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감독 인터뷰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올해 가장 우수한 영화 중 하나이며 박찬욱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교묘히 잘 구성된 영화 ‘헤어질 결심’이 러시아에서 9월 29일 개봉됐다. 이 영화에서는 미스테리한 자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탐문(探問)에서 드러나는 숨은 음모뿐 아니라 가슴 아픈 로맨스로까지 발전한다. ‘올드보이’와 ‘아가씨’를 제작한 박찬욱 감독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표현력이 뛰어난 감독 중 한 명으로 렌타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이 어떻게 더 절제된 영화가 되었으며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경찰 스릴러와 멜로드라마라는 두 장르를 단순히 교차되어 얽힌 것이 아니라 서로 뗄 수 없을 만큼 결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영화에서 그것을 느꼈다면 내가 원하던 바를 이루었음을 뜻한다. 바로 그러한 결합이 내가 목표하던 것이다. 내게는 경찰 수사 플롯과 애정선이 통합되어 분리할 수 없는 일체가 되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 이것을 이루었냐고? 수사 라인부터 보자. 주인공 형사는 원칙적으로 그런 경우에 표준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범죄 현장을 살펴보고 증인들을 탐문하며 피의자를 잠복해서 감시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피의자를 경찰서에서 조사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보통의 수사 단계이다. 그러나 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이런 매우 유사한 과정들을 러브 스토리가 거쳐 가는데 어떤 러브 스토리가 다소간 그러게 마련이다. 한국어로 최근 일종의 속어인 ‘밀당’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단어는 동시에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들도 서로를 끌어 당겼다가 밀어내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유혹이며 또한 유혹과의 싸움이고, 전체적으로 이들은 영화 속에서 온갖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고 체험한다. 또한 모든 수사가 그러하듯이 주인공들의 사랑이 발전하는 것도 취조실 내의 카메라, 주인공들의 동료들의 시선 등과 같이 녹음되고, 관찰되는 가운데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내놓고 표현할 수 없고 무언으로 얼굴의 아주 작은 표정, 시선, 몸짓 등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헤어질 결심”은 형사물이면서 수사관과 피의자 간의 애정관계가 담겨져 있는 수사물인 동시에 암시와 신호가 없으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 그러면서도 유머가 섞인 중년의 위기를 다루었는데 이 주제를 어떻게 영화에 녹여 넣었나?
“그건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 유머를 삽입하고 일부 우스운 장면들과 순간을 첨가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유머를 주인공의 나이와 연결지으려는 생각은 없었다.”
- 탕웨이를 주연에 초청하기 위해 살인 피의자 여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설정했다고 했는데 독립군의 후손이라는 배경을 추가한 데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가?
“여기에는 어떤 숨은 정치적인 메시지도 없고 여주인공의 국적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서래가 중국에서 도망하기 위해 왜 한국을 선택했는가를 강조하기 위해 필요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할아버지가 한국이 감사해야할 사람이기 때문에 그 후손에게는 한국에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한국에 산을 소유로 가지고 있으며 그는 여주인공이 기억하기로는 그녀가 언제든지 한국에 갈 수 있고 그곳을 자기 집처럼 느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산의 소유권을 상실했고 아무런 서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서래는 자라면서부터 이렇게 알고 있었다. 한국은 그녀의 역사적 고향이고 이는 그녀가 한국어를 아주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든 한국에 와서 거주할 수 있음을 뜻한다.”
- ‘헤어질 결심’은 많은 점에서 당신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 내러티브의 시간적 순서. 그리고 어떤 순간에 어떤 사건을 관객이 알게 되는지, 주인공들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게 되는지 다루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영화의 재료로 다루는 것은 ‘올드보이’와 같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많이 드러난다.
“그렇다. 시간은 감독으로서 내게와 원칙적으로 현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 시대의 관객은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가 있는, 즉 말하자면 여러 시기에 동시에 행동이 전개되는 스토리에 아주 반응이 좋다. 따라서 나도 물론 이 방법을 갈수록 더 자주 사용하는데 끌리고 있다. 실제로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 선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상력과 회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여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의 큰 장점은 이런 시간 여행을 현실적으로 만들고 거기에 형태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상황들이 우리가 그것들을 되새겨보는 때에 따라 우리에게 각기 다르게 평가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플래시백을 통해 최소한 영화에서는 우리 시대와 우리 세계의 보편적이고 자주 던져지는 이런 저런 수수께끼들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 복수 3부작이나 ‘아가씨’처럼 매우 작위적이고 정교하게 느껴지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헤어질 결심’은 상당히 미니멀한데.
“맞는 말이다. 이 영화는 나의 전작들과 다르다. 그렇게 화려하거나 정교하거나 그림처럼 인위적인 것이 강조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변화는 절대적으로 의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헤어질 결심”의 관객들이 스토리에 집중하고 주인공들이 감추고 있는 감정에서 다른데 눈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주인공들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눈과 입가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했다. 이 영화에는 폭력이나 누드 신도 없고 카메라가 급격히 전환되지도 않는다. 내겐 그런 것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런 효과와 도발적인 방법들을 모두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조용하면서도 절제되고 섬세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 이런 미니멀리즘이 한국 영화의 고전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인지?
”내가 영감(靈感)을 받은 구체적인 근원 하나는 1967년의 영화 ‘안개’이다. 김수용 감독이 촬영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헤어질 결심’의 장면 뒤에서나 줄거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래 ‘안개’가 나온다. 김수용의 영화에서도 스토리가 내 영화의 후반부를 연상하게 만든다. 거기서나 여기서나 행동이 안개 속에서 전개되고 일부 전환점도 유사하다. 전체적으로 ‘안개’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읽었던 한국의 고전 ‘무진기행’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헤어질 결심’은 이 소설과 1967년 작 영화 그리고 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듣는 노래에 경의를 표한다.
글 = 데니스 루자예프 기자 | 렌타루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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