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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뒤에 가려진 원주민의 눈물

〈오늘의 역사속으로〉 10월 12일
글쓴이 : 뉴스로 날짜 : 2026-10-12 (월) 17:12:18

〈오늘의 역사속으로〉 10월 12일

 


AI 생성 이미지


1492년 10월 12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탐험대가 카리브해의 섬에 도착했습니다. 유럽 중심의 역사에서 이 항해는 신대륙 발견의 출발점으로 기록됐지만, 그 땅에는 이미 고유한 언어와 문화, 삶의 터전을 일구어온 원주민(原住民)들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항해가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면, 그 뒤로 이어진 정복과 식민 지배는 수많은 원주민에게 땅을 빼앗기고 삶과 공동체를 파괴당하는 비극을 안겼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여러 지역과 공동체가 콜럼버스 데이 대신 원주민의 역사와 희생을 기리는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을 기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시대의 위대한 항해라는 찬사만으로는 역사의 전모(全貌)를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문이었지만, 누구에게는 익숙한 세계가 무너지는 시작이었던 그날. 역사는 발견의 성취뿐 아니라 그 대가와 상처까지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온전해집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1492년 — 콜럼버스의 항해, 두 세계가 마주하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이끄는 스페인 원정대가 대서양을 건너 바하마 제도의 한 섬에 도착한 사건은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의 교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 이후의 역사는 정복과 식민 지배, 원주민의 희생을 동반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는 유럽의 기록 뒤에는 이미 그 땅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탐험의 성취를 기억할 때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역사도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1897년 — 대한제국, 황제국의 문을 열다

 

고종은 서울 환구단에서 황제 즉위식(卽位式)을 거행했습니다. 청나라 중심의 전통적인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독립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천명하려는 선언이었습니다.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공식 선포한 것은 이틀 뒤인 10월 14일입니다. 제국의 출범은 외세의 압박 속에서 국가의 자주권을 지키려는 시도였지만, 국제정세의 거센 파도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이름을 바꾸는 일과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 사이에는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놓여 있었습니다.

 

1965년 — 맹호부대, 베트남으로 향하다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 부대인 맹호부대의 환송식이 열렸습니다. 한국은 동맹과 안보,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정세 속에서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파병은 한미관계와 한국의 경제·군사 발전에 영향을 미쳤지만, 베트남 민간인의 피해와 참전 군인들이 겪은 상처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역사의 일부입니다. 국가의 선택은 외교문서에만 남지 않습니다. 전장으로 향한 젊은이와 그 가족, 전쟁터에서 삶을 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남습니다.

 

1968년 — 적도기니, 독립국으로 출발하다

 

아프리카의 적도기니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오랜 식민 지배를 끝내고 주권국가로 첫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독립은 국민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되찾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독립의 깃발이 곧바로 민주주의와 평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국가의 해방이 시민의 자유로 이어지려면 권력의 절제와 제도의 성숙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도 이 나라의 이후 역사는 보여주었습니다.

 

1987년 —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 국회 통과

 

여야 합의로 대통령 직선제를 담은 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한 시민들의 오랜 투쟁과 6월 민주항쟁의 열기가 제도 변화로 이어진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민주주의는 투표함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며, 시민의 권리를 일상에서 지켜낼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제도가 됩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페드루 1세(Pedro I, 1798~1834)

브라질 제국의 초대 황제이자 포르투갈의 국왕 페드루 4세입니다. 포르투갈 왕실 출신으로 브라질의 독립운동을 이끌었으며, 1822년 브라질의 독립을 선언하고 황제에 올랐습니다. 식민지에서 독립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후 정치적 갈등과 권력의 불안정 속에서 퇴위(退位)했습니다. 그의 생애는 독립을 선언하는 일과 새로운 국가를 안정시키는 일이 얼마나 다른 과제인지를 보여줍니다.

 

램지 맥도널드(Ramsay MacDonald, 1866~1937)

영국 노동당의 창립을 이끈 정치인이자 영국 최초의 노동당 출신 총리입니다.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권리를 대변하며 영국 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대공황 시기 재정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노동당과 결별하고 거국내각을 이끌어 지지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정치에서 이상과 현실, 원칙과 타협이 충돌하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휴 잭맨(Hugh Jackman, 1968~)

호주의 배우이자 가수입니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뮤지컬과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에서는 장 발장을 연기해 인간의 고통과 구원, 용서의 의미를 깊이 있게 표현했습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이디스 캐벨(Edith Cavell, 1865~1915)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에서 활동한 영국인 간호사입니다. 독일군이 벨기에를 점령한 상황에서도 부상자들을 돌봤으며, 국적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연합군 병사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이유로 독일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1915년 10월 12일 총살됐습니다. 그의 죽음은 전쟁 중에도 인간의 생명과 양심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세계에 일깨웠습니다.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문학비평가로, 192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섬세한 문체와 풍자를 통해 종교적 독단과 사회적 불평등, 권력의 위선을 비판했습니다. 대표작 《타이스》(Thaïs)와 《펭귄의 섬》(L’Île des Pingouins)은 인간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문학은 권력을 찬양하는 장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존 덴버(John Denver, 1943~1997)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자연과 고향, 평화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Take Me Home, Country Roads》와 《Annie’s Song》 등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환경보호와 인도주의 활동에도 참여하며 음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노래는 화려한 도시와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자신이 사랑하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인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공항에서 실험용 루탄 롱-EZ 카나드 경비행기로 비행하던 중 150m 상공에서 바다에 추락해 53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나라의 이름을 세우는 일은 역사의 시작일 수 있지만, 그 나라를 누구의 나라로 만들 것인가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제입니다. 대한제국은 자주독립의 꿈을 품었고,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투쟁은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되는 길을 열었습니다. 식민지의 독립도, 민주주의의 성취도 그 자체로 완성은 아닙니다. 자유가 소수의 특권으로 남지 않고 모든 사람의 존엄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디스 캐벨은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생명을 돌보았고, 아나톨 프랑스는 글로 권력과 사회의 모순을 비추었습니다. 역사의 빛은 한쪽만 비추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영광 뒤에 다른 이의 눈물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 눈물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진정한 진보란 새로운 세계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세계에서 누구도 자신의 삶과 존엄(尊嚴)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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