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유행도 좋지만..’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봄이 다가오면 겨우내 움추렸던 여성들의 맵시도 달라진다. 곱게 화장(化粧)도 하고 멋도 부리고 싶은건 본능이다. 비록 살기 퍽퍽한 시절이었지만 백년전에도 여성들의 화장은 유행(流行)을 따라간 모양이다.
1924년 3월 12일 동아일보는 만평을 통해 여성들의 화장법이 영 조화롭지 못하다고 질타를 했다. 지금이라면 여성모독이라고 논란이 될만큼 조롱의 언사는 신랄(辛辣)하다.
동아 만평과 함께 중국 노동자와 조선 노동자의 갈등,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 문제(매일신보), 인권유린(人權蹂躪)을 당하던 정미소 여공들이 동맹파업을 벌였다는 놀라운 기사를 아카이빙 전문매체 근대뉴스(http://www.19c.co.kr/) 제공으로 소개한다.
☯ 동아 만화 (1924.03.12.)
유행(流行)의 몇 가지

미(美)는 조화(調和)의 별명(別名)이다. 형(形)에나 색(色)에나 음향(音響)을 물론하고 조화가 없는 곳에는 미(美)가 없다. 꽁지 빠진 새, 그것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조화를 잃은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여자는 대부분이 이 조화없는 면색(面色)을 하고 다닌다. 자체의 하반(下半)에는 겹겹이 옷을 입어 퍼질 대로 퍼지도록 만들어 놓고, 머리는 흑각(黑角)으로 갈린 것같이 빤빤하게 밀기름 칠을 해 놓는다. 이것이 얼마나 부조화한 면장(面裝)이냐. 또 빤빤한 그 머리에다 『조박이』를 눌러 쓴 모양은 그 부조화를 한층 더하게 하는 것 같다.
☯ 중국 노동자 살해와 악만 남게 된 (1924.03.12.) 동아일보
조선 노동자의 처지

◊ 『중국 노동자의 침입으로 조선 노동자가 살 수 없게 된다』함은 수년 래로 종종 보도도 하고 논평도 한 바어니와, 이제 강원도 철원에서 중국 노동자와 조선 노동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서 필경은 살상(殺傷)의 참극까지 생긴 사건으로 법정의 문제까지 된 것을 볼 때에, 우리는 문득 온 몸에 소름이 끼침을 깨닫지 아니 할 수 없다.
◊ 내가 살기 위하여 남을 죽이고 해친다 함은 그다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아마 인류가 생긴 이후로 오늘날까지의 역사는 전혀 이와 같은 참극으로 계속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불유쾌한 역사를 가진 것을 슬퍼하지 아니 할 수 없는 동시에 언제나 사람이 먹고 사는 일에 평화를 얻을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없지 못하다.
◊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말을 하도록 한가한 사람은 아니다. 먼저 먹을 길이 없어서 남을 해할 지경에 까지 이른 수많은 동포를 위하여 어떻게 할 까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 쫓겨나는 백성, 몰려가는 백성에게 어찌 먹고 살 길이 있기를 바라며 평화한 가운데에 남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기를 바랄 수가 있으리오. 그들은 배가 고픈지 오리애라. 남은 것은 오직 『악』밖에 없고 바랄 것은 오직 죽음밖에 없는 막다른 운명을 가졌을 뿐이 아닌가.
◊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아무 것도 좋은 방침을 갖지 못하였음에야 어찌 하리오. 육체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월급쟁이는 월급쟁이끼리, 장사는 장사끼리, 농부는 농부끼리 오직 색다른 백성들에게 일터와 벌이와 전답을 모조리 빼앗기는 중에 있는 우리들의 운명은 오직 세상에서 말하는 『악』의 길로 우리들의 운명은 오직 세상에서 말하는 『악』의 길로 우리의 발을 인도할 뿐이오, 이 길은 우리의 앞에 놓인 유일한 살 길인지도 모른다.
☯ 집 잃은 아이가 많으니 부모는 주의할 일 (1924.03.12.) 매일신보
외출 유아(幼兒) 보호

