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미국필진
·권이주의 美대륙을 달린다 (139)
·김동석의 워싱턴워치 (79)
·김수복의 자력갱생 북녘경제 (21)
·김중산의 LA별곡 (71)
·김창옥의 빌라레비 훨훨 (16)
·김태환의 한국현대사비화 (80)
·김현철의 세상보기 (135)
·노정훈의 세상속으로 (31)
·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53)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108)
·세등스님의 세상과 등불 (5)
·신필영의 삶의 뜨락에서 (35)
·오인동의 통일 고리-Gori (49)
·장호준의 Awesome Club (136)
·피터 김의 동해탈환 이야기 (52)
·한동춘의 퍽 환한 세상 (15)
·한종우의 시사아메리카 (13)
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총 게시물 53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39)

소아마비라고 의대면접에 낙방시키다니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1-10-03 (일) 17:02:46



 

 

223일 월, 1976

중대에 나가 있으면 종일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으나 돌아오면 잔소리가 더

욱 는다. 물론 나에겐 말하지 못하고 두려워하지만 이젠 그놈의 잔소릴 들으

면 신경질이 뿌득뿌득 난다. 오늘은 아침부터 책을 볼려니 했더니 연대에서

들어 오래서 종일을 연대에서 보냈다. 상열이에게 가서 오전을 보냈다.

오후엔 인사계가 수색중대에 갈려나 해서 여기서 조금 더 생활해 보겠다고

했다. 이 모양으로 중대에 계속 가면 굳이 수색중대에 갈 필요가 있을까 하

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번 봄을 지나보고 수색중대로 갈테다. 휴가 갔다

와서 말이다. 갈수록 그리워지는 이 노야의 모습이다. 오늘 노야에게서 3

을 기다리겠다는 전보가 왔다.

오늘은 공친 날이라 기분이 흐리다. 나에겐 이제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은 마치 세수을 하지 않은 날과 같다. 아무래도 노얄 만나야 할 것 같다. 보좌관이 오면 바로 출발할거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봄이 지나면 수색중대로 가는 것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다.

224일 화. 1976

나는 지금 소음과 시끄러움 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 여지껏 너무 잠이 모자

라서 그런가 몹시 피곤하고 신경질만 빡빡 난다. 그리고 이해도 잘 되지 않

을 땐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노야에게서는 편지도 없다. 편지가 오면 그 즐거움이 여간 아닌데 왜 이렇게 소식을 주지 않는가? 무얼 하고 있을까?

오늘 신문에 지체부자유 학생에 대한 취학결정을 보았다. 아마 재작년 이맘

때였을거다. 치의예과에 지망한 소아마비 앓은 학생이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매일신문에 교육철학이 부재한 졸렬

한 학교당국의 처사를 조목조목 질타한 발언을 실었던 일이 그때 학교에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었다. 그것 때문에 박학장과는 풀 수 없는 오해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고 본부 교학처장은 그러면 다친다면서 간접적으로 경고를 보내오고 결국은 철야침묵농성을 걸고 넘어져 제명으로 결과되어졌다

 

역시 2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내가 옳았다는 것이 판정되었고 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물론 내가 옳고 나의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옳은 것은 그 누가 말해도 받아

들여야 하지 않겠나. 지금 우리의 이 빼앗긴 자유, 독재에 대한 역사의 심

판은 오랜 세월을 요하는 것일지라도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임에 틀림이 없

. 왜냐하면 세계사가 그것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기때문이다.

칸트를 읽을수록 깊이 느낀 것은 그는 모든 철학함에 그 초석을 깔아논 분

이다. 대단한 작품이고 보면 그 경지를 과히 느낄만 하다. 군생활이란 마음

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한다. 노야가 그립다. 그 까만 눈동자를 보고싶다.

날씬한 나의 천사 노야 네가 그립다. 그리고 사랑한다.

 

 

****사랑하는 내님께

당신은 언제나 옳았어요. 오늘 신문에 지체부자유 수험생을 구제키로 한다

는게 보도 됐어요.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신문에 투고했다고 당신은 얼마나 큰 곤욕을 치루었던가요.

 

 

불구자 불합격은 부당

 

매일신문 197426玄勝孝

 

지난 달 30신문에 보도 된 [소아마비학생에 불합격]이란 題下

기사를 읽고 의학도의 양심으로 그 부당성을 통박한다.

