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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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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51)

“노야, 인류는 부처님이 오신것만으로 축복을 받았어”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2-04-12 (화) 16:22:49

노야, 인류는 부처님이 오신것만으로 축복을 받았어

 

----그는 약속 한대로 5월 말 경(?) 휴가를 왔습니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라 하여 그렇게도 두려워 하던 졸병생활도 거의 다 다 보냈다는 안도감에서 마음껏 즐거워하며 참으로 여유있고 편안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는 욕심이 많아 날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자기의 여자로 만든다고 꽤나 잔소리도 많고 편지마다 운동하라 밥많이 먹으라 살쩌라 드글드글 볶아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는데 웬일인지 막상 눈 앞에 있는데도 잔소리도 하지않고

눈에 거슬리는 걸 보면 꼭 지적하고 무안할 정도로 꾸짖기도 하는 사람인데

그냥 오냐오냐 좋기만 하고 자상하고 온화하고 잘 해주기만 하였습니다

 

하루는 나를 빠안히 보며

"노야 내 죽으면 딴놈한테 시집갈래?" 묻길래

"!" 냉큼 그랬더니

"? 진짜로 갈래?" 깜짝 놀라는 듯 해서

", 갈꺼야!" 하며 냅다 소리를 질렀더니

"그래 그래 가래이, 니는 딴놈하고도 잘 살끼다"

뭐 딴놈한테 가? 요놈 가시나 죽이뿐다 할 줄 알았는데 순순히 가래이

하길레 재미있어 했지요

 

그리고는

니가 먼저 죽는기 좋겠나 아니면 내가 먼저 죽는기 좋겠나?” 물어서

내가 먼저 죽으면 좋겠어했더니

가시나 너무 못땠네하면서 쳐다보는데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내 니 죽으면 우째 살으라고 먼저 죽는다 하노하면서 슬픈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자기가 먼저 죽으면 좋겠다 하면 혼자만 잘살라꼬

못땠다 할까봐 순간적으로 내 딴에는 머리를 굴려서 한 대답인데………

 

그전에 작은누나 집에서 밥을 먹는데 누나가 고기를 구워서 자꾸 주시길래

그냥 먹었더니 니 혼자만 먹노 하길래 너무 챙피하고 무안해서 집에 올 때

화를 있는대로 내고 막 울면서 쳐다도 안보고 쌩쌩 왔더니 길에서 두손으로

싹싹 빌고 온갖 말로 달래서 겨우 화를 푼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휴가 마지막으로 자기 식구들하고 밥을 먹는데 부모님 형 누나 앞

에서 계속 제 밥 위에 반찬을 얹어 주었습니다. 죽은 후에 나중에 어머님 말

씀이 아이고 이놈아 너거 둘이 있을 때 노양 실컨 위해주고 식구들 앞에서

는 그라지 마라하니까

 

엄마, 노야가 쪼맨하이 불쌍하잖아하더랍니다



 


또 하루는 나를 한참을 이윽히 보더니

노야, 우리 인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셨던 것만으로도

축복을 받았어합니다

 

내 친구들이 승효씨 눈은 항상 야망으로 표범같이 섬광이 난다 할 정도로 이글이글하다 했는데 그날 그의 얼굴은 너무나 온화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가슴으로 느끼는 법열로 찬 눈에는 눈물이 소리없이 흐르는데 아, 그 순간 이 세상은 잠시 정지된 것 같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너무나 경건하여 저는 꼼짝을 못하고 몸이 서늘해 지는 걸 느꼈습니다.

 

귀대하기 전날은 박정희 대통령 반대하는 그를 보면 위태위태하고 일 저지

를 것 같아 불안해서 싫다며 경계하는 눈초리를 놓지 않던 엄마가 그날은

어쩐 일인지 정성을 다해 밥을 맛있게 해주며 편안히 대해 주셨습니다

 

땀을 흘려가며 맛있게 먹고 난 후 그가

"어무이, 저는 중이 되고 싶습니더" 해서

뭐라카노, 중은 왜? 가슴이 덜컥 하는데

 

엄마는 금방 만면에 웃음을 띄고

"그래 둘이 결혼해서 같이 중 해라" 하십니다

 

"중 될낀데 결혼은 머하러 합니꺼?" 그는 의외란 듯 부드럽게 웃으니

"아이고, 이 사람아! 사랑도 이루고 성불도 하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일이 어디 있겠노" 무슨 선문답을 하시는 것 같고

 

엄마야 이기 다 뭔 소리고?

