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차압 해결사’ 언더테이커(Undertaker)를 아시나요?
뉴욕타임스가 주택차압사태로 집을 잃는 사람들을 무리없이 내보내는 신종 해결사의 세계를 조명해 관심이 일고 있다. 7일 A섹션 1면과 3면에 걸쳐 뉴욕타임스는 모기지를 갚지 못한 사람들을 설득해 원만하게 퇴거하도록 하는 주택차압해결사를 다뤘다.
조셉 러빙거 씨가 당신의 집에 다가오면 이제 짐을 쌀 시간이다. 그의 세련된 등장은 당신이 집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핑계, 저항 등을 다 소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 대출기관들의 에이전트인 그는 “난 의사와도 같다. 사람들은 집에서 나가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미 그들은 법적으로 집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대출기관들이 제시하는 ‘당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는 그들을 퇴거시킬 카운티의 셰리프라는 채찍을 쓰게 된다. 그 당근은 최대 5000 달러의 보상금으로 무리없이 집에서 나가주는 조건이다.
러빙거 씨는 지금 바쁜 봄을 보내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시장 위기이후 모기지 납부기일을 심각하게 위반한 약 400만 가구가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집들이 재소유에서 이익을 얻게 되면서-올들어 1분기에만 25만가구가 렌더들에게 의해 차압이 됐다-로빙거 씨와 같은 사람들이 집을 잃은 주인들을 잘 구슬러 내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이런 과정이 아주 효율적이다. 점유자들은 집을 버리고 가거나 로빙거 씨가 오기전에 조리있게 그들의 퇴거를 준비한다. 로빙거 씨는 이들에게 집 열쇠를 주고 가는 대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재이주 보조(Relocation Assistance)’라고 부른다.
그러나 주택차압의 마지막 장면은 통상 부드럽거나 빠른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갈 데가 없고 나가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렌더들은 이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사태를 해결해야 할 누군가를 찾게 된다. 바로 로빙거 씨와 같은 사람들이다. 로빙거 씨는 미국 최대의 정부출자회사인 페니 매이와 같은 대형대출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이 에이전트의 차고엔 얼마전 카운티 정부 경매에서 구입한 책상과 걸상들이 놓여 있다. “사업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그는 네명이 근무하는 자신의 가게에 두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그는 사실 사람들을 내보내는데 약간의 수수료만 받을뿐이다. 진짜 수입은 빈 집을 처분할 때 생기는 커미션이다.
올해 환갑인 러빙거 씨는 그래픽 아티스트 출신이다. 집을 사고팔며 이문을 챙기는 일을 한지 사반세기가 흘렀다. 경기가 좋을 때는 돈을 흥청망청 썼다고 한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바퀴를 열심히 돌렸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맡은 구역은 일리노이주의 북부와 위스콘신 남부 일부이다. 지난 10년간 중산층 가정들이 주로 살고 있던 시 외곽의 약 600 평방마일에 해당되는 구역으로 리조트 주택과 많은 호수들을 끼고 있는 곳으로 가난한(Hard scrabble) 이민자들이 구입했다가 모기지를 갚지 못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의 상처 입은 사람들 모두가 로빙거 씨에겐 이해득실의 대상에 불과하다. 누군가 그를 ‘Repoman(대금미납 차량회수업자)’라고 부르면 아직도 그는 몸을 움찔하고 떤다. 실제로는 아주 부드럽게 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요청하면 자신의 급여나 주택 판매에 영향을 받아도 가능한 퇴거기일을 연장해준다. 주택차압이 악성채무자나 선의의 피해자, 탐욕스러운 은행들과의 공모자,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에 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에이전트는 거의 항상 선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가장 혹독한 한마디는 “모두가 욕심이 많다.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토요일 그는 3채의 집을 체크업하기 위해 방문했다. 두 채는 완전히 포클로저상태가 됐고, 나머지 하나는 되기직전의 상황이었다.(trembling on the verge). 패니 메이는 로빙거 씨를 프로퍼티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보냈다.
집주인들은 지난해 12월부로 소유권을 상실했지만 퇴거를 거부한 상황이었다. 은행측은 그에게 두 번째 집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했다. 채무불이행이 된 소유주들이 변경사항을 찾는 고급 주택이었다.
세 번째 집은 이스라엘 로페즈 씨와 블랑카 산체스 씨의 집으로 이들은 수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마침내 퇴거에 합의했다. 로빙거 씨는 이들에게 1800달러 첵을 주기로 했다.
