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5년 4월 5일 저녁.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의 탐보라 화산이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한 11일째부터 집과 배들을 덮치기 시작했고 수마일에 걸쳐 피해가 확산됐다. 탐바라 화산은 반경 24마일 일대의 모든 것들을 용암으로 뒤덮었다. 화산이 터진 분화구의 크기는 3마일, 깊이는 1마일에 이르렀다.
용암이 분출되고 바위가 튀어날아가고 치명적인 가스가 수천명의 주민들을 덮쳤다. 재앙은 화산만이 아니었다. 화산활동의 여파로 지진과 쓰나미까지 연이어 발생, 인근 섬들의 수만명 주민들을 희생시켰다.
수억톤의 화산재와 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낮에도 밤처럼 캄캄했고 인근 발리 섬까지 화산재가 1피트 넘게 쌓였다. 주변 수백마일의 섬들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말라죽었고 부석들이 바다를 양탄자처럼 뒤덮었다.
네덜란드령 동인도(인도네시아 옛이름)의 사람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지 못해 기근과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등 무려 11만 7000명이 희생된 대재앙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시작이다.
최근 유럽상공을 화산재로 뒤덮어 항공대란을 일으킨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탐보라 화산폭발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지만 미국의 지질전문가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왜냐하면 탐보라의 황폐화는 당시 배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에 천천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8년뒤에 발생한 크라카토아 화산의 경우 전보의 발명으로 훨씬 빨리 전해졌다. 탐보라 화산은 크라카토아보다 규모가 컸고 베수비우스 화산과 마운트 세인트헬레나보다 컸다.
분출된 화산재양을 측정하는 수치로 과학자들은 화산분출지수(VEI)라는 것을 만들게 됐다. 이는 지진측정지수인 리히터 지진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1에서 8까지로 구분한다. 각각의 숫자는 하나씩 높아질 때마다 10배가 증가한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최고치인 8에 해당되는 화산이 폭발한 적은 없다. 크라카토아가 6이었고 탐보라가 7이었다. 그럼 아이슬랜드 화산의 폭발력은 얼마였을까? 고작 2나 3이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탐보라보다 1만배나 적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상대적으로 대기에 영향을 미쳐 항공대란을 초래했다. 이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쳐 수만명이 비행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미쳤다. 피해규모만 본다면 탐보라의 악몽이 재현된 셈이었다.
거대한 대포처럼 탐보라의 화산재와 먼지, 약 4억톤에 달하는 유황개스는 27마일 상공의 성층권까지 치솟았고 지구표면이라고 할 수 있는 대류권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대류권은 북극과 남극에서 4.8마일 두께로 형성됐고 적도에서는 9.6마일에 이른다.
탐보라는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오존층을 걷어버리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지구의 중력이 가벼워지고 화산재와 먼지가 지구 주변을 감싸게 됐다. 유황개스는 수증기와 오존과 뒤섞이면 황산을 만들어낸다.
중력의 당기는 힘아래 놓인 분자와 원자가 오존층 아래 내려와 지구를 뒤덮게 된다. 태양의 따뜻한 빛을 우주로 반사하도록 하는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몇 년에 걸쳐 이것이 대류권에 쌓여 바람과 비가 많아지게 된다.
20세기 최악의 화산은 1912년 알라스카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VEI지수로 6을 기록한 노바룹타 화산으로 과학자들은 수십년간 이 화산이 6마일 떨어진 카트마이 산으로 생각했다.
이후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 냉전, 기후와 날씨 등을 거치며 비교적 약했고 예측이 가능했다. 작은 화산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했지만 정상적인 대기에서 비행기가 효율적으로 비행하도록 최적화된 엔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영국 국제항공회사는 1952년에 상업용 제트여객기 운항을 시작했다. 1980년 워싱턴주의 세인트 헬레나 화산은 미국서 발생한 것이라 특별히 관심을 더 끌었다. VEI지수가 5인 화산이었다.
1982년엔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칼룽궁 화산이 VEI규모 4를 기록했다. 당시 쿠알라룸푸르에서 퍼스로 오던 브리티시 에어웨이즈가 화산재 구름 때문에 3만7000 피트 상공에서 추락일보직전까지 가는 일이 있었다.
