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1989년 3월에 있었던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 선수권 대회 C풀 경기에서 남북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공동 응원단장을 맡았던 나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어 가고 있어 감회(感懷)가 새롭다.
특히, 시드니로 날아 든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찼다. 나는 옛 신문 다시 보기로 한겨레신문 4월 4일자 사설 ‘시드니의 합창은 단일팀 구성의 이념’과 3월 23일자 기사 한겨레 ‘아리랑합창 세계가 갈채’를 찾아 보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열정적인 몸짓이 역사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시드니 한인동포들이 공동 응원한 시합은 1989년 3월 21일 남북한 경기, 3월 22일 남한과 호주 경기 그리고 3월 26일 북한과 호주 경기였다. 그때 열기는 정말로 뜨거웠다. 당시 한인회 어르신들이 필자에게 너무 열광적이니 열기를 좀 식혀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으니까.
한국민족자료실 청년들이 남북 공동 응원에 적극 나선 것은 1988년부터 남한에서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통일에 대한 관심과 맥을 같이했다. 또한 1988년 11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시드니 방문 때 두 차례 시위를 위해 모였던 청년들이 동 단체의 회원이 되면서 힘이 커진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3월 있었던 남북 아이스하키 경기 응원 이후, 한국민족자료실은 1989년 7월에 평양에서 있었던 제 13차 세계 청년학생 축전 참가를 준비하던 중 한국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요청을 받고 임수경 학생이 평양에 갈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이 일로 한국민족자료실은 시드니에 있던 단체임에도 한국정부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동 단체 회원이면서 부산 기독병원에 의료선교사로 가 있던 김진엽 치과의사는 이 일과 관련되어 호주 시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철창에 갇혀 1년 6개월 옥살이를 하기도 했으니.
한국 정부의 탄압으로 시드니 청년운동은 더욱 강해 졌다. 한국민족자료실은 재호 한국청년 연합 (재호 한청련)으로 발전되어 1990년에는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청년 운동 단체 연합체인 해외한국청년연합 결성에 참가하게 된다. 재호 한청련은 해내외 동포들, 타민족들과 연대하여 자주 민주 평화 통일 관련 활동과 사업을 15년이 넘게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 .
1989년 당시에는 시드니 한인 사회에 신문과 잡지 발행이 미흡했고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발행하던 때라 홍보하기도 어려웠다. 한국민족자료실 청년들은 회의를 통해 공동 응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를 알리는 전단지를 만들어 시드니 동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하고, 전화로도 공동응원 참가를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으니까. 당시 시드니 한인회의 적극적인 후원했다.
1989년 3월 21일 블랙타운에서 있었던 남한과 북한 경기에는 1500명 정도의 동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을 했다. 가장 많이 부른 노래는 아리랑 목동, 아리랑, 고향의 봄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남북선수들을 위한 공동 환송회도 감동적이었다. 3월 말 경기가 끝나고, 한인 단체들 및 교회 등에서 음식을 만들어 와서 선수 숙소가 있었던 곳 운동장에서 진행했던 환송회는 화기애애했다.
특히, 한국 민족자료실 청년들이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베푼 조촐한 송별회를 나는 잊을 수 없다. 북한 선수들이 떠나기 전날 밤, 우리들이 음식과 술을 준비해 북한 선수들의 숙소를 찾아 갔다. 남과 북 출신 청년들의 순수했던 송별회, 29년 전 그날밤 함께 부르던 노랫소리가 지금도 뜨겁게 귀에 들려온다. 송별회가 끝나고 북한 선수들과 우리는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도 많이 흘렸던 기억이 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드니 동포들의 그 뜨거운 응원에북한 청년들은 감동했다. 덩치 큰 선수가 ‘응원대장 동지 언제 다시 만나요’ 라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이번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져서 30년 지기 나의 시드니 벗들은 다 기뻐한다. 그때가 생각나는가 보다. 1989년 3월 말에 남북체육회담이 열리고 그 후 한반도기가 만들어졌다. 남북 공동응원도 남북 단일팀도 생겼다. 시드니의 아리랑 합창이 평화 합창으로 발전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한반도의 반전 평화의 길이 넓게 열리기를 희망한다.
<이상 NBC 캡처>
시드니 촛불연대 활동가
신준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