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복싱 세계헤비급챔피언을 지낸 제임스 제프리스는 무패의 전적으로 은퇴한뒤 ‘위대한 백인의 희망’이라는 책임을 짊어지고 復歸(복귀)했다.
잭 존슨이라는 흑인복서가 헤비급챔피언에 오른 뒤 백인선수들을 무참히 짓밟으며 당시 백인위주의 미국사회를 뒤흔들고 있었기때문이었다. 즉 흑인챔피언을 때려눕히고 다시 백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를 바라는 열망을 외면하기 힘들어 복귀를 한 것이었다. 물론 그는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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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축구황제 ‘펠레’는 조국 브라질에 세 번의 월드컵 우승을 안긴뒤 1970년 국가대표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1974년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린 브라질을 펠레에게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히려했다.
하지만 펠레는 국민적인 열망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복귀를 거부한뒤 축구不毛地(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영웅 펠레를 반역자라고 비난하며 그가 마음을 바꾸기를 바랐지만 펠레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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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선수에게 복귀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미 정상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루고 현역을 떠났던 선수가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고 얼마나 큰 고통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물론 프로선수에게 금전적인 이유가 복귀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프로선수들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뒤 재산관리에 실패해 뒤늦은 나이에 복귀를 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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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포먼처럼 20대 후반에 은퇴했다가 40대에 복귀해 다시 챔피언에 오른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 세계정상에 다시 서는 것은 처음 올라가는 것보다 배 이상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가운데 한국이 배출한 불세출의 피겨스타 김연아가 다시 한번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아이스쇼에 몰두하며 경쟁과는 거리를 두고 살던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지 약 2년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그같이 밝혔다.
한국언론들은 김연아의 복귀결정을 크게 환영하고 있으며 외국언론들도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본아사이TV는 김연아의 복귀만으로 올림픽 여자피겨스케이팅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미국 유니버셜스포츠는 “여왕이 왕좌를 탈환할 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피겨전문웹사이트 아이스네트워크에서는 김연아의 복귀 성공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응답자 가운데 50%가 곧바로 다시 정상에 올라설 것이라고 대답했고 30%는 적응기간을 거쳐 정상을 탈환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80%가 김연아의 왕좌 복귀에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선수생명이 짧은 여자피겨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역사상 2차대전이후 올림픽 여자피겨 싱글부문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뿐이다.
선수생명이 보다 긴 남자부문에서도 2006년 토리노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빙판위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예브게니 플로센코가 오랜 공백 끝에 복귀해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2위에 머물고 말았다.
한국언론은 김연아의 복귀선언에 대해 “올림픽 영웅에서 돈을 쫓는 대중스타로 스스로 격을 낮췄던 김연아가 다시 영웅이 되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다. 기자는 “스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지만 영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기억된다”고 스타와 영웅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연아가 다시 정상에 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라이벌 일본선수들은 김연아에 대한 雪辱(설욕)을 다짐하고 있고 김연아가 쉰 지난 2년동안 러시아의 십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4년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는 러시아선수들에게는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건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김연아의 복귀는 가치가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 News Korea Texas, Inc.(www.newskorea.com) 제공, ‘김홍식의 스포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