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2 브루클린 시티텍 전시 눈길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미국서 활동하는 조성모 작가(62)의 설치대작(設置大作) ‘자연과 문명의 대화’가 뉴욕에서 10년만에 다시 공개된다.
‘자연과 문명의 대화’는 높이 4m, 폭 0.6m의 타워형 조형물(造形物)이다. 지난 2011년 제작된 이 작품은 중견서양화가인 조성모 작가가 컴퓨터의 CPU와 VGA 카드, 메모리 등 컴퓨터와 TV, 라디오 40대의 부품 소재들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6개월간 작업한 것이어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박람회인 뉴욕아트엑스포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화제의 대작이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동 설치의 어려움과 전시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자연과 문명의 대화’는 작가의 작업공간이자 보금자리인 뉴욕주 오렌지카운티의 사랑마운틴을 찾는 이들만이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시티칼리지오브 테크놀로지(뉴욕시티텍)의 뉴아카데믹 빌딩에서 5월 2일부터 12일까지 <Art+Tech: An Asian American Experience>라는 타이틀 아래 열린다. 참여 아티스트는 조성모작가와 파라스투 아훈 작가 등 24개 개인 단체가 참여했으며 예술역사학 교수인 지지안 퀴안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뉴욕시티텍은 본래 ‘자연과 문명의 대화’를 2020년 4월 전시하려고 했지만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팬데믹으로 취소되었고 이번에 3년여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조성모 작가는 “2012년 첫공개 후 2013년 New York Art Expo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의 전시를 그동안 여러 곳에서 희망했지만 운반, 설치의 번거로움으로 엄두를 못냈는데 시티텍의 강력한 요청으로 뜻깊은 전시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성모 작가는 “그간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자연과 문명의 조화는 확실히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 같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가 문명과 자연의 공존속에 생각과 고민들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가 없는 미래의 세계 세대에서도 작가의 생각을 읽어 볼 수 있고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혹독하게 치루던 속에 작업한 것이어서 애착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자연과 문명의 대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눈을 휘둥그레 뜬다. 사람 키의 두배가 넘는 위용도 그러하지만 4개의 면이 LED램프처럼 환하게 서로 다른 빛을 발하고 작품에 부착된 TV모니터 동영상과 라디오 볼륨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작품에 활용된 기계 소재는 20대의 낡은 컴퓨터와 TV, 라디오 등 총 40대에 달한다. 작업에 앞서 10여년간 주위에서 버리는 컴퓨터와 전자기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모든 기기들을 해체한 그는 부품을 아크릴판에 정교하게 붙여나갔다. 오래된 순으로 쌓아 올렸기때문에 시대의 흐름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노트북 등 최근 소재들이다. 흥미롭게도 오래된 부품일수록 투명한 빛을 띄어 신비로운 음영(陰影)을 연출한다.
내부에 8피트 크기의 형광등을 연결해 빛이 투사되도록 했고 겉면 한쪽은 빨간색으로 ‘LOVE’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러브는 ‘사랑의 길’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조형물은 외관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컴퓨터 기판 등을 노출하고 있다. 그는 왜 빌딩의 이미지를 선택했을까. 작가는 빌딩이야말로 문명의 모든 것을 함축(含蓄)하고 있다고 말한다.
빌딩의 거친 내부를 드러낸 것은 문명의 복잡하고 정밀한 부분들은 감춘 채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외관을 내세우는 문명의 숨김없는 속살을 드러내려는 의도이다. 놀랍게도 조형물의 기초인 하단의 코너스톤(기초석)은 1995년 제작된 것이다.
‘자연과 문명의 대화’를 처음 구상한 것은 1990년. 그는 먼저 캔버스에 ‘문명의 신호’라는 작품을 그렸다. 언젠가는 이 작품을 입체로 구현하겠다는 열망을 품고 세라믹 기초석부터 작업하며 세상에 빛을 보는 그날을 기다린 것이다.
뉴욕엑스포에서 이 작품이 공개됐을 때 맨하셋미술협회의 바바라 실버트 회장은 “정말 환상적이다. 하단의 세라믹 코너스톤위에 세워진 컴퓨터 부품의 빌딩의 조합은 석기시대(石器時代)의 인간이 문명(文明)의 탑(塔)을 향해 기어 올라가는 것을 상징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성모 작가는 중앙대 미대 회화과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90년대 초 미국에 이주했다. 프랫 대학원을 졸업하고 머시 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도 양성한 그는 2012년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사랑마운틴’에 정착한 이후 자연을 거대한 캔버스로 삼아 세계 최초의 연필 조형물 시리즈 ‘지구의 마지막 연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시티텍은 1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초기술과 응용기술 등 하이테클로로지 인재 양성을 전문으로 한 대학이다. 전시 오프닝 리셉션은 5월 2일(화) Academic Complex Building(285 Jay Street, Brooklyn, NY 11201)에서 오후 5시반부터 8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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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재미화가 조성모 20년 결실 ‘자연과 문명의 대화’ 대작 화제 (20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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