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는 법령을 채택했다. 북 정부는 앞으로 비핵화 협상을 할 의향이 없다. 김정은 로동당 총비서는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북의 행보가 동아시아와 전 세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이즈베스티야가 살펴보았다.
선제타격하라
북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법령은 핵무기 관리 절차와 그 운용의 목표, 원칙, 조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북은 적이 공격을 하는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그리고 전쟁 규모 확대를 예방하고 침략과 공격 기도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령에서는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壞滅)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말하고 있다.
핵무기는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외부 침략·공격에 대처해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사용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북 정부는 핵무기 기술, 설비 또는 물질을 다른 나라들에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비핵 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해 북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위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이와 같이 중요한 억제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약 1950년대에 시작했다. 2005년 북은 핵개발 작업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고 공표했고 이로부터 7년 후에 새 헌법에서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선언했다. 이번 9월 9일에 발표된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은 2013년에 이미 발표되었던 유사한 내용의 법령을 대체한 것으로 북의 핵전력 발전과 국제정세의 변화를 고려하여 대량살상무기 사용에 대한 규정을 수정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법령에서 중요한 특징은 이 법령이 본질적으로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가 되는 세부 조항은 이 선제타격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핵화에 종지부
최근 수개월간 북은 갈수록 더 적극적으로 군사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3월에 신형 괴물급 ICBM ‘화성17호’ 시험을 통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었음을 입증했다.
올해 초부터 북은 이미 동해 쪽으로 18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중 몇 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후 5월 22일 쿼드 정상회담을 하고 있던 중에 발사되었다. 일본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발은 300km와 750km를 각각 날아 일본 해역 동쪽 부분에 낙하했다.
봄부터 북은 2018년 핵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를 충실히 지키겠다는 증거로 부분적으로 파괴했던 풍계리 핵 실험장 준비 작업을 활발히 시행했다. 당시 김정은 노동당 총 비서는 더 이상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시험하지 않을 것이고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 북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으며 자국 군의 군사기술적 전력을 개선할 방침만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새롭게 반미 기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한국전 발발 기념일인 6월25일 ‘미제 반대 투쟁의 날’에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개최되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군중집회 참석자들은 미국 때문에 북한이 흘린 피를 천백배로 받아낼 것이라고 맹세(盟誓)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이 가장 마지막으로 핵실험을 한 것은 2017년 북미관계가 최고로 긴장된 상황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총비서를 “로켓 맨”이라고 불렀으며 김정은 총비서는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면서 태평양 괌 섬에 있는 미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2018년 4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자발적으로 핵무기 실험과 ICBM 발사를 유예(猶豫)했다. 다만 2019년 2월에 개최된 다음 번 북미정상회담은 별 성과없이 끝났으며 양측은 모두 고대하던 협약을 체결하기 못하고 돌아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은 협상은 아예 접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김정은을 “폭력배”라고 부른 조 바이든이 집권하자 북한은 모라토리움(유예 조치)을 준수할 이유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북 정부는 공식적으로 첨단기술무기 개발 및 실험으로 다시 이행하겠다고 공식 선포했다.
그리고 이제 북은 모든 비핵화 요구를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적대정책과 핵위협에서 자위권을 갖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억제력
러시아 극동연구소 한반도 연구센터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수석연구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실제로 비핵화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적 지원에 대한 대가로 비핵화”라는 원칙에 따른 핵문제 협상을 규정하는 “담대한 계획”을 제시한 한국 집권층에 중요한 신호라는 것이다.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모두가 리비아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리비아는 핵개발 초기 단계에서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또한 무아마르 카다피에게는 북에 약속된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주어졌다. 거기에서 모든 이전의 범죄에 대해 완전히 문제시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카다피의 인생의 종말이 어떠했는가는 모두가 안다. 만약 그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북은 이런 경험을 고려하고 있다. 게다가 북과 리비아의 군사력 수준은 서로 비교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핵실험 리스크가 크다고는 보지 않는다. 핵실험을 해야 할 군사기술적 필요성이 아직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법령만으로도 정치적인 신호를 보내는 일은 충분히 수행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은 서방의 북문제 전문가들의 준비상태가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그들은 이미 4번이나 북의 핵실험이 확실하다는 날짜를 언급했다. 윤석열 한국대통령 취임식에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없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또 다시 없었다.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역시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전 종전 기념일인 7월 27일에 있을 것이라고 날짜를 옮겼는데 또 다시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또한 중국의 입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이 북중관계를 어렵게 만들면서까지 중국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또는 그 기간에 무엇인가를 폭파하는 시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의구심(疑懼心)이 든다는 것이다.
연쇄 반응
그러나 핵무기 사용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핵무기 사용위험이 냉전의 정점 시기와 비견될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고 보았다. 그는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이 1만3000두에 달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종말의 날을 위한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인정된 핵보유국 클럽에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이 포함된다. 남아공도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 개발에 나섰지만 1990년대 초반 이 계획을 철회했다. 1990년대 초에는 소련의 핵무기 일부를 국내에 보유하고 있던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가 핵을 포기하고 이를 러시아에 넘겨주었다. 타국에 자기 나라 탄두를 보관하고 있는 유일한 핵보유국은 미국이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 미국, 영국은 핵무기 비확산 협정에 서명했다. 북은 여기에 동참했으나 나중에 탈퇴했다. 다른 인정받지 못한 핵보유국가들인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핵무기비확산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핵보유국이 될 수 있는 후보 국가중에는 한국도 언급된다. 한국 정부가 자국 영토 내에 미국의 핵무기나 자체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의사결정 수준에 있는 인물에게서는 그런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군관계자들이나 우익 정치인들이 이런 논의를 하고 있다.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남한은 북한보다 먼저 핵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미국이 박정희가(1962-1979년 집권) 핵폭탄을 보유할 경우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지나치게 독립적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면서 “따라서 미국은 남아공의 핵 사업을 억누른 것처럼 한국의 핵 개발 계획을 눌러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 기술적 공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고 원전이 30개소나 있어 정치적인 결정만 있으며 1차 핵실험을 하게 되기까지 1년반-2년이면 충분할 “준핵보유국”의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대만, 이란, 여러 유럽국가들과 일부 남미국가들도 상당히 신속하게 자국의 핵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그런 국가들에게 핵 개발의 시점이 되는 것은 안보 아키텍처가 향후 붕괴될 경우이다. 향후 6개월 내에 유럽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은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결론지어 말했다.
이고리 코로트첸코 ‘국가 방위’지의 편집국장은 미국, 한국, 일본 중 누구도 북한이 이 법령을 통해 보낸 신호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침략을 막기 위해 모든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경고하는 핵미사일 보유국의 지위가 있다. 이는 새로운 현실이며 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북한 정부의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숙고된 정책이다. 승자는 항상 옳은 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러시아 측은 이를 알고 있어야 할 뿐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니다. 세계가 달라졌고 지정학적 현실도 변화했다. 이제 한국 정부와 일본, 미국 정부를 이를 심각히 숙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 타티야나 미시나 기자 | 이즈베스티야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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