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정이었다, 이른 봄의 햇살을 맞으며 로스앤젤레스를 힘차게 출발한 그이가 한 여름 땡볕이 작렬하는 맨해튼 한복판에 골인했다.
오직 두 발에 의지한 채 동으로 동으로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지 어언 95일. 무려 16개주를지나친 ‘검프 할아버지’ 권이주(65) 뉴욕한인마라톤클럽 회장이 대륙횡단 울트라 마라톤에 성공했다.
한인사회는 물론, 아시안커뮤니티 최초의 쾌거였다. 더구나 60대 중반의 나이로 인간한계에 도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레이스는 더욱 환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미 레이스 도중 미 주류언론의 주목을 받은 그는 데일리뉴스로부터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전날 뉴저지 리지필드 팍에 도착한 그는 이날 오전 10시 격려차 나온 수십명의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레오니아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뉴욕을 향했다.
맨해튼에 진입한 후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얼이 서려 있는 115가 맨해튼한인교회에 들러 힘을 추스른 그가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UN본부 앞에 다다르자 수백명의 환영 인파가 환호했다.
이날 기온은 화씨 90도(섭씨 32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지만 95일간 3000마일(4800km)을 넘게 달려온 60대 마라토너는 방금 레이스를 시작한 듯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바뀐게 있다면 처음 시작할 때 면도를 깨끗이 한 얼굴이 무성히 자란 흰 수염으로 뒤덮이고 체중이 15파운드(7lg) 정도 줄었든 것이었다.
마침내 대장정을 마친 권 회장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3월 23일 LA를 출발해 총 3,106마일을 달려온 불굴의 마라토너는 “95일간의 여정은 고독과의 싸움이었다”고 돌이켰다.
권이주 회장은 “좌절의 순간도 있었지만 도움을 준 많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좐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은 마지막 1마일을 함께 달리며 권 회장의 힘을 북돋았다. 리우 감사원장은 권 회장의 완주는 뉴욕 한인 뿐만 아니라 뉴요커 모두의 승리라며 기뻐했다.
▲ 권이주 회장이 좐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과 김경근 뉴욕총영사와 함께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환영 인파와 함께 있던 김경근 총영사는 아시아인 최초 미 대륙횡단 완주라는 기록을 세운 권이주 회장의 도전 정신을 높이 치하했다.
권 회장은 “이번 레이스는 나 혼자 달린 것이 아니라 미주한인 전체가 달린 것”이라며 레이스 내내 깊은 관심을 보인 동포사회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최고령 대륙횡단 마라톤 기록 될까?
권이주 회장이 달리기를 하게 된 것은 50대 후반 비만과 당뇨로 목숨이 위험한 지경까지 갔던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오래지 않아 그는 마라톤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뉴욕한인마라톤클럽을 창설한 그는 매주 센트럴파크에서 회원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며 각종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륙횡단 마라톤에 도전하기 직전인 지난 3월초 통산 100회 마라톤의 금자탑을 달성한 그는 필라델피아-뉴욕 구간 150마일을 33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린 서재필선양마라톤대회 등 각종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대륙횡단 마라톤과 관련한 기록으로 1979년 프랭크 지아니노(31) 씨가 47일만에 동서 횡단에 성공해 최단기간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최고령 완주 기록은 아직 정확한게 나와 있지 않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어쩌면 최고령 대륙횡단 마라톤 완주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권이주 회장은 이번에 당뇨병 퇴치와 대한민국의 월드컵8강 기원, 독도및 동해표기를 홍보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레이스에 나섰습니다. 뉴욕한인사회에 마라톤 열풍을 일으킨 그는 “앞으로 건강센터를 설립해 한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