혼란을 예상했지만 막상 집은 어린 소년이 있었을뿐 조용했다. 러빙거 씨는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마 그들은 이걸 무시할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클러저가 된 사람들이 두려워할게 없기 때문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사진을 찍도록 의뢰받은 집은 고급 동네에 있었다. 그러나 집주인은 물론, 인기척도 없었다. 차고쪽 길은 움푹 패였고 잡초도 주변에 듬성듬성 나서 잘 정돈된 이웃집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어쩌면 변경이 그들을 구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러빙거 씨는 사진을 찍었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마 다시 이곳에 오게 될텐데 한단계 높은 조치를 취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산체스 부인이었다. “우리는 갈데가 없다. 좀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빙거 씨는 딱히 언질을 주지 않았지만 주말까지는 퇴거 걱정을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산체스 부인이 원하는 대답이었다.
러빙거 씨는 “그들은 지금 수학을 풀고 있다. 시간을 더 갖는 것이 내가 그들에게 주려는 1800 달러보다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셰리프와 함께 정식 퇴거조치를 당하는 것은 서류작업만 여름 내내 걸릴 것이다.”
그가 방문한 마지막 집은 패니 메이가 소유한 집이었다. 폴란드 커플로 30대중반인 비타 루카스 씨는 이 집을 2003년 19만 달러에 샀다. 다운페이는 리파이낸싱과 홈에쿼티 론으로 5만 달러를 마련했다. 하지만 빚이 불어나고 집값이 폭락하면서 더 이상 이자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2월 12일 러빙거 씨가 첫 방문했을 때 이들 부부는 8개월째 지불유예 상황이었지만 모디피케이션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이후 루카스 씨는 셀폰으로 연락해도 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5개월 후 패니 메이는 러빙거 씨를 다시 보냈다. 마침내 만난 루카스 씨는 아내가 크론병(급성국한성 소장염)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지와 치료약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그는 약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500 달러를 받고 나가기로 했고 새로운 셀폰 연락처도 주었다. 러빙거 씨는 차로 되돌아가면서 “마음이 안좋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밤이 되면서 그는 시카고 북서쪽에 있는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는 이번엔 별로 얻은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며칠 후 산체스 가족이 집을 나가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가 수표와 자물쇠를 바꾸기 위해 수리공과 함께 약속한 시간에 나타났을 때 이들 가족은 한창 이삿짐을 포드 윈드스타 차량에 넣고 있었다. 대형 TV와 커다란 테디베어 인형, 저녁식사로 먹을 쇠고기 스튜가 담긴 스팀솥을 실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올해 31세의 로페즈 씨는 지난해초부터 실업자였다. “매달 주택 모기지를 갚아나갔지만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운은 좋아질 전망이다. 로페즈 씨는 곧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 나갈 예정이다. 이들 가족이 자립을 할 때까지 교회가 이들 부부와 네 아이를 위해 쉘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로페즈 씨의 집이 비어지는 날 러빙거 씨는 뉴욕타임스 기자와 함께 방문했다. 로페즈 씨는 서류에 사인하고 수표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주머니에 꾸겨넣었다. 그의 아내는 연신 코를 훌쩍였지만 우는게 아니라 알러지때문이었다. 이들 가족은 윈드스타 차량의 백미러가 보이지 않을만큼 짐을 가득 싣고 떠났다.
러빙거 씨는 빈집을 점검했다. 페인트 칠과 일부 수리가 필요하고 새 카펫을 깔아야 했다. 그는 몇주후엔 매물 리스트에 11만 달러에 올려놓을 생각이다.
차압주택들이 너무 많이 매물로 나올 경우 시장은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 그러나 러빙거 씨는 어차피 감수해야 할 위험이라며 “우리는 이걸 뚫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해결사 언더테이커, 한국에 비해선 정말 인간적이고 사려싶은 진짜 해결사가 아닐까 싶다.
말하는게 실제로 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루카스 씨는 변호사와 상의한 후 가능한 최대한 집에 머물기로 했다.
“은행들은 나한테서 다운페이를 비롯해 아주 많은 것을 가져갔다. 내가 돈을 갚지 않는게 공평한 거라고 생각한다.” 봉투공장에서 교대로 근무하는 그는 “셰리프가 들이닥칠 때까지 집에서 버티고 있겠다”고 말했다.
러빙거 씨는 루카스 부부에 대해 계속 일을 진행하겠지만 그들이 앞으로 몇 달간 집에 더 있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주택시장) 위기는 앞으로의 내 경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