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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여한가(餘恨歌)

글쓴이 : 신필영 날짜 : 2015-11-20 (금) 11:22:43

 

- 옛 어머니들의 시집살이, 자식 거두기,

질박한 삶을 노래한 글과 사진입니다.

꾸민 이야기가 아닌 순박한 삶의 표현입니다.

마치 종처럼, 머슴처럼 산 기록을

이 글로 대신 체험해 보세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옛 어머니의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



어머니1.jpg


 

쇠락하는 양반댁의 맏딸로 태어나서

반듯하고 조순하게 가풍을 익혔는데

일도 많은 종갓집 맏며느리 낙인 찍혀

 

 

열 여덟 살 꽃다울제 숙명처럼 혼인하여

두 세 살씩 터울 두고 일곱 남매 기르느라

철 지나고 해 가는 줄 모르는 채 살았구나!

 

봄 여름에 누에치고, 목화 따서 길쌈하고

콩을 갈아 두부 쑤고, 메주 띄워 장 담그고

땡감 따서 곶감 치고, 배추 절여 김장하고

 

 

 

 

 

호박 고지 무 말랭이 넉넉하게 말려두고

어포 육포 유밀과 과일주에 조청까지

정갈하게 갈무리해 다락 높이 간직하네.

찹쌀 쪄서 술 담그어 노릇하게 익어지면

용수 박아 제일 먼저 제주부터 봉해두고

시아버님 반주꺼리 맑은 술로 떠낸 다음

청수 붓고 휘휘 저어 막걸리로 걸러내서

들일하는 일꾼네들 새참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시루 걸고 소주 내려 묻어두네.

 

 

 

 

어머니2.jpg

 

피난 나온 권속들이 스무 명은 족한데

더부살이 종년처럼 부엌 살림 도맡아서

보리쌀 절구질해 연기로 삶아 건져

밥 짓고 국도 끓여 두 번 세 번 차려내고

늦은 저녁 설거지를 더듬더듬 끝마치면

몸뚱이는 젖은 풀솜 천 근처럼 무거웠네

 

 

 

 

 

동지 섣달 긴긴 밤에 물레 돌려 실을 뽑아

날줄을 갈라 늘여 베틀 위에 걸어 놓고

눈물 한 숨 졸음 섞어 씨줄을 다져 넣어

한 치 두 치 늘어나서 무명 한 필 말아지면

백설같이 희어지게 잿물 내려 삶아내서

햇볕에 바래기를 열두 번은 족히 되리

 

 

 

어머니3.jpg

 

 

하품 한 번 마음 놓고 토해보지 못한 신세

졸고있는 등잔불에 바늘귀를 겨우 꿰어

무거운 눈 올려 뜨고 한 뜸 두 뜸 꿰매다가

매정스런 바늘 끝이 손톱 밑을 파고들면

졸음일랑 혼비백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손끝에선 검붉은 피 몽글몽글 솟아난다.

 

 

 

 

 

내 자식들 헤진 옷은 대강해도 좋으련만

점잖으신 시아버님 의복 수발 어찌 할꼬?

탐탁잖은 솜씨라서 걱정부터 앞서고

공들여서 마름질해 정성스레 꿰맸어도

안목 높고 까다로운 시어머니 눈에 안 차

맵고 매운 시집살이 쓴맛까지 더했다네

 

 

 


어머니5.jpg


 

 

침침해진 눈을 들어 방안을 둘러보면

아랫목서 윗목까지 자식들이 하나 가득

차 내버린 이불깃을 다독다독 여며주고

막내 녀석 세워 안아 놋쇠 요강 들이대고

어르고 달래면서 어렵사리 쉬 시키면

일할 엄두 사라지고 한숨이 절로 난다

 

 

 

 

 

학식 높고 점잖으신 시아버님 사랑방에

사시사철 끊임없는 접빈객도 힘겨운데

사대 봉사 제사는 여나무 번 족히 되고

정월 한식 단오 추석 차례상도 만만찮네

식구들은 많다해도 거들 사람 하나 없고

여자라곤 상전 같은 시어머니 뿐이로다

 

 

 

어머니7.jpg

 

 

고추 당추 맵다해도 시집살이 더 매워라.

큰 아들이 장가들면 이 고생을 면할 건가?

무정스런 세월가면 이 신세가 나아질까?

이 내 몸이 죽어져야 이 고생이 끝나려나?

그러고도 남는 고생 저승까지 가려는가?

어찌하여 인생길이 이다지도 고단한가?

