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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전선동미술전 비엔나 전시 눈길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0-08-17 (화) 12:38:26

“북한미술전을 왜 하냐구요?”

비엔나 미술관의 피터 노에버 디렉터는 지난 5월부터 북한의 선전예술화(宣傳藝術畵)들을 전시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받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 등 국제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점에 마련된 전시회가 비난과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아트섹션 한 면 전체를 할애해 비엔나에서 열리는 북한 그림전시회를 둘러싼 논란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00개 이상의 유화(油畵)로 북한국립미술관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타임스는 “폐쇄적인 전체주의국가 작품들이 외국에서 대규모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타임스는 “지금까지 북한의 문화적 특성은 10만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펼치는 춤과 체조의 화려한 쇼를 TV를 통해 본 게 고작이었다”면서 “비엔나 전시회는 많은 주민들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노동과 고문 등 폭압적인 조치에 익숙한 반(反)이상향의 통제되는 심미주의를 엿보게 한다”고 전했다.

 

충성스런 농부와 노동자 청소부 여자재봉사들은 모두가 기쁨에 넘친 얼굴들이다.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이 눈부신 햇볕속에 웃고 있는 이 작품 제목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다.

타임스는 “300만명이 기근(饑饉)으로 숨진 직후인 2000년에 그려진 작품은 뚱뚱한 독재자 김정일이 고기와 야채가 담긴 김이 솟아오르는 냄비뚜겅을 여는 모습이다. 옆에는 흰 주방장 모자를 쓴 조리사들과 수행군인이 있는데 ‘김정일 장군이 군인들의 다이어트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는 설명문이 붙어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작품들은 최근 10년간 제작됐다. 즐거움이 넘치는 거리 등 대부분의 풍경작품들은 오픈된 장소에 걸려 있지만 김정일과 그의 아버지 ‘위대한 수령 김일성’이 있는 작품들은 로프를 두른 채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경비원은 “그림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측은 북한의 국보(國寶)들이나 다름없는 이 작품을 보호하는 동시에 북한을 공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229쪽짜리 카탈로그는 정치적 문제제기 등 어떤 비판적인 단어도 배제돼 있다. 북한 예술과 정치계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심포지엄은 전시회가 끝나는 9월 5일 전날 밤에 열린다.

노에버 관장은 전시회를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털어놨다. 북한의 문화부 장관은 카탈로그에 비엔나 미술관과의 교환전시가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썼지만 북한의 작가들이 오스트리아에 오지 않는다.

타임스는 지난 5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공산국이었던 체코의 TV 기자가 “독재국가의 선전선동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이 윤리적이냐?”고 베티나 엠부시 큐레이터에게 묻자 “주제를 오해하지 말라. 우리는 문화에 관심있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독일의 디 벨트지는 전시회를 ’불쾌한 김일성화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같은 테러정권의 작품들은 어떤 것으로도 용인할 수 없고 이해불가능한 비주얼아트”라고 내리깎았다.

 

타임스는 북한이 그들의 예술품을 비엔나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에버 디렉터는 “내가 관심있는 것은 서구세계와 따로 떨어져있는 예술가들과 거의 정보가 없는 상대의 문화들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시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2003년부터 4차례나 평양을 4차례 방문했다. 전시회를 위해 지불한 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주재 북한대사는 전시회 개막 사흘전까지 노에버 씨 사무실에 와서 왜 전시회를 하는지 질문했다고 한다. 노에버 씨는 “(북한사람들은) 걱정이 많았다. 북한에 대한 역선전을 우려했기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은 노에버 디렉터가 북한 정권을 빛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스트리아 재무성은 정부가 지원하는 미술관의 해외 대여 작품들에 대한 보험을 들어주지만 재무성의 다니엘 카포 대변인은 “이번 전시는 여론에 반하는 것이어서 보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에버 디렉터는 카탈로그에 “서구의 이상적인 렌즈가 전적으로 다른 리앨러티의 관점을 뒤틀어버리는 자세를 개탄한다. 우리 관객들은 유럽중심적이고 제국주의적 태도와 결별해야 한다”고 촉구해 기왕의 논란을 가열시켰다. 그는 이 전시회가 문화적 차이를 상호간 존중하는 가교(架橋)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노에버 디렉터는 지난 24년간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19세기에 유행한 실용적인 가구인 비더마이어 가구와 맘러크 양탄자 전시 등 제니 홀처와 도날드 주드 전을 열었고 소련 예술전을 로스엔젤레스 아트센터에서 열기도 했다. 비엔나의 나치시대 방공탑을 현대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작업도 추진했다.

비엔나의 일간 디 프레시는 “노에버가 바보는 아니다”라며 북한 미술전시회를 언급했다. “그보다는 세련된 급진 좌파의 오스트리아의 지도적 사례”라고 표현했다.

이 전시회는 북한이 해외에서 어떤 새로운 추종자들을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제한된 상태에서 대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현대미술관의 제인 포탈 아시아부장은 “비록 우리가 원하는 정권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나라들과의 문화 프로젝트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미술책자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포용이 대화를 아예 안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전시장 입구엔 김일성 김정일 꽃들이

비엔나 미술관은 이번 전시회에 북한을 ‘영광스럽게 하는 꽃’들로 치장했다. 김일성화(金日成花)와 김정일화(金正一花)이다.

1965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난초교배종 ‘김일성이아’와 1988년 베고니아 신품종을 개량한 ‘김정일리아’, 이른바 ‘불멸의 꽃’이 있다. 북한에선 이 두 개의 꽃 축제를 매년 여는데 이번 전시회에 김일성화와 김정일화를 본뜬 인조실크 꽃으로 입구를 치장했다고 한다.

대개의 관객들은 이같은 치장을 우스운 것으로 생각한다. 보스턴미술관의 제인 포탈 부장은 “북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며 “이것은 곧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마지막 성곽의 유물과도 같다. 후세를 위해 감상하고 보존되야 할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오스트리아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비엔나는 북한이 특별히 호감을 보이고 있는 도시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전직 북한 대령인 한 탈북자가 지난 3월 발간한 책자에 따르면 비엔나는 북한의 엘리트층이 호화상품들을 조달하는 쇼핑전진기지 역할을 오랫동안 맡아 왔다.

지난해 이탈리아 경찰은 김정일을 위한 두 대의 요트를 구입하려던 오스트리아 중간상을 봉쇄했다. 북한이 비엔나를 좋아하는 것은 쇼핑만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평양정권은 지휘를 배우도록 17명의 학생들을 명성있는 음악예술대학에서 유학하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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