 

그 기사는 74년 경북대 신입생 최종합격자 발표에서 문리대 치예과에

지원 필답고사에서 합격을 한 박영범군을 왼쪽다리가 불구로 이유로

낙방시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체장애자의 진학문제 시비가 결코 작금의 사태만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無哲學과 무정견한 한국적인 교육논리에 다시 한번 아연해 진다.

 

건강한 학생들 보다 몇배의 고퉁으로 겨우 1차 합격의 영광을 안았을 박군

의 눈물겨운 노력의 댓가는 불합격이란 차디 찬 냉대로 끝났을 뿐이니 이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풍토란 말인가?

 

박군의 불합격에 대해 慶大측은 교직과목과 의예과에 한해 불구자를

불합격 시킨 관례를 신설 학과인 치예과에도 적용시켰다.” 고 해명하고

있거니와 이것은 첫째 지체부자유 학생 가운데서도 색맹 弱視등 전공과

목의 특수성에 비추어 받아 들일 수 없는 경우는 별 문제로 하더라도

 

박군의 경우처럼 가벼운 하체 부자유로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우리는 오히려 불구의 의사가 더욱 더 헌신적이고 인간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으리라고 믿을 수도 있지 않을까?

 

.교직과와 의예과에 한해.” 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上記科

oo과에 하체 장애자가 열심히 학업에 매진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

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이번 처사의 부당성이 다시 한번 절감되는 바이다.

 

끝으로, 불구자라 하여 으례 학업에 부적하다고 생각하는 학교당국의

主觀的인 판단에 이르러서는 아연해 질 수 밖에 없다.

 

학업에 부적하다는 판단 자체가 도대체 主觀的이어서 결과적으로 가치기

준이 될 수 없으며 또한 부적한 조건을 극복하고 합격했는데도 부적하다고

몰아 세우는 것은 극히 편협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류의 교육행정의 가치기준은 결국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바이런

같은 절름발이 시인이 배출되는 것을 교육당국이 되레 막는 결과를 만들

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玄勝孝 慶大의대 본과 1)

 

 

왜 지극히 당연한 것을 사람들은 얼른 받아 들이지 못하는지! 그것도 진리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먼저 깨닫고 발언하고 실천하는 사람

들을 늘 희생시키는 사회가 마음에 걸릴 뿐 당신이 무한히 자랑스럽습니다.

 

출근하니 우체국에서 전화가 와서 당신이 대신에서 친 전보를 읽어 줍니다.

저도 당장 전보를 보냈는데 받으셨지요? 그리고 퇴근시간이 될 무렵에는

당신의 편지를 갖다 주는군요. 여선생들 (모두 애인이 하나씩 서울 아니면

대구에 있음) 모두 부러워 오늘 노선생 난리네! 한마디씩 합니다.

 

너무 기뻤어요. 빨리 집에 가서 정말로 긴 편지를 쓰고 싶은데 일은 오늘

따라 마쳐지지 않고. 뜻밖에 밤에는 수남이가 찾아 왔어요. 집 떠난지 열흘이 됐다 합니다. 충혼탑 밑 일본할매집을 물어 물어 찾아 왔군요.

 

밤 늦게까지 얘기하고 아침 일찍 떠났어요. 오늘 오후에 사은회가 있어 꼭

가야 한다는군요. 당신은 제게 못하는 하소연을 동생들에게 했나 보지요.

오빠가 발이 얼었다 하더라고. 제게도 잘 있다는 말만 하지말고 하소연도

하세요. 같이 아파하고 같이 이겨 나가고 싶어요. 불쌍한 내님!

 

오늘 종업식 했어요. 내일은 권배 씨 졸업식이라는데 몸 컨디션도 안 좋고

내가 나타나면 오신 분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편치 않을 것 겉아

조심이 되고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다음에 만나서 선물로 필요하신

것 사드릴까 해요.

 

당신에게 갈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전보 받고 3월을 기다리기로 했어요.

2월 중순 매일 기다렸어요. 전화에만 신경이 가 있고. 그때 오셨더라면

지금은 또 임은 먼 곳에 일 것을!

 

저는 건강해요. 다 앓는 감기몸살에도 끄떡 없고 다부져 가고 있어요.

