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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길거리예술 감상법

글쓴이 : 유로저널 김현화 날짜 : 2012-05-27 (일) 12:41:55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은 늘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왜냐면 그 곳은 영국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엿볼 수 있는 흥미거리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종의 국가라고 하면 먼저 미국을 떠올리지만 정작 가장 많은 인종이 사는 곳은 영국 런던이란다.

유동인구의 반 이상이 외국인이고 그들이 쓰는 언어도 가지각색이니 런던에서는 영어를 유창히 구사하는 영국인 신사의 모습을 찾기란 이제 쉽지가 않다. 이런 다양함을 지니고 있으니 런던이라는 도시는 색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 또한 쉽다. 그래서 코벤트 가든을 가면 영국에 스며든 많은 문화들의 부분부분들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쉽다.

코벤트 가든에 모여든 식당과 가게들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옹기종기 모여든 작은 가게와 노점상들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별난 장신구, 옷, 골동품 등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유혹하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사람들의 구매유혹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에서 벗어나 거리를 걷고 있으면 돈을 낼 필요는 없으나 수준 높고 가치 있는 공연이나 퍼포먼스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무심결에 스쳐 지나가면 놓칠 수도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휴먼 스테츄(Human Statue)이다. 만약 타이밍이 안 좋아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때 그 옆을 지나쳤다면 ‘진짜 사람처럼 똑같이 만들었네’ 라는 생각만 할 것이다. 그건 진짜로 참 사람처럼 생긴 조각작품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이 粉牆(분장)을 하고 움직임 없이 서 있으니 그만큼 리얼리티한 조각작품이 또 어디 있겠는가?

 

현대미술은 그 장르간의 경계가 점점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이게 평면작품인지, 설치인지, 아니면 조각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가니 말이다. 이 휴먼 스테츄들의 퍼포먼스도 – 난 퍼포먼스 아트라고 하고 싶다. 단순히 길거리 공연이라고 하기에는 세심한 분장에 대한 행위자의 노고와 가끔씩 볼 수 있는 그들 행동의 기발한 재치가 과소평가 되는 듯하다 – 정확히 무엇이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영화에서 본 듯한 복장을 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길거리 한복판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마치 사악한 누군가에 의해 魔法(마법)에 걸려 얼어붙은 듯 자세를 고정해 있는다. 유심히 바라보면 눈동자의 움직임조차도 느낄 수가 없다. 돌이 되어 버린 사람들 같다. 움직이는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그들이 머물고 있는 자리에만 시간조차도 멈춘 듯 고요함이 감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살금살금 걸어가 검지 손가락 끝을 내밀며 만져보려고 다가가 본다. 잠자고 있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거다.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크게 뜨면서 성큼성큼 움직이기 시작한다. 얼굴만 조심스레 내밀고 보고 있던 어른들도, 큰 마음먹고 용기를 내 다가간 아이조차도 화들짝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들 난다.

가끔씩은 너무 놀란 나머지 큰 일이 터진 듯 괴성을 지르는 여자들도 있다. 이미 한 숨 돌린 구경꾼들은 그 모습이 더 우습다. 나는 나중에는 휴먼 스테츄를 구경하는 것 보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구경하는 게 더 흥미로웠다.

관광객이 많은 곳을 가면 많은 볼거리와 신기한 것들을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자기 나라의 전통악기를 들고 나와 연주하는 사람들이나 서커스 공연이나 마술처럼 신기한 모습을 연출하는 이들, 혹은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들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나 휴먼 스테츄는 이러한 볼거리와 다른 점이 있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 악사의 악기나, 마술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놀라운 마술 기구, 아니면 화가의 손끝에서 나온 멋진 그림 한 장과 달리 이 휴먼 스테츄는 간접적인 도구를 쓰지 않는다.

행위를 하는 행위자의 신체가 모든 것을 말한다. 행위자는 퍼포먼스를 하기 전 자신의 얼굴과 신체에 색을 입혀 옷이나 마스크를 쓴 듯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분장에 맞게 자세를 취한다. 보는 이들은 일반적인 공연들처럼 행위자의 퍼포먼스를 감상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감상법은 그냥 마냥 서있는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멈춰진 듯한 그 휴먼 스테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우리도 그냥 멈춰 있는 거다. 너무나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에 살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요즘, 그들 앞에 서서 잠시 멈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듯하다.

또 다른 방법은 그들의 행위를 유도해 빨리 한바탕 웃어보는 거다. 왜 겁내면서 다가가지 못하나? 그냥 성큼성큼 다가가 쿡 찌르고 도망가는 거다. 아마 당하는 행위자조차도 그런 구경꾼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게 보통이지 그렇게 용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먼 스테츄가 움직이는 것을 보려고 기다리느니 자랑스럽게 걸어가 한번 시원하게 만져본 후 그 통쾌감도 맛보고 옆에서 ‘언제 움직일까’하고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시원스런 웃음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당당하고 힘찰 것이 분명하다.

현대 미술사에서 퍼포먼스 미술은 중요한 장르 중에 하나다. 우리가 잘 아는 자랑스런 한국인 작가 백남준씨도 – 사실 한국태생이긴 하나 10대 때 일본으로 건너가 독일, 미국에서 주로 작업활동을 하였으니 한국이 만들어 낸 국제적인 작가라고는 볼 수 없다-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

60년대 ‘플럭서스(Fluxus,흐름, 끊임없는 움직임)’라는 행위예술 모임을 만들어 바이올린을 부수거나, 물통에 머리를 박고 피아노를 치는 등 미술사를 모르고는 일반 관객이 봤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런 행위들에는 복잡한 이론과 심각하고 난해한 의미가 숨어 있을 지 모르나 휴먼 스테츄의 퍼포먼스에는 웃음과 즐거운 놀라움만 있으니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켜볼 수 있는 예술문화의 한 모습이라 하겠다.

* 유로저널(www.eknews.net) 제공 ‘한 예술가의 영국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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