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두 개의 신화” 러 평론가
러시아에서 외국 기업들이 대거 철수로 인해 많은 다른 영향들이 있기만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공고히 믿고 있어서 절대적이고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두 가지 신화(神話)가 무너져 내렸다.
첫째로,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화의 선두이고 주최자이며 추진 동력이며,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들이 민족주의 국가들을 압도하고 결국은 그 세력을 누르게 되리라는 대중화된 이론이다. 최근 수 주간 모든 다국적 기업들은 아무리 거대하고 자본이 많고 강력해도 모두 자신들의 조국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든 조국이 명령을 내리면(예를 들어 어떤 국가에서 철수하라는 명령) 그 기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거기에 복종하는 것뿐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두 번째 신화는 첫 번째 신화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으로 특히 기업이 더 큰 법인일수록 그 기업 활동은 경제적인 이득에 대한 관념에만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언론에는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의 손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넘쳐난다. 이 기업들의 손실은 수천만, 수억 달러에 이르고 일부 경우에는 수십억 달러가 되기도 한다. 이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철수 결정을 “한시적으로 임시 중단”한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 뒤로 완전 폐업하지 않고 문을 약간 열어놓은 상태로 두다가 곧 러시아 시장에 돌아와서 영업을 재개하려는 생각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계속해서 어쩔 수 없는 피해자가 되었다”고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에게 있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단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하거나 교훈을 얻을 만큼 유익한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앞에는 대처해야할 거대하고 쉽지 않은 도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향후 수주나 수개월간 긴급대응체제를 갖추고 계속 대량 실업 발생을 방지하고 핵심 산업분야가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가동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등, 기업 철수로 인해 생겨나는 구멍을 막을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맥도날드”와 기타 유사 기업들의 철수는 대도시들에서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인 대중급식 문제를 실제로 만들어내게 된다. IT 기업과 기타 전략적 분야들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현재 러시아는 여러 서방기업들이 제한적으로 철수한 상황이다. 사진은 모스크바의 KFC 대리점 왼쪽 닫힌 곳은 미국 본사 직영점이고 영업하는 오른쪽 사진은 현지 체인점이다 <사진 김원일 칼럼니스트>
가장 첨예하고 시급한 과제들 이외에도 러시아는(그리고 러시아뿐 아니라)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배경으로 외국 투자에 대한 국가적 접근법 자체를 원칙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지난 2주간 동안에 우리의 눈앞에서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흘러가버린 이전 기간에는 고전적인 자유주의의 단순한 논리가 작동했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외국 투자는 매우 좋은 것이다. 외국 투자가 국가 경제에 자금을 수혈하기 때문이다. 외국 투자가 없으면 자금은 아예 없었을 수 있으며 이런 외국 투자로 인해 국가 경제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둘째로 투자자에 대한 규제는 나쁜 것이다. 투자자에 대해 규제를 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자금 투자 의향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 매끄러운 이런 접근법에 뒷면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의 대량 철수를 통해 전체 경제 부문과 공공 생활 분야들을 쥐어짜고 국가를 불안하게 하는 현재의 “지옥같은” 제재(制裁)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외국 기업에 대해 무모하고 무제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접근 방식이 갖고 있는 위험을 명료하게 알게 해주었다.
즉 외국 기업들과 그들의 러시아 내 활동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수립하는 문제가 첨예한 현안이 되고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수립된 일정한 방안들은 이미 존재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 분야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는 외국 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분야들의 방대한 목록이 존재한다. 작년 중국의 민간 교육 서비스 시장 개혁 관련 전 세계적으로 시끄러웠던 스캔들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교육 분야에서 외국 투자자들을 축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대표 사무소를 통해 영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업이 전면적인 활동을 하려면 심지어 100% 외국 자본으로 설립된 기업이라 해도 중국 국내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에서 생긴 일들을 고려하여 중국 정부가 이 규칙을 서둘러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기업을 국내에 등록한다고 해도 이 기업이 단순히 모 기업의 지시를 받고 하루아침에 폐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의 실시간으로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러시아)야 이것이 더욱 더 실제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비범한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여기서 아랍 에미리트의 경우는 특히 두드러진다.
2019년 아랍 에미리트는 더 적극적으로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관련 법령들을 눈에 띄게 자유화했다. 자유화된 법령에 따르면 일정 조건에서 자본 전체에 외국 자본만이 참여한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허가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외국 투자자들은 국가나 UAE 국민이 참가한 경우에만 합작기업을 설립할 수 있었고 그 기업 주식 지분의 51%가 아랍 에미리트 측에 속해야 했다. 이 기준은 일부 경우에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2019년 개정안에서는 이런 절차를 완화했다.
당시 경제학자들과 기업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 철폐가 아랍 에미리트에 외국 자본 유치를 촉진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2022년에 와서 상황은 약간 다르게 보인다. 외국 자본이 국가 경제를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러 사태가 보여주듯이 국가 경제의 안전을 파괴(破壞)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랍 에미리트 정부가 애초에 취했던 정책이 맞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다른 나라들이 자국에 맞추어 변경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국민이 의무적으로 합작기업 지분의 51%를 보유해야 하는지, 아니면 외국 기업 소유주가 긴급하게 철수할 경우 기업 활동이 무너지지 않도록 간단히 기업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더 적은 지분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모든 외국 자본에 대해 합작기업을 설립하도록 하는 입법 필요는 현 시점의 현실에서 갈수록 더 적절하게 보인다.
2주 전만 해도 국가 경제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모든 생각에 대해 세계경제와 자유 시장, 경제 자유화의 법칙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지 못하고 국가를 위협하는 위험성을 갖가지로 생각해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강박증 환자라는 비웃음에 가득 찬 논평을 다수의 전문가들이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일 간 이 강박증 환자들이 사실상 옳았으며 그들의 우려가 전혀 꾸며낸 것이 아님이 확실해졌다. 서방은 여기에 아무런 규칙도 없고 시장의 법칙도 가동하지 않으며, “대의를 위한 필요성”이라는 동기를 부여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고 기업을 몰수하는 것이 서방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강탈하는데 있어 충분히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확실히 입증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서방과의 대립에서 자국의 주권을 끈질기게 고집하는 다른 수십 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와 외국 투자 유치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경우 더 말할 것도 없이 국가 안보를 선택해야 한다.
글 이리나 알크스니스 | 리아노보스티 소속 평론가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