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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을 마주한 감동의 여정

테바의 인도성지순례 (10)-끝
글쓴이 : 유정선 날짜 : 2026-08-22 (토) 07:02:02

테바의 인도성지순례 (10)-끝

 


 

어느덧 인도성지순례 공식일정 마지막 날이다. 순례단은 이날도 새벽 3시쯤 기상하여 마지막 짐을 다 챙기고 델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안에서 예불및 기도를 하고 모두가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다시 잠들었고 약 5시간이 지나자 델리 휴게소에 도착했다. 화장실 사용을 하고, 휴게소 안의 자리에 앉아 미리 싸온 도시락으로 아침 공양(供養)을 하였다.

 

델리라는 도시에 왔기에 정말 오랜만에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듯한 느낌이 든다. 정식 화장실도 갖춰져 있고, 테이블과 의자에서 밥을 먹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느 휴게소처럼 짜이와 사모사, 파라타 등의 음식을 팔기도 하여 짧은 시간 놓칠새라 얼른 짜이를 주문하여 마셨다.

 



인도의 수도 델리는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대 문명의 중심지이자 고대 제국부터 현재 행정까지 공존하는 거대 문명도시이다. 델리를 역사적으로 구분 해 보자면 크게 3개로 나눠 볼 수 있다.

 

1. 올드델리(무굴 제국과 델리 술탄 왕조의 수도), 2. 뉴델리(영국 식민지 시절 설계된 현대적 계획도시), 3. 고대 유적(마하바라타 배경인 인드라프라스타 전통 계승. 그리고 주요 문명 유산 으로는 레드포트(무굴 제국의 붉은 요새), 후마윤 묘(웅장한 무굴 양식 무덤), 쿠트브 미나르(13세기 이슬람 승전 기념탑)

 

오늘 우리가 방문할 장소는 델리 국립박물관과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 공원이자 화장터인 라즈가트 이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델리 박물관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본 뉴델리는 교통체증과 인파와 매연, 릭샤의 경적소리, 여러가지 큰 소음(騷音)으로 북적거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정말이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 소음속에 매몰되어 버릴것만 같은 혼잡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곧이어 델리 국립박물관에 들어서자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다른 세계가 열렸다. 소음의 고통에서 순식간에 소음은 멈추고 엄숙하고 거대한 고대 역사의 한복판으로 빨려들어온 듯한 압도감과 해방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박물관은 현대식 박물관이라기 보다 1950년대에 개관한 붉은 사암(砂巖) 건물로 투박하고 빛바랜 조명과 쇼케이스에 세월의 흔적과 신비한 시간의 흐름, 세월이 멈춘듯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인도 대륙은 삼각형의 반도 형태인데 아라비아해와 벵골만, 인도양,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예전에는 하나의 고립된 세계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의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3300년경부터 시작. 하라파, 모헨조다로 등 수백 개의 도시 문명이 확인 되었으며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였다.

 

기원전 1500년경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이동해 온 철기 문명을 가진 아리안족이 갠지스강 유역을 개간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베다 시대를 거쳐 카스트 제도가 자리 잡는 종교시대, 사유(思惟)가 깊어지는 우파니샤드 철학 시대로 이어졌다. 약 300여 개의 나라가 서로 다투던 이 문명의 쇠퇴기에 불교와 자이나교를 비롯 여러 새로운 사상이 등장했다.

 

인도의 주요 왕조와 박물관 유물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 하시길 기원전 3세기 아쇼카 왕의 마우리아 왕조가 인도를 통일한 뒤, 북쪽에서 내려온 쿠샨왕조, 다시 본토에서 일어난 굽타 왕조로 이어졌는데 현재 남아있는 탑과 유물 대부분이 이 세 왕조 시대의 것이다. 이후 무갈 제국의 지배와 영국 식민지 시기를 거쳐 독립에 이르는 역사에 대해서도 말씀 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삐쁘라하와에서 발견된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박물관 내 불교관에 모셔져 있으니 신발을 벗고 삼배를 드린뒤 친견하라는 안내도 해주셨으며 산스크리트 문자 전시실도 둘러볼 것을 권하며, 한글과 비슷한 형태가 많은데 실제 한글 창제에 승려들이 깊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려 주셨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세계 4대 문명 중 인더스 문명의 유물부터 5,000년의 인도 역사가 펼쳐지며 역사적인 스케일에 초현실적인 큰 감동이 밀려왔다. 이곳에서 꼭 봐야할 것은 인더스 문명의 대표 유물인 모헨조다로의 춤추는 소녀상, 신비로운 고대 문자와 동물 그림이 새겨진 석비나 점토 인장, 고대 도시의 정교한 생활상과 청동기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청동, 토기 유물들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할 삐쁘라하와에서 발견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전시된 불교관에 오자 일행은 모두 신발을 벗고 삼배를 하고 한참을 합장을 한 채 바라보았다. 화려한 금빛 사리탑 유리관 속에는 오랜 세월 건너온 사리가 용기 안에 보관되어 있고, 사리용기 뚜껑에는 "석가족이 세존의 유골을 모신다"는 브라만 문명이 새겨져 있다. 2,600 여년을 뛰어넘어 법신(法身)과 마주하는듯한 깊은 경외감과 숙연함으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제 델리 국립박물관을 떠나 우리가 다다른곳은 라즈가트인데 이곳은 인도 뉴델리 야무나 강변에 위치한 1948년 암살당한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공원이자 화장터이다. 역시 이 공간도 시끄럽고 혼잡한 밖의 세계와는 극적으로 대비되는 잘 가꾸어진 넓은 잔디와 나무들이 깊은 평화와 안온함 조용한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반드시 간디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입장 해야 한다. 참배객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조용한 발자국 소리만 들릴정도로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였다.

