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인포로스 통신의 유리 알렉세예프 국제문제평론가가 올림픽 개막 직전인 8일 기고한 칼럼입니다. <편집자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화의 사신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 전개 전망에 대해 한국 관계자들과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던, 미국의 외교관 죠셉 윤 대북정책 특별 대표는 “"올림픽에 이르기까지의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미 협력 수준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존재가 강력함과,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방어 의무에 절대적으로 충실할 것임을 보여 줄 것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런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거기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132회 IOC 총회 개회식 축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포츠를 통한 교류와 소통이 곧 평화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축사를 배경으로 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말과 그의 말에 대한 언론 보도는 매우 두드러져 보인다. 펜스 부통령의 한 보좌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있는 동안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억압적 실상을 지적하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정권의 이미지”를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뿐임을 상기시킬 계획이다. 펜스 부통령 스스로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인내 끝났다'는 것을 전하러 평창에 온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하필 이런 미국의 선의를 전하는 사신이 가장 시기를 잘도 골라서 동계올림픽에 이 사실을 전하러 오다니.
미국은 남북의 올림픽을 계기로 한 화해 움직임을 모두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한국 내 반대파들도 수근거린다. 이런, 좌파라니까, 문재인이 북한 공세에 아주 낚여버렸군.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동계올림픽이 되게 하고 있다니. 그리고 혈맹인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은 눈에 띄게 불만을 확연히 표시하고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은 자기들이라고 말하면서 기가 죽어 눈치를 살피느라 숨도 못 쉬는 한민족, 특히 한국인들을 더욱 압박(壓迫)하고 싶어 한다.
바로 이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며칠 전에 미국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을 잡고 흔들고자 하는 것 같다. 즉 도날드 트럼프가 제기한 한미 FTA 재협상 취소 또는 연기를 원하는 한국의 입장을 완전히 뭉개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직전에 미국은 한국을 겨냥한 40건에 달하는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 무역협회의 평가에 따르면 이 수입규제 조치는 한국의 금속, 전자, 석유화학 산업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무역협회는 이처럼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규제가 많은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중국과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입규제에 한국이 덩달아 함께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 분야에서 다른 문제에 더 민감하게 우려를 느끼는 것 같다. 즉 최근에 와서 한국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미국에서 벗어나서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양자간 경제협력 면에서도 그렇고, 정치적인 유대 관계까지 너무나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과 전혀 관계되지 않은, 복잡하고 어려운 공격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IOC 총회 개회식 축사에서 “분단된 국가, 전쟁의 상처가 깊은 땅, 휴전선과 지척의 지역에서 전 세계를 향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가 시작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는 전혀 그런 기분이 아닌 것 같다.
북한 측이 그런 자칭 평화의 사신인 미국과 대화하고자 할 것인가는 커다란 의문이다. 북한 측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은 자국의 철천지원수와 단 한번이라도 직접 대화할 아주 좋은 기회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런 가능성을 앞에 두고도 북한 언론들은 이전과 똑같이 트럼프의 대의회 연설을 “시대착오적이고 독선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낙인찍으며 ‘트럼프와 그의 사환꾼들의 불순한 기도를,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으로 철저히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 펜스와 김영남이 대화를 하게 된다면 어떤 내용일까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그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는, 기대에 들뜬 평온하고 평화로운 평창동계올림픽의 흐름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리지는 않을까? 그런데 동양의 국가들은(지금은 서방 국가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매우 섬세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무엇이든 간에 좋은 일에 대해 합의할 수 있기를 신께 기원하는 바이다. 적어도 러시아에서는 그렇게 되기를 빌어본다.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