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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과 사(私) 국가의 또다른 폭력 ‘손배청구’


글쓴이 : 클레어 함 날짜 : 2018-03-23 (금) 12:10:27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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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지지율을 자랑했던 대한민국의 공적, 박근혜가 탄핵(彈劾)된 지 어언 일년이 지났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아마도 그가 탄핵되던 날, 그 싸움의 선두에 섰던 세월호 가족분들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기쁨의 행진을 하던 날이었을 것이다. 행진중에도 노랫가사때문에 울먹이시는 분도 계셨지만, 청와대앞에서 확성기로 "방빼!"라고 외쳤던 그 순간은 정말이지 황홀(恍惚)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그 당연한 명제를 온 몸으로 확인하는 순간인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로부터 일년 뒤, 나는 다시 청와대 앞을 행진했다. 이번에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는 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함께 하며, 또 다시 "전원복직 약속을 이행하라"는 현수막을 옆에 들며 걸었다. 일년전과는 반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혹자는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인본주의 정부가 탄생했다고 기뻐하지만 나는 그토록 한국인임이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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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행진하던 스님이 오체투지는 신체의 다섯 부위를 땅에 대고 절하는 것으로 부처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예라고 들었다. 그러나, 얼핏 듣기에는 아주 고상한 의사표현 같지만, 왜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의해 짓밣힐 대로 짓밣힌 이들이 이 힘든 육체의 고통을 감내하며 도심 한 복판에서 또 땀을 흘려야만 하나 의구심이 들었다. 한국 사회의 부끄러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그간의 나의 무관심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 힘들었다.

 

회계조작으로 부당하게 정리해고 당하고, 파업했다고 경찰특공대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고, 가해자인 경찰과 국가는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이들을 때리느라 망가진 헬리콥터와 장비를 보상하라며 몇십억을 청구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수백명이 연행되고 구속되었다. 도대체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전세계 어디에도 본 적이 없다. 손배가압류 피해는 자랑스러운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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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이 다 되가는 지겨운 싸움을 끝장내고자, 김득중 지부장은 4번째 단식에 돌입했고 매일매일 말라가는 모습은 그를 아끼는 이들의 애를 태운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치열한 싸움에 정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유력한 정치인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팔 걷어붙이지도 않는다. 이 비극의 뒤에 권력과 국가가 팔짱끼고 있는 것이 현 헬조선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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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파탄 나버린 이들의 삶을 제대로 봉합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법원으로 경찰서로 교도소로 끌려 다니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경찰이 과거의 국가폭력에 사죄하고, 법무부가 고소를 취하(取下)하면 될 일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 문제는 사기업과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쌍용차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많은 인권 활동가들도 이런 소극적인 견해에 동조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사기업이 부정한 불법행위를 할때 국민이 큰 피해를 얻는다면 국민 한 사람이 피해자라도 그건 공공의 문제인 것이다. 더군다나 국가 폭력으로 크나큰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쌍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에 먼저 눈을 돌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적인 가치라고 본다. 국가가 파업현장에 폭력을 행사할때는 사기업 직원들이어서 괜찮고, 복직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건 사적인 문제이니 정부가 나서면 안되는 건가?

 

"사람이 먼저"인 문재인 정부에서 이 광란의 고문(拷問)이 멈춰지길 바란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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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중 지부장

 

* 아래 글은 쌍용차 김정욱 사무국장 글의 일부를 (그의 동의하에) 내가 편집 (요약정리)한 것이다.

 


"2009년 5월 쌍용차 노동자 2646명의 대규모 정리해고 파업을 앞두고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쳤을 때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해 4월부터 해고자들은 건물에서 떨어서 죽고,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으며,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아내도 자살을 했다.

 

1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해고자 187명 가운데 고작 39명만이 복직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또다시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갔고, 그 사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은 29명이나 죽었다.

 

이와중에, 이명박 정권의 잔인한 탄압이 있었다. 141명이 구속되고, 400명 이상이 연행되고,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게다가, 국가 이름으로 47억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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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얼킨 쌍용차 문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경찰 폭력과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이는 한국의 노조활동에 패키지로 따라 붙는 것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한 "메이드인 코리아" 노동탄압 수단이다. 경찰과 회사는 파업을 강경진압한 후 파업에 참여한 184명과 노조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14억원을 제기했고, 주택과 월급 등도 가압류했다.

벼랑 끝에 놓인 노동자들을 다시 죽음의 문턱으로 미는 이 소송은 결국 파업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자본과 국가의 노골적인 협박이다. 물론,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사례는 쌍용자동차 뿐만 아니라 철도노조, 한진중공업,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하이디시지회, 구미KEC지회, 3M 등에도 적용되며, 이들에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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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쌍용차 손배가압류 문제가 특이한 점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가 민사 소송의 원고란 점이다. 경찰에 맞아 뼈가 부러지고 허리에서 골수가 쏱아져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해고자들에게 경찰이 나서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는 사실이다. 진압 당시 노조원들의 폭력행사로 손괴된 장비와 다친 경찰관들에 대한 치료비 그리고 위자료 등 약 14억원 (지연손해금을 포함하면 총액 약 30억원)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진압용 헬기와 기중기 등 고액 장비에 대한 수리비다. 서울고등법원은 어처구니 없게도 국가가 청구한 대부분을 받아들였고, 금년 3월 현재, 47억원에 대한 금액으로 패소한 채 대법원에 계류(繫留) 중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약하기 위해 국가 이름으로 악용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당장 파기 돼야 한다. 쌍용자동차가 그 첫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평생 본 적도 만져 본 적도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 앞에 쓰러지고 죽어 간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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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클레어 함 | 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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