 



처음 들어서면 소박한 검은 대리석이 보인다. 화려한 기념비 대신 간디가 화장된 자리에는 단순한 검정 대리석 제단만 놓여있어 그의 삶이 느껴진다. 제단 위에는 늘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생전 그가 추구하던 삶의 최고 가치이자 신념의 근거인 진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으로 맞서는 비폭력, 진실과 비폭력에 기초한 저항과 불복종 운동인 사티아그라하, 물레 돌리기 등 국산품을 애용하고 카스트 제도 타파 및 최하층민 권익을 향상하자는 자립과 평등의 마음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16일간의 인도성지 순례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동안 알던 불교, 부처님은 사실 나에겐 큰 위안이지만 거리가 먼 가르침이었다. 소승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등 여기저기서 말하는 내용이 연결이 안되어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늘 동경하고 깨달음에 대한 관심과 열망은 사라지지 않아 마음먹고 있던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공부하다보니 그제서야 하나하나 원리를 알고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다. 언어와 표현이 다르지만 한가지를 얘기 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니 이젠 부처님의 발자취를 직접 따라가 봐야겠다는 결심이 생겨 인도 성지순례까지 하게 된 것이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젊은 붓다는 이 장면을 보고 이렇게 느꼈구나. 이런 고뇌(苦惱)를 했구나. 책과 스님의 법문에서만 듣던 글과 언어가 가슴에 깊이 훅 들어 박혀 자리잡는 체험이었다.

 



인도에 와서 느낀 점은 너무나 많지만 오기 전부터 걱정한 것이 화장실 문제였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에 화장실이 없어 길거리나 하천 등에서 볼 일을 볼 정도라는데.. 순례하며 긴시간 버스로 이동하며 잠깐씩 차를 세워주면 일행은 야외에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한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매우 걱정이 되면서도 남들 다 하는데 못할게 뭐 있나 이런 위로도 했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니 많은 갈등이 생겼다. 그런데 처음 한번이 힘들지 점차 자연스레 야외에서 해결을 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 인도인에게 너희 나라엔 왜 화장실이 부족하냐 물으니 "왜 천지 사방이 화장실인데 차고 넘치지" 라고 대답 했다고 한다. 모든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나라고 고집한 그것을 내려놓으니 불가능할게 없다. 하지만 인도의 화장실 문제는 정말 심각하긴 하다. 열악한 화장실 문제로 야기(惹起)되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니 말이다. 그래도 인도 정부의 "클린 인디아 캠페인"으로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하니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잊지 못할 장면은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직접 목격한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의 화장터 장면이었다. 시장통에 발디딜 틈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다니고 물건을 사고팔고, 음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며 돈을 벌고, 누군가는 구걸을 하고, 누군가는 관광객으로 구경을 하며 큰소리로 싸우는 사람, 왁자지껄 떠들며 웃는 사람들, 어디에서 온지 알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삶을 살아가는 한켠에선 저렇게 타고 있는 저것이 한때 나처럼 살아 숨쉬며 살아가던 한 인간의 모습이라니 한 공간에서 생로병사가 공존하고 있음에 무상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부처님 성지중 가장 잊지못할 장소는 쿠시나가르의 열반당 이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준 위대하기만 한 신화속 인물과도 같은 부처님이 입멸(入滅)하셔 누워 계신 모습을 마주했을때 큰 슬픔속에 생의 마지막까지 제자를 맞이하고 가르침을 전했던 스승의 깊은 애틋함은 언어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진한 초연함이 느껴졌고 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결론은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누구인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과 소소한 삶의 걱정들을 내가 붙들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그것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때가되면 올것은 오고, 갈것은 간다. 그러니 그저 매순간 지금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삶면 되는 것이다.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묵은때를 닦아낸 느낌이다.

 



태바의 인도성지순례 10화 여기서 마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글 사진 유정선 | 미주한인우리세상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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