범(?) 같은 확신이 들었다.

(설마 그분이 ‘아! 거기 떨어졌었군요. 찾으러 가겠습니다’ 할려구. 설령 실수로 떨어뜨리고 갔을지라도 ‘그거 그냥 쓰세요’ 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 가슴을 떨리게 했다.

 

“허허허. 적은 액수라서 말씀드리기 낯간지러워 슬며시 남겨두고 온 겁니다”

 


 

청빈낙도(淸貧樂道)는 가난해서 즐겁다는게 아니다. 가난해도 즐겁게 사는 길이 있다는 말이다. 나는 가난해도 즐겁게 산다. 그러나 돈이 있으면 더 즐겁게 살 수 있다. 지금보다 10배있으면 10배 즐겁게, 100배 있으면 100배 즐겁게 살수있을 것 같다.

 

부자친구들 덕분에 나는 맨해튼 아파트를 꽤 구경했다. 350만 불짜리 쓰리베드룸 트럼프아파트를 가봤다. 한 달 전에는 엠파이어 빌딩 옆에 있는 콘도오피스도 봤다. 지난 주일에는 맨해튼 다운타운에 있는 아파트를 구경했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그라운드제로 옆에 6년 전에 아파트를 신축했는데 하나 사둔 게 있어요. 입주자가 바뀌어 새 단장을 하고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주말행사가 많아서 시내를 통과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맨해튼에서 가장 비싼 월가의 중심에 있었다. 고속 엘리베이터라서 금방 30층으로 올라갔다. 전망이 대단했다. 서쪽으로 허드슨강이 굽이쳐 흐르고 강 건너 뉴저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동편 두 블럭 옆에 쌍둥이 빌딩자리가 있었다. 무너진 그 자리에 110층짜리 빌딩이 신축되고 있었다. 90% 완성인데 신기루처럼 황홀했다. 미녀가 나체로 서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허드슨강에서 올라온 은빛 인어가 맨해튼의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었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쌍둥이 빌딩 두개를 합친 것 보다 더 훌륭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입니다. 세계최고의 건축대상을 받을게 틀림없어요.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그라운드 제로에 더 아름다운 빌딩을 세우는 미국정신이 대단해요.“

 

길 건너에는 그 유명한 골드만삭스 빌딩이 황금빛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 오른쪽 축구장에서는 어린애들이 축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금싸라기 땅에 축구장을 만들다니? 지역에 사는 선택받은 사람들만 들어 갈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장이었다. 저기서 공을 차는 사람들은 모두가 펠레가 되고 메시가 된 기분이겠지! 주변이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계시록에 나오는 천국의 열두 진주문 황금도성이 이만큼 아름다울까? 아파트는 35층짜리 건물 30층에 있었다.

 

“쓰리베드룸인데 화장실이 네 개 거실이 두 개이네요. 아파트값이 얼마나 되나요?”

“600만 불입니다.”

 

와! 더 놀라운 건 이아파트를 세로 줬는데 월세가 자그마치 2만 불이란다. 서민들의 1년치 월급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집에서 살까?

 

그런데 마침 새 입주자가 와 있었다. 이사를 이틀 앞두고 체크하러 온 것이다. 싱글이었다. 그것도 여자였다. 여자 혼자서 쓰리베드룸에서 살다니? 요강하나만 있으면 될 텐데 화장실이 네 개나 있는 집에서 살다니? 변호사라고 했다. 헐렁한 청바지에 퇴색한 웃옷을 걸치고 있는데 멋져 보였다. 뛰어난 미모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50대초의 독신녀. 힐러리 클린턴 못지 않은 미녀변호사였다.

 

놀라운 건 그것만이 아니다. 월세 아파트를 소개해준 복덕방영감은 소개비로 7만 5천 달러를 받았다나. 그것 말고 또 있다. 2년 계약인데 세입자는 자기 돈 십여만 불을 들여 멀쩡한 실내를 개조했단다. 어메이징 요지경이다. 난 미녀에게 말해줬다.

 

"이 아파트는 맨해튼의 궁궐이요 당신은 맨해튼 왕국의 여왕입니다."

 

구경을 끝내고 아파트주인과 함께 뉴저지로 건너갔다. 부자촌 알파인에 그의 집이 있었다. 750만 불짜리 지하포함 3층 성곽이었다. 페이업 된 완전 내 집이라서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점심을 먹고 난 후라 식곤증이 몰려왔다. 소파에 누워 스르르 잠이 들려고 하는데 집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비몽사몽. 밖에서 들어온 안주인이 버튼을 누르자 2층 양 벽을 덮고 있는 거대한 커텐이 소리 없이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집을 둘러싸고 있는 숲과 화원과 잔디가 창문을 뚫고 거실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아니, 집이 통째로 하늘로 올라가 만산만야의 가을단풍세계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집 주변에는 가을 단풍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750만 불짜리답게 자연과 잘 어울리도록 설계한 집이로구나!

 

나는 소파에 누운 채 가만히 창밖의 자연세계를 음미하고 있었다. 단풍속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소슬바람에 흔들리던 단풍잎 하나가 툭 떨어졌다. 단풍도 떨어지는구나! 생각하는데 두잎 세잎 또 떨어져 내렸다. 떨어진 단풍은 한 바퀴 회전하더니 낙엽처럼 어디로 굴러가 버리는 것이었다. 구르몽의 “낙엽”이 떠올랐다.

 

“시몬, 나뭇잎이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아주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무렵 낙엽모습은 너무나도 쓸쓸하다/ 바람이 휘몰아 칠때 낙엽은 정답게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아하! 부자집의 정원에도 낙엽이 떨어지고 가을이 오는구나. 돌섬으로 돌아가는 차를 운전하면서 묘한 상념에 젖어들었다. 돈은 뭔가? 돈은 좋은 것이다. 헌금을 많이 하면 목사님들은 되게 좋아한다. 일 달러만 적선해도 거지들은 고마워한다. 비싼 음식은 맛이 있다. 그러나 돈으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면 돈도 별것 아닐 것이다.

 

돌섬에 도착하여 차문을 열고 내렸다. 350불짜리 원 베드룸 시영아파트로 올라갔다. 창문을 연다.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이 창가로 다가와 끼억끼억 울어준다.

 


 

행복하다. 돈과 빌딩이 있는 맨해튼도 행복하지만 돈 없는 돌섬도 행복하다. 돌섬에는 바다와 백사장, 바람과 숲이 있다. 늙은 아내와 함께 흙을 만질수 있는 작은 텃밭이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한국여행 중인 아내가 돌아오면 꼭 “홈 스위트 홈”을 합창해야겠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집 내 집 뿐이리...”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1:0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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