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릿저널(WSJ)이 독일산 명품브랜드 MCM의 부활을 이끈 성주그룹의 김성주 회장을 대서특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WSJ는 13일(현지시간) 주말특집섹션 컬러 4면 전면을 할애해 김성주 회장과 명품브랜드 MCM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저널은 ‘동방에서 불어온 MCM의 변모(MCM's Eastern Makeover)’라는 제목으로 “야심찬 한국의 여성경영인이 사그라드는 명품 브랜드를 소생시켰다”고 말했다.
김성주 회장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유럽산 명품브랜드를 직접 관장하는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저널은 80년대이후 글로벌 브랜드의 지위를 잃었던 MCM을 김성주 회장이 인수한 후 과거보다 더욱 인정받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일군 과정을 상세하게 조명했다.
MCM은 ‘미카엘 크로머 뮌헨(Michael Cromer Munich)’의 준말로 본래는 가죽제품부터 테니스라켓 커버와 벨트 등에 걸쳐 로고를 강조한 제품이었다. 화려한 외양으로 명가의 이미지를 떠올린 이 브랜드는 90년대를 전후로 시장에 모조상품이 넘쳐나고 고객의 취향이 바뀌면서 서서히 퇴조했다.
97년까지 MCM은 재기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한국의 한 사업가에게 브랜드가 넘어간 이후 MCM은 달라졌다. 이름도 ‘모우드 크리에이션 뮌헨(Mode Creation Munich)’의 줄임말로 바뀌었다. 그 변화를 주도한 조타수는 바로 김성주 회장이었다.
한국의 저명한 여류사업가인 김 회장은 아시아출신으로는 보기드물게 명품브랜드를 인수해서 한국을 명품브랜드의 창의적인 패션전진기지로 일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주 회장은 지난해 가을 한국이 EU와 FTA 협상을 체결한 이후 한 자리에서 “만일 한국이 아시아의 패션마켓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그 역할을 중국이 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래에 강력한 명품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저널은 김 회장이 MCM을 얼마에 인수했는지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후 무서운 추진력과 야심으로 일부 직원들이 ‘징기스킴’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MCM의 글로벌 브랜드를 재론칭하는데만 무려 4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유럽과 아시아에 최고급 부띠끄를 열고 2009년 뉴욕에서 비욘세 놀스가 영화 ‘옵세스드’의 초연행사를 유치하는 등 각종 파티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김 회장의 전략은 주효했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09년 아시아의 매출은 2억5000만 달러로 2005년 1억 달러보다 두배반이나 성장했고 과거 MCM의 전성기인 93년 매출과 같은 액수였다.
미국에서는 주로 입소문을 통해 MCM의 진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천천히 진행시키고 있다. 2007년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인터믹스와 프레드시갈에서 입점행사를 가졌고 2008년엔 뉴욕 플라자호텔에 첫 부띠끄를 오픈했다.
또 지난해 가을에는 전 마크 제이콥스 디자인디엑터인 조이 그라이슨의 진두지휘로 뉴욕컬렉션을 열렀고 최근에는 뉴욕패션위크 기간중 브라이언트파크에 패션텐트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의 매출은 지난해 가을 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3년의 1600만 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성주그룹은 브랜드가 이제 새롭게 알려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MCM의 밝고 노란 알다 백은 TV 인기드라마 ‘가십걸’에서 까메오로 등장했고 노티호보 백은 차기 드라마 시리즈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여성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마케팅은 결단코 배격한다. 380 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 다양한 MCM의 핸드백은 부잣집 남성의 애첩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노리고 있다.
성주그룹은 브랜드를 혼재된 결과물로 복구하고 있다. 패션전문가들은 아시아를 겨냥한 명품브랜드가 제대로 준비됐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WGSN의 글로벌 명품분석가인 샌드라 핼리데이는 “일본 디자이너 야마모토 모지와 와타나베 준야가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있지만 이들은 부분적으로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핼러데이는 “아시아 시장은 물론, 서구 시장도 전통적인 아시아 명품브랜드가 통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만일 좀더 서구화된 브랜드가 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FIT(Fash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패션상품학과 존 민카렐리 교수는 “고객들은 보테가 베니타에 갈 수도 있고 클래식한 코치 매장에 갈 수도 있다. 만일 당신이 좀더 저평가된 상품과 장인기술이 돋보이는 상품들을 원한다면 그곳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이탈리아와 독일 한국에서 생산되는 구치를 사는 등 최고의 상품들을 이들 나라에서 주문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명품브랜드와 똑같은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브랜드들은 값을 아주 비싸게 받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최근들어 한국이 아시아 대륙에 스타들과 음악, TV 드라마들을 수출하는 상황을 지적한다. 베인&캄퍼니의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갖는 고유 브랜드들이 있다”면서 “왜 미국과 유럽에서 2단계 행보를 취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김성주 회장은 한국의 전통적인 부잣집 가문에서 다분히 도전적인 막내로 성장했다. 가문의 배경에 따른 하버드대 동기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일을 배웠다. 이후 90년 한국에서 구치의 프랜차이즈로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마크스&스펜서, 소니아 라이키엘, 입생로랑과 계약하며 경력을 쌓았다. 2000년 서울에 MCM 1호점을 오픈한 그녀는 마침내 2005년 MCM을 인수하고야 만다.
WGSN의 핼리데이 애널리스트는 “김성주 회장은 남성이 주도하는 한국의 시장환경에서 아웃사이더와도 같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내가 MCM에 대해 읽은 모든 것은 그녀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을 자아(Ego)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주 흥미로운 김 회장의 스토리가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min@newsroh.com
<꼬리뉴스>
MCM 김성주 회장은 재벌가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힘으로 브랜드를 일궜다는 점에서 자수성가형에 가깝다. 사업초기 런칭 쇼를 할 때 검은머리 동양인이 노랑머리 서양인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과단성있는 카리스마로 휘어잡았다는 그녀를 여자징키스칸으로 칭한 것이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