철없고 깊이 생각 안하는 천성을 극복하고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생각할

줄도 아는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도 하고 한 번 지독한 여자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학교일도 완전무결하게 하고 노력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요. 당신을 향한 저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1976224일 노야.

 

 

---그리운 노야에게

날씨가 무척 춥소. 혹 감기가 들지 않았는지 걱정이오. 나는 건강하며 하루

의 궤도에 따라 생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마오. 역시 사람에겐 규칙과 절

제가 말할 수 없이 좋은 양약인듯 하오

 

다치고 아픈 전우들에겐 사랑으로 대할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들의 아픔을

덜어 주려고 힘쓰고 있다오, 씩씩하고 예쁜 나의 소년께서는 추위 속에서도 건강하고 장하시리라 믿소.

 

아마 지금 쯤 엄마 곁에서 편히 쉬고 있겠소. 나는 건강하고 정신은 맑고

몸은 가볍소. 편지에 수남이가 다녀 갔다는데 건강은 발톱 하나 상한 게 없

으니 아무 염려말기 바라오. 곧 확인하게 될 것이지만.

 

편지 자주 하소. 그저 옆 선생이 어떠니 주인집 할매가 어떻니 그런 평범한 얘기가 더 재미있고 옆에서 듣는 것 같으니 말이요.

 

잘 되면 일개월 내에 만나게 될 것 같소. 당분간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하여 그리 할려고 하고 있소. 이 추위가 한차례 몰려

왔다 지나가면 또 들에는 봄이 오지 않겠소. 밥 많이 살 뚱뚱, 씩씩 건강,

또 소식 전하리다. .

 

 

31일 월, 1976

29일은 일요일이고 오늘은 국경일이라 계속 휴무다. 오즈음은 오히려 휴무

날이 독서에 진도가 덜 나간다. 같이 모여 있을 때 대화란 전부 욕이고 들을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렇게 혼자 독서할 때의 기쁨이란 그것이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더욱 즐겁고 기쁨이 가득하다. 노야와의 사랑도 그것이 결

국은 이별의 애탐이 있기에 만남의 희열이 더욱 큰 것이다.

오늘 신문 광고란에 유근일형의 <MARX 死後 百年>이란 책이 삼성문고판으로

나온 걸 봤다. 그 책이 어떤 것이기에 그가 번역을 한 것일까. 그 속에서

그의 사고양태를 볼 수 있겠지만 문고판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 답다.

 

 

----소년에게

오늘은 휴일이라 부대원끼리 배구를 해서 우리가 막걸리 석되를 벌었다오.

순 머슴아들끼리의 생활이라 하는 얘기가 여자얘기 공갈친 얘기 그런 거지만

구수하고 재미도 있소.

 

그리고 권배 군이 대망의 졸업을 했을 터인데 참석 못하여 못내 섭섭했소.

편지에 노야가 권배 군을 만날려고 한다니 여러가지로 못난 놈 대신한다고

욕을 보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오. 미안하고 죄스럽소.

 

아마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업을 잘 마친 권배를 보고 노얀 날 생각하고

또 울적하겠지만 나는 그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있으니 또한 좋은 일 아니오. 우리에겐 더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미루는 것으로 생각하고 하느

님이 나에게 좋은 길을 가르쳐 주시리라고 그런 모양이니 기다립시다.

 

노상 답답하고 원통스러운 것은 찬란한 사람들의 글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거요. 물론 세상을 살아 가는데는 그런 고차적인 정신적 산물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겐 그것이 없으면 아마 질식했을 거요.

 

요즈음은 본 것을 중도에서 중단하고 머리말부터 새로이 읽고 있소. 뭔가 있

기는 있는 모양인데 책을 덮어 버리면 말짱 모르겠소. 소식 좀 자주 주오.

노야의 글을 받을 땐 마치 작은 보물을 한가지씩 더해가는 느낌이오.

 

이곳에서 초를 쪼개고 분을 갈라서 선용하는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

얻는 것이 적지 않을 듯하오. 나에겐 노야 이상으로 소중하고 귀한 건 없

. 소년은 나의 등불이니 더욱 그 불을 밝게 켜주기 바랄 뿐 건강하고 모

쪼록 운동 많이 하고, 비타민 잘 먹고 밥 잘먹기 바라오.

안녕 또 쓰리다. 당신의 바보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bnh&wr_id=1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6 Brookside Trail Monroe NY 11950  한국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전화 : 031)918-1942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