"진짜 중 될거야?" 밖에 나와서 황당해 하며 묻는 내게

"할마시 웃기네, 중은 무신! " 다시 욕정에 찬 능글능글한 눈으로 나를 보며

껄껄 웃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한달 열흘 후 여름방학에 만나러 가

기로 하고 그를 보냈습니다

 

일주일 쯤 후 부대에 잠깐 들렀다가 아직 서울 누나 집에 있는 그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너무 보고싶고 서울에 아직 있는게 너무 아까와 달려 가겠다

하니 너무나 부드럽고 정다운 목소리로 힘드니 그러지 말라며 달래 주었습니다.

618일 그게 우리들의 마지막 안타까운 대화였습니다.

 

아버지 생신이라 식구들도 다 있고 서울서 내려온 예뻐 죽겠는 귀여운 조카들

을 두고 가기도 그래서 억지로 참았습니다. 밥을 채려주면 먹고는 상을 번쩍

들어 부엌으로 내다 놓는 걸 보시고 큰누나가

아이고 노양은 좋겠다. 우리 승효가 맨날 이래 잘 해줄거 아이가하시니

누나야, 여자에게 잘못하는 놈은 비겁한 놈이야하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제 歸隊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려. 승은이 공책을 몇장 찢어

소식 전하고 가려고 하오.

 

전생에도 이렇게 마음이 묵직하니 부담스러운 일이 몇 아승지 겁이 반복

되었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걱정스러움에 마음이 상해 왔겠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당하는 일을 처음 겪는 일인 양 생각하는 듯 하오.

나는 오늘 비로서 이러한 생각을 깨닫게 되었오

 

모든 사람은 그러한 일에 모두가 너무나 친숙해 있지만 항시 그것을 一回的

으로만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오

 

노야, 17일날 잠시 부대에 들어가니 딴 부대로 전출이 되어 있었소

(의무대에서 박격포부대로)

전에도 말썽이 되던 특기가 그리 된 모양이오. 제대가 얼마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하늘이 마지막으로 나에게 단련과 기회를 주는 것이라 애써

고민스러움을 떨쳐 버리고 있소.

 

당신이 있는 한 나는 영리하며 강한 사나이요. 아마 지난 번 보다는 잘 못

만나겠지만 남은 시간이 4개월 가량이요. 내가 걱정되는 것은 이 기간을

당신이 나를 보고싶어서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괴로움이 나의 고통이

되어 온다는 사실이오

 

그러나 작은 別離와 만남이 얼마나 계속되었고 영겁을 통해 계속된 것이지

마는 (우리는 전생에서 수없이 만났다 헤어졌고 此界에서도 그리 했소)

언제나 이것이 모든 것인 양 느껴 오지 않았소

 

노야, 불교의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면 그리 하면 (一回的으로 느끼면)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인 것 같소.

그러나 나는 저승 아니라 악귀 야차가 물어 가더라도 당신과의 만남의

윤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오. 다만 당신이 조금만

인내해 주기를 바랄 뿐....

 

짜증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나를 생각하고 열심히 밥 해먹고

학교생활 충실히 하기 바라오. 건강한 당신 다부진 당신, 오직 당신만이

나의 소망이며 보람이고 지탱임을 언제나 잊지 마오. 그리고 내가 누구

보다도 슬기롭고 강인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 주기 바라오

 

우리의 헤어짐이 이제 불과 4개월, 그러면 당신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영원히 아쉬운 헤어짐은 없을거요. 그날을 위해서 이 마지막을 아름답게 보내리라 생각하고 있다오. 그러한 마음이 나의 걸음을 가볍게 하고 모든 근심의 너울들이 훨훨 벗겨지는구려. 이 남은 기간은 될 수 있는대로 남에게 베푸는 시간으로 살고싶소

 

사랑하는 당신! 어제(18) 전화로 당신 목소리를 들으면서 여전히 열기에 들뜬 당신의 목소린 내 가슴을 떨게 하였다오. 언제나 피곤하고 괴롭고 짜증스럽고 내가 그리우면

 

"우리는 수없이 헤어졌고 수없이 만났다. 그리고 만나게 되리라"

 

속으로 이렇게 외우고 나의 바램 건강하기를 바라는 기도를 잊지 말고

또 멀리서 당신을 1분마다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라오

나의 사랑 안녕, 또 쓰리다

61977

勝孝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bnh&wr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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