 

 

 

 

 

토끼 같던 자식들은 귀여워할 새도 없이

어느 틈에 자랐는지 짝을 채워 살림나고

산비둘기 한 쌍 같이 영감하고 둘만 남아

가려운데 긁어주며 오순도순 사는 것이

지지리도 복이 없는 내 마지막 소원인데

마음 고생 팔자라서 그마저도 쉽지 않네

 

 

 



어머니11.jpg


 

 

 

안채 별채 육간 대청 휑하니 넓은 집에

가믄 날에 콩 나듯이 찾아오는 손주 녀석

어렸을 적 애비 모습 그린 듯이 닮았는데

식성만은 입이 짧은 제 어미를 탁했는지

곶감 대추 유과 정과 수정과도 마다하고

정 주어볼 틈도 없이 손님처럼 돌아가네

 

 

 

 

 

명절이나 큰 일 때 객지 사는 자식들이

어린 것들 앞 세우고 하나 둘씩 모여들면

절간 같던 집안에서 웃음 꽃이 살아나고

하루 이틀 묵었다가 제 집으로 돌아갈 땐

푸성귀에 마른 나물, 간장, 된장, 양념까지

있는 대로 퍼 주어도 더 못 주어 한이로다

 

 

 

 

어머니16.jpg

 

손톱 발톱 길 새 없이 자식들을 거둔 것이

허리 굽고 늙어지면 효도 보려한 거드냐?

속절없는 내 한평생 영화 보려한 거드냐?

꿈에라도 그런 것은 상상조차 아니 했고,

고목 나무 껍질 같은 두 손 모아 비는 것이

내 신세는 접어두고 자식 걱정 때문일세.

 

 

 

 

회갑 진갑 다 지나고 고희마저 눈앞이라

북망산에 묻힐 채비 늦기 전에 해두려고

때깔 좋은 안동포를 넉넉하게 끊어다가

윤달 든 해 손 없는 날 대청 위에 펼쳐 놓고

도포 원삼 과두 장매 상두꾼들 행전까지

두 늙은이 수의 일습 내 손으로 지었네

 

 

 

어머니13.jpg

 

 

무정한 게 세월이라 어느 틈에 칠순 팔순

눈 어둡고 귀 어두워 거동조차 불편하네

홍안이던 큰 자식은 중늙은이 되어 가고

까탈스런 영감은 자식조차 꺼리는데

내가 먼저 죽고 나면 그 수발을 누가 들꼬?

제발 덕분 비는 것은 내가 오래 사는 거라

 

 

 

 

내 살 같은 자식들아 나 죽거든 울지 마라!

인생이란 허무한 것 이렇게 늙는 것을

낙이라곤 모르고서 한평생을 살았구나!

 

~옮긴글 ~

 

 

 

인연 따라 세월 따라

- 아내와 함께 어머니에게 다녀와야겠다-

 

신필영 / 워싱턴DC 2010/11/12

 

 

 

 

어제는 11월9일

 

 

어머니가 돌아 가신지가 6 년이나 지났다.

1935년11월9일(음력10월11일)

 

나를 낳으시고

2004년11월9일 내 생일 날에 돌아 가셨다.

 

불효막심 했던 나에게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생일 날에 돌아 가셨나 보다.

 

 

 

11월9일은 나의 날 이다.

 

 

1935년11월9일 (음력 10월11일) 생인 나와

1940년 11월10일 (음력 10월11일) 생인 아내와

 

생일이 음력으로 같은 날이기도 하다.

부부의 생일이 같은 날인 것이다

아내가 칠순을 맞았다.

1962년 4월1일에 23살의 나이에

28살의 나와 결혼을 했으니

48년이란 세월이 간 것이다.

 

 

인연 따라, 세월 따라

살아 온 세월이 그 얼마인가.

 

칠순 기념 여행으로 서울을 다녀 온 후에

어제는 아내가 좋와하는 북경 오리집에 갔다.

돌아 오는 길에서 아내는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Solveig's Song을 부르고 있었다.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 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아 ! 그러나 그 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 하여 늘 고대 하노라.

 

아내가 왜 그런 노래를 중얼거러리듯 하는지

나는 묻지를 않했다.

생일 날에 부를 노래는 아닌성 싶다.

아마도 세월 갔음을 중얼거리가

자기도 모르게 나 온 것일게다.

아 !

인연따라, 세월 따라

함께한 그 세월이 얼마인가.

 

 

 

나를 사랑하는 어머니

 

나를 사랑하는 아내

 

이 가을 11월9일에 생각한다.

내일은 아내와 함께

어머니에게 다녀 와야겠다.

 

 

 

2010년11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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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이 글을 쓴지가 만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아내의 70세 생일날에 쓴 記錄이니 아내 나이가 75세가 되었다

 

 

지난주 2015.11.9.에는 Las Vegas에서 80 傘壽를 아내와 함께 보냈다

 

많은 친구들에 싸여 꽃다발도 받고 케익도 자르고 生日 祝歌도 들었다

 

아내와 生日이 같은날(음력)이였으니 더욱 幸福한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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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7.jpg

 

1961년4월1일 결혼 나이를 한국 나이로 합하면 (24+29=53)이니 말이다

 

2015년 금년으로 결혼 53주년과도 一致한다

 

가히 傘壽에 걸 맞는 뜻 깊은 날이 아닌가

 

 

 

 

11월9일은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1년이나 되었다

 

나를 낳고 낳으신날 돌아가셨으니 하늘의 뜻이 아니랴

 

또 5년이 지나갈 것이다

 

 

또 다른 5년후에도 <어머니와 아내와 내가 >함께 할 수 있을까

 

5년 후에 다시 이날을 記憶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因緣 따라 世月 따라

 

 

2015년11월19일 (申必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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