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속으로〉 10월 10일

AI 생성 이미지
역사에는 한 사람의 목숨을 걸어 나라의 존엄을 지킨 날이 있고, 지켜야 할 생명을 안전 불감증 속에 잃어버린 날도 있습니다. 1928년 10월 10일, 대만에서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가 일제의 침략에 맞서다 순국(殉國)했습니다. 그로부터 65년 뒤 같은 날,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는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사람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았고, 다른 이들은 지킬 수 있었던 생명을 잃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임산부의 날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영웅의 용기만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의 책임, 비극에서 교훈을 얻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도 쓰입니다. 10월 10일, 저항과 희생의 역사 앞에서 우리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책임임을 되새깁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680년 — 카르발라 전투, 신념과 희생의 기억
이슬람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히는 카르발라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후사인 이븐 알리와 그의 추종자들이 우마이야 왕조의 군대에 맞서다 희생됐습니다.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시아파 무슬림에게 정의와 신념, 희생을 상징하는 역사적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911년 — 중국 신해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다
중국 후베이성 우창에서 봉기(蜂起)가 일어났습니다. 청 왕조의 통치에 반대하는 혁명 세력이 무장봉기를 일으키면서 신해혁명이 본격화됐고, 이듬해 청 왕조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탄생하는 역사적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제국의 시대가 저물고 공화정의 시대가 열리는 전환점이었습니다.
1928년 — 조명하 의사, 대만에서 순국하다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가 대만 타이베이의 일본 형장에서 처형됐습니다. 그는 1928년 5월 14일 대만을 방문한 일본 왕족 구니노미야 구니히코를 향해 단도(短刀)를 던져 일제의 침략정책에 항거했습니다. 의거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끝내 목숨을 잃었지만, 식민지 민족의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조 의사는 순국 직전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는 한을 남기면서도 죽음 뒤에도 독립운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습니다.
1964년 — 도쿄올림픽 개막, 아시아에서 열린 세계의 축제
제18회 하계올림픽이 일본 도쿄에서 개막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열린 첫 올림픽으로, 위성 중계를 통해 여러 나라에 경기를 전한 새로운 방송 시대의 이정표이기도 했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제사회로 복귀한 일본의 모습을 세계에 알린 행사였지만, 올림픽의 이상은 어느 나라든 과거를 성찰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1993년 — 서해훼리호 침몰, 292명의 생명을 앗아가다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했습니다. 승선자 362명 가운데 29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구조됐습니다. 악천후와 정원 초과, 화물 과적 등 안전관리의 문제가 겹쳐 발생한 참사였습니다. 이 사고는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는 관행과 부실한 관리가 얼마나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뼈아프게 일깨웠습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그의 음악은 인간의 사랑과 비극을 그리는 동시에 이탈리아 민족의 정서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아냈습니다. 예술이 한 시대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 1861~1930)
노르웨이의 극지 탐험가이자 과학자, 외교관이며 인도주의자입니다. 북극 탐험으로 명성을 얻은 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쟁 난민과 무국적자의 구호에 헌신했습니다. 국제연맹 난민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하며 난민의 신분을 증명하는 ‘난센 여권’ 제도를 추진했고, 192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탐험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했던 그는 생애 후반에는 고통받는 인간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조명하(趙明河, 1905~1928)
황해도 출신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일제의 식민통치 아래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으며, 대만에서 일본 왕족 구니노미야 구니히코를 향해 단도를 던진 의거로 체포됐습니다. 1928년 10월 10일 순국할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3세였습니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의거는 식민지 청년의 굴하지 않는 저항정신을 오늘까지 전합니다.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 1952~2004)
영화 《슈퍼맨》의 주연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미국 배우입니다. 승마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입은 뒤에도 재활과 척수 손상 연구를 지원하며 장애인의 삶과 의료 연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데 힘썼습니다. 신체적 한계를 넘어 공공의 희망을 전하려 했던 그의 삶은 인간의 존엄과 의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오슨 웰스(Orson Welles, 1915~1985)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배우, 각본가입니다. 영화 《시민 케인》을 통해 영화의 촬영과 편집, 서사 표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라디오와 연극에서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쳤습니다. 예술적 실험과 표현의 자유를 향한 그의 도전은 현대 영상문화에 깊은 영향을 남겼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조명하 의사는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습니다. 서해훼리호 참사는 정작 지켜야 할 생명이 안전을 소홀히 한 사회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두 사건은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며, 무엇을 지키지 못해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는가. 독립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일이고, 안전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임산부의 날이 일깨우는 생명의 존엄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중받아야 하며, 사회는 그 생명이 안전하게 자라고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역사는 영웅의 이름만 기억하지 않습니다. 희생된 이들의 이름과 지켜주지 못한 생명도 함께 기억합니다. 기억은 추모에서 멈출 때 과거가 되지만, 제도와 행동을 바꿀 때 미래가 됩니다. 조명하 의사의 의기는 잊지 말아야 할 용기이며, 서해훼리호의 비극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교훈입니다. 생명을 위해 싸운 사람을 기억하고, 생명을 잃게 한 잘못을 바로잡는 사회. 그것이 과거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역사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