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시민권자라면 뉴질랜드 旅券을 소지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 가운데 약 1만3000여명이 뉴질랜드 시민권자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니까 뉴질랜드 여권 소지자도 1만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뉴질랜드 여권의 표지는 검정색이며 뉴질랜드 문장과 실버펀이 새겨져 있다. 뉴질랜드 여권이 다른 어느 나라의 여권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최근 들어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권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생체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뉴질랜드 여권이 미국여권이나 한국여권에 비해 특별한 첨단 기능이 부가되어 있다는 소리는 들은 바 없다.
그런데 뉴질랜드 여권이 다른 나라의 여권하고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여권의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으며 또한 늘리는 것이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여권은 반대로 10년 유효기간을 5년으로 줄였다. 뉴질랜드 정부당국은 지난 2005년 생체여권으로 바꾸면서 10년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절반 뚝 줄였다.
한국 여권은 성인의 경우 10년 유효기간의 여권이다. 미국여권, 호주여권, 영국여권도 역시 10년 유효기간의 여권들이다. 유독 뉴질랜드 여권만이 5년짜리다. 뉴질랜드 여권은 5년마다 更新을 해야만 한다. 뉴질랜드 정부당국이 도대체 왜 2005년 갑자기 여권을 생체여권으로 진보시키면서 여권의 유효기간을 절반으로 줄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여기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있다. 뉴질랜드 정부당국이 유효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여권 발급 수수료를 71달러에서 153.30달러로 두배 이상 인상했다는 사실이다. 뉴질랜드 여권이 얼마나 비싼 여권인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우선 한국 여권 10년짜리의 경우 발급 수수료가 5만5000원이다. 그러니까 요즘 환율로 말하자면 60달러가 채 안되는 셈이다.
뉴질랜드 여권은 5년짜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격은 한국여권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되는 153.30달러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호주여권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호주 여권은 10년짜리이며 293달러에 달한다. 5년짜리 뉴질랜드 여권에 비하면 조금 싼 편이다.
가장 첨단여권임을 자랑하는 미국여권은 10년짜리가 170달러이다. 영국도 10년짜리 여권이 150달러다. 이처럼 대부분의 나라 여권이 10년짜리임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여권에 비해 크게는 절반 이상 싸다. 여권이 싸다고 그 여권의 갖고 있는 권리가 싸구려는 아닐 것이다.
최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퍼스트당 당수가 정부당국이 여권발급으로 지난해 무려 7900만달러의 수입을 얻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물론 큰 수익을 올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다른 나라에 비해 여권발급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예컨대 4인 가족의 경우 해외여행을 위해 뉴질랜드 여권을 만들 경우 450달러가 있어야만 한다.
뉴질랜드 정부당국이 여권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권발급으로 지진난해에는 43만2889명에게서 6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55만7090명을 통해서 7880만달러의 수입을 얻었다.
뉴질랜드 여권은 5년짜리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4년6개월짜리라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효기간 만료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남은 여권의 소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뉴질랜드 여권을 가지고 여행을 하려면 사실상 4년 6개월도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갱신해야만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당국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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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권을 혹시나 필요할까봐 해서 발급을 받았다가 한동안 그냥 장롱 속에 넣어둘 경우 막상 여행을 하려고 하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여권이 되고 만다. 결국 해외여행을 자주 하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의 경우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뉴질랜드 여권을 다시 만들어야만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권발급 수수료 외에도 사진을 찍어야 하고 오고 가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뉴질랜드 여권은 그야말로 애물단지인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당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세금수입이 적은 편이어서 각종 공과금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살면 살수록 느끼게 된다. 예컨대 뉴질랜드에서는 주먹만한 강아지 한 마리를 길러도 연간 100달러, 그러니까 한국돈으로 거의 10만원의 공과금을 부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은 나라이니까 사는 것도 돈이 많이 드는 것일까? <소니리/soniele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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