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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라를 세우고, 글이 민족을 지키다

〈오늘의 역사속으로〉 10월 9일
글쓴이 : 뉴스로 날짜 : 2026-10-09 (금) 20:02:28

〈오늘의 역사속으로〉 10월 9일

 


AI 생성 이미지


말은 사람의 마음을 잇고, 글은 한 민족의 기억을 다음 세대로 건넵니다. 1446년 10월 9일, 세종대왕은 백성이 제 뜻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글을 몰라 억울한 사연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던 백성에게 문자는 배움의 문이자 자기 목소리를 갖는 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수백 년 뒤, 일제의 식민통치(植民統治) 아래 우리말과 글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입니다. 한글은 한 왕의 위대한 발명으로만 남지 않았습니다. 이름 없는 백성의 입에서 살아 움직였고, 독립운동가와 국어학자들의 헌신 속에서 살아남았으며,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의 언어로 자라고 있습니다. 한글날은 글자를 기념하는 날을 넘어, 우리말로 생각하고 말하며 살아갈 권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1446년 — 세종대왕, 훈민정음을 세상에 펴다

 

세종 28년, 훈민정음이 반포(頒布)됐습니다. 한자를 익히기 어려웠던 백성도 자신의 생각과 사연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우리말의 소리에 맞는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글자를 만든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하며 그 창제 정신을 전합니다. 한글은 지식과 기록을 소수의 전유물에서 더 많은 사람의 것으로 넓히려는 애민정신의 결실이었습니다. 오늘날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는 것도 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입니다.

 

1874년 — 세계 우편의 길을 잇다

 

스위스 베른에서 여러 나라가 우편 업무의 국제적 협력을 위한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이 합의는 오늘날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언어와 국경이 달라도 편지와 소식이 오갈 수 있도록 국제적인 통로를 마련한 사건입니다. 말과 글이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는 점에서 한글날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1926년 — ‘가갸날’, 한글을 기념하는 첫걸음

 

조선어연구회가 중심이 되어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하고 한글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한글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넘어 우리말과 글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되새기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1928년에는 이름을 ‘한글날’로 바꾸었고, 이후 날짜를 둘러싼 논의를 거쳐 10월 9일이 기념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6년은 바로 이 첫 기념행사로부터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40년 —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한글의 뿌리를 밝히다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됐습니다. 이 책에는 글자를 만든 원리와 사용법, 창제(創製)의 뜻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해례본의 기록은 훈민정음 반포 시점을 추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고, 오늘날 한글날을 10월 9일로 확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한 권의 오래된 책이 한글의 창제 원리뿐 아니라 우리 문자사의 중요한 빈틈을 밝혀준 것입니다.

 

2006년 — 북한, 첫 핵실험을 실시하다

 

북한은 10월 9일 첫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글날과 같은 날짜에 벌어진 이 사건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문자가 사람의 생각을 전하고 이해를 돕는 수단이라면, 핵무기는 대화의 가능성을 위협하는 힘입니다. 같은 날의 역사가 우리에게 서로 다른 두 길, 소통과 대결의 길을 함께 보여줍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아이다》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으며, 그의 음악은 이탈리아 민족의 정서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아냈습니다. 예술이 한 시대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동체의 마음을 모으는 힘을 지녔음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존 레넌(John Lennon, 1940~1980)

비틀스의 멤버로 세계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음악가이자 평화운동가입니다. 《Imagine》은 국경과 종교, 소유의 장벽을 넘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계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음악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인류에게 질문을 던진 그의 노래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세대를 넘어 울리고 있습니다.

 

자크 타티(Jacques Tati, 1907~1982)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배우로, 대사보다 몸짓과 소리, 공간의 움직임을 활용해 현대사회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습니다. 《윌로 씨의 휴가》와 《나의 아저씨》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말이 많지 않아도 인간의 삶과 사회를 깊이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예술가입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이자 쿠바혁명의 주요 인물입니다. 쿠바혁명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혁명을 시도했으나 볼리비아에서 체포돼 1967년 10월 9일 처형됐습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혁명과 저항의 상징이 됐지만, 그의 유산을 둘러싼 평가는 지금도 다양한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 1908~1974)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사업가로, 유대인 노동자들을 자신의 공장에 고용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전쟁 속에서 약 1,200명의 유대인을 학살(虐殺)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거대한 폭력의 시대에도 한 사람의 선택이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의 한마디]

 

한글은 세종대왕의 지혜에서 태어났지만 백성이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말로 살아갈 때 비로소 생명을 얻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한글은 민족의 얼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 언어를 지키는 것은 자기 존재를 지키는 일입니다. 한글이 세계 곳곳에서 배우고 싶은 언어가 되고, 한국의 노래와 영화와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것은 반가운 변화입니다. 그러나 세계의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 한글의 가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말을 바르게 가꾸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글의 아름다움만 찬미(讚美)할 것이 아니라 그 글자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말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우리말로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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