요사이는 일기가 차차 온화해 봄철이 되었으므로 일반의 외출이 나날이 늘어 감을 따라서 어린아이들도 밖에 나가서 놀다가 집을 잃고 방황하며 혹은 경찰서에 보호를 받고 있는 일이 하루에도 5~6건씩 된다 한다. 종로 경찰서에는 나이 4살가량 되어 보이고 검은 바지저고리에 파란 조끼를 입은 조선 남자아이가 6일 전부터 집을 찾지 못하여 보호를 받고 있다는데, 이것을 위시하여 시내 각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보호를 받는 아이가 많이 있는 즉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각별히 주의하여 잘 보호할 것이라더라.
☯ 냉대(冷待)! 능욕(凌辱)! 찬미(撰米) 여공 동맹파업 (1924.03.12.) 동아일보
짐승같은 감독 재전 배척과
삭전 올리라는 두 조건으로

그 날 벌어 그 날을 간시히 지내는 불쌍한 여자 300여 명은 삭전을 올려야 살겠다! 조선 여자라고 하여 대우를 냉대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그제 10일에 동맹파업을 일으킨 일이 있다. 이것은 인천부 만석정에 있는 재등(齋藤)정미소에 다니는 조선 여자 300여 명의 일인데 내용을 듣건대, 종래 그 정미소에 다니는 여자는 7~8세 된 어린 아이로부터 30~40세 가까운 여자까지 합하여 300여 명이나 되는 터인데 그들은 정미소의 쌀 고르는 방을 자기의 생명으로 알고 해가 뜨면서부터 그 해가 서쪽 바다로 숨을 때까지 잘 고르는 여자는 20~30말부터 어린 여자와 늙은이는 6~7말 가량을 고르는데, 그 삭전은 한 말에 3전씩으로 한 사람 평균 하루 40여 전을 받는 터이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쌀은 뉘와 티끌이 많아서 한 말에 3전씩을 받아 가지고는 40전 벌이도 못되니 삭전을 올려 달라는 것이며 또 하나는 공장의 재전(在前)이란 감독은 시내 여러 곳 정미소로 다니면서 쌀 고르는 여자를 능욕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데, 지금 재등정미소에서도 얼굴이 얌전한 여자에게 짐승 같은 욕심을 품고 그 뜻을 달하려는 등 가벼이 보지 못할 짓이 많다 하여, 그러한 감독 아래에서 차라리 굶어 죽으면 죽었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두고두고 내려오던 불평이었다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하루종일 40전에 목숨을 맡기고 자기가 먹어 보지 못할 쌀을 고르던 300여 명의 여직공은 그제부터 일제히 동맹파업을 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이 뜻을 정미소 주인에게 진정하였다더라.
감독을 옹호하는 정미소 주인의 말
삭전은 임시로 올린다
이에 대하여 정미소 주인 재등(齋藤)씨의 말을 듣건대, “원래 쌀에 뉘가 많을 때에는 품삭을 그때만 얼마간 올려 준 일도 있어 전례까지 있는 일이므로 이번 쌀에도 뉘가 많은 줄 먼저 알았다면 문제가 이렇듯 커지지 않을 것인 바, 자기네들은 동맹파업을 일으킨 뒤에 이런 줄을 알게 되어 심히 유감으로 압니다. 그리고 또 감독의 품행 문제에 대하여는 자기로는 그러한 것을 절대로 믿지 아니 합니다. 그러하므로 삭전 문제는 전례에 따라 뉘가 잇을 때는 올려 줄 것이지 마는 감독 문제는 어찌 할 수 없다”고 하니, 아직까지 해결을 보지 못한 이번 동맹파업은 어찌 될는지 가관(可觀)이라겠더라. (인천)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