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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노인반전시위대를 아시나요

글쓴이 : min 날짜 : 2010-06-05 (토) 23:19:44



전쟁이 계속되는 한 5번가의 할머니들의 시위는 계속된다..


지난 5일 수요일 오후, 태양은 느릿느릿 시작되고 있었다. 일단의 할머니들이 맨해튼 휩스애버뉴 동쪽부터 라커펠러 센터로 걸어나왔다.


그들은 길모퉁이 열지어 선 채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배너들을 목에 걸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대부분은 침묵속에 서 있었다. 이따금 구호를 외쳤다.


“우리의 군대를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 산 채로 말이다!”


뉴욕타임스가 5월 7일 전한 노인 반전 시위대의 풍경이다. 이날 시위는 330번째의 수요일 집회였다. 이들이 첫 시위에 돌입한 것은 2004년 1월 14일.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를 한시간동안 벌이는 것이었다. 시위에 동의하건 안하건, 이들에게 단 몇 초라도 시선을 고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었다.


엄밀히 보면 이곳의 시위는 329번째다. 지난해 12월 2일 라커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행사로 경찰이 이들의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느 때처럼 최선을 다해 현장에 다가갔다.


조앤 와일 할머니(78)는 매주 불침번을 서듯 “우리는 폭우가 퍼붓고 폭염이 내리쬐도 항상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지난 수요일 모인 21명 중 5명을 제외한 모두가 할머니들이었다.


여성들 중 일부는 상대적으로 젊은 50대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할머니였고 전쟁을 반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92세의 애니 모이 할머니는 로워 이스트사이드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온다. 시위대 중 최고령자인 할머니에게 반전운동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보다 두 살 어린 릴리안 리플랜더 할머니도 있다.


또다른 개근생인 제니 하인즈 할머니는 65세로 이들에겐 딸 뻘이다. 그녀는 유방암과 투병하고 있음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버트 오브리 할아버지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이곳에 나오고 있다.


오브리 할아버지는 “우리가 여기에 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불행은 끝나지 않는 죽음의 전쟁을 이르고 있다.


날씨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오후들어 거리는 인파로 넘쳐났다. 대부분은 시위대에 시선을 주지않고 빠르게 지나쳤다. 한두명은 시위대가 잘못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시위에 찬성한다는 뜻을 보였다.


한 여성은 각각의 시위대에게 “이런 일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한다. 저지시티에서 온 또다른 여성 애나 웅가로는 약속시간이 많이 남았다면서 시위에 합류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할머니들이 마치 뉴욕의 매력인 것처럼 멈춰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하인즈 할머니는 “사람들이 우리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귀엽다고 말하도록 해준다. 이건 귀여워지려고 하는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뭘까. 만일 정부가 5번가에서 일부 노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 있기 때문에 코스를 변경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것을 왜 매주 하는걸까?


하인즈 할머니는 “요점은 판에 박힌 일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칠 때 그들의 의식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그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고 화를 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오브리 할아버지는 좋은 밤으로 부드럽게 되지 않도록 딜란 토마스의 충고를 간청했다. “분노, 또 분노야. 그게 내가 느끼는 방법이지. 난 뭔가 해야만 해.” 그의 옆에 선 제임스 마시 할아버지(73)는 ‘평화의 종조부(Granduncle)’다. 그는 “난 인생의 말년에 평화와 정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위자인 로리 알바이터 씨는 1967년 타계한 유명한 반전론자(평화주의자) 머스티 목사의 말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백악관 밖에서 촛불을 켜고 이런 행동으로 국가의 정책이 바뀌기를 열망했다.


“나는 나라를 바꾸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게 아니다. 나라가 나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하는 것이다.”


와일 할머니는 근래 시위가 피로감을 주는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최근들어 시위 규모는 종전보다 작아졌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후 그같은 경향이 가속화되긴 했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시니어중의 시니어”라고 말하는 로리 레온 할머니는 퀸즈 자마이카에서 노인들에 제공하는 버스(Access a ride)를 타고 이곳까지 온다. 할머니는 허리를 똑바로 편 채 서있을 수가 없어서 지팡이에 의지한다.


그러나 시위대보다 한걸음 물러선 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반전 내용의 홍보물들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쓰러질 때까지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에요.”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토요일이면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조용한 시위를 벌이는 미국인들은 또 있다.


뉴욕의 북쪽 웨스트체스터카운티의 답스페리(Dobbs Ferry). 업스테이트 뉴욕의 작은 타운인 이곳은 공립고 최초의 아시안 교장 이기동씨 덕분에 한인사회에는 잘 알려졌지만 인구도 적고 허드슨 강변에 치우쳐 뉴요커들에게도 조금은 낯설다.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에서 왜 시위가 수년째 계속되는 것일까. ‘웨스트체스터의 걱정하는 가족들(Concerned Families of Westchester·이하 CFOW)’이라는 모임의 회원인 이들은 중동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보통사람들이다.


답스페리와 헤이스팅스, 어빙턴 등 리버타운을 중심으로 모임을 결성한 것은 기억하기에도 끔찍한 테러가 일어난 2001년 9월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천 명의 무고한 생명이 스러져간 비극에 전율한 이들은 테러의 근본원인을 생각했고 무자비한 대테러전쟁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인식했다.


미국의 무조건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이 중동의 불안을 야기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네오콘의 강경책이 테러의 씨앗이라는 것이었다. 모임 결성 후 웨스트체스터의 여러 지역에서 포럼개최, 영화상영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이들은 부시정권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한 2004년부터 매주 토요일 길거리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답스페리의 교차로를 택한 것은 이들이 사는 곳과 가까운데다 비교적 교통흐름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용커스와 헤이스팅스에서 뻗어나간 브로드웨이는 답스페리를 거쳐 어빙톤과 테리타운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로컬 길을 통해 아슬리와 뉴욕 최고의 부촌인 스카스데일로 퍼져간다.


시위방법은 간단하다. 준비한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흔드는 것이다. 정오부터 1시까지 단 한 시간만 시위를 하지만 지난 5년간 거의 한 번도 쉰 적이 없을 만큼 열정은 뜨겁다.


CFOW를 설립한 주역은 프랭크 스미스씨. 이들을 만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헤이스팅스에 산다는 그는 기자를 보고 대뜸 “한국에서 왔느냐”고 알아보는 눈썰미를 과시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반세기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한국인이야말로 전쟁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유태인과 팔레스타인인이 종교적으로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인은 아브라함의 첩실의 장자인 이스마엘의 자손이고 정실에게서 늦게 태어난 이삭의 자손이 바로 유태인이다.


그런 두 민족이 2000여 년이 지난 오늘 죽고 죽이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단지 중동의 화약고만이 아니라 서방세계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를 감행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의 뇌관으로 지구촌의 미래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동의 불안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일방적으로 지원한 미국, 영국 등 서방의 원죄에서 출발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5위의 군사대국이 됐고 미국도 제어하기 힘들만큼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불사한다.


비록 작은 마을의 보통 시민들이지만 중동의 전쟁을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선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들은 정확히 직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웨스트체스터 타운이 그러하듯 답스페리 주변도 유태인 교회가 여러 개 있고 유태계들도 많이 거주한다. 그러나 이들의 피켓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차량을 타고 지나가며 큰 소리로 성원을 보내거나 경적을 울리기도 한다.


길을 지나는 이들이 관심을 표하면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홍보하는 유인물과 정치인들에게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그림엽서들을 나눠준다.


이들은 “한국 국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잘 알려 달라. 평화를 증진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한국인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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