당시 4개의 엔진이 모두 서는 바람에 항공기는 1만3000피트까지 떨어졌지만 한 개의 엔진이 다시 살아나고 나머지도 회복돼 자카르타에 불시착, 284명의 승객과 15명의 승무원들 목숨을 극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었지만 같은 해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이보다 10배 더 규모가 큰 규모5의 엘 치콘 화산이 폭발했다. 많은 양의 유황개스가 대류권에 진입했고 국제노선의 항공기들이 산성안개를 뚫고 비행해야 했다.
창문을 통해서만 조종사들은 앞을 볼 수 있다. 비행기의 창문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황산은 플라스틱을 녹인다. 창문이 마치 별 모양이 생기는 것처럼 갈라지게 된다. 엘치콘 화산이 폭발한 후 성픙권을 통과한 비행기들의 창문이 통상 몇 년이 아니라 몇 달만에 갈라지는 일들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뉴욕부터 도쿄까지 운항하는 비행기들은 성층권을 통과하는데 창문을 닦는데만 수천만 달러가 든다.
20세기 들어 두 번째로 컸던 폭발은 크라카토아 화산처럼 VEI지수가 규모6인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었다. 1991년 루손섬에서 발생한 화산폭발로 800명이 죽고 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화산재와 가스가 성층권까지 밀려들어가 향후 2년간 지구 기온이 화씨 0.9도에서 1.1도가 내려갔다. 그러나 이것은 어린아이의 장난같은 시작에 불과했다.
1815년 여름에 발생한 탐보라 화산의 폭발이후 중국 일부 지역의 쌀농사와 유럽의 밀과 옥수수, 아일랜드의 감자 수확 등 북반구 농사가 망치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8주간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티푸스가 창궐한 티푸스가 유럽으로 번져 6만5000명이 사망했다.
당시 스위스의 제네바 호수에서 영국에서 온 휴가객들은 유령이야기 등을 읽으며 암울한 6월의 폭풍을 만나야 했다. 낭만파 시인 바이런 경은 서술적 시를 통해 태양이 없는 ‘암흑’을 노래했다. 존 폴리도리 박사는 ‘뱀파이어’를 저술했고 메어리 쉘리는 ‘프랑켄슈타인’을 이 때 지었다.
기근은 스위스로 퍼졌고 식량으로 인한 폭동과 반란이 프랑스를 덮쳤다.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것보다 앞서 암흑은 찾아왔던 것이다.
물론 탐보라 화산만이 이런 재앙의 유일한 원인은 될 수 없다. 1812년 카리브해의 세인트 빈센트 화산과 1814년 필리핀 루손섬의 마이온 화산 등 이보다 작은 화산폭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후변화는 15세기 무렵부터 시작해 급격한 기온하락과 상승이 총체적으로 발생하는, 이른바 ‘소빙하기(Little Ice Age)’ 같은 현상을 맞게 됐다. 가장 추울 때는 산의 빙하가 늘었고 런던의 템즈강은 겨우내 얼어 붙어 있었다. 가장 혹독했던 추위는 탐보라가 터졌을 때 감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엄청난 충격이 다가왔다.
뉴잉글랜드에서는 1816년을 ‘여름이 없는 일년’으로 불렀다. 곡식에 치명적인 서리가 여름에도 내릴만큼 매달 발생했다. 버지니아에선 6월에 눈이 내렸고 심지어 7월4일에도 눈이 내렸을 정도였다.
토마스 제퍼슨은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 몬티셀로에서 옥수수 농사를 망친 후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1000 달러를 빌리기도 했다. 코네티컷 뉴헤이븐에선 봄철 마지막 서리가 6월 11일로 기록됐다. 그리고 가을의 첫 서리는 8월 22일로 수확기간이 겨우 55일간이었다.
뉴잉글랜드의 주요 특산품 수확은 이런 환경에선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수확실패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했고 코네티컷에선 옥수수 농사의 4분의3이 실패했다. 뉴잉글랜드 사람들은 식량부족 사태를 맞았지만 기근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역경으로 농부들이 땅을 버리고 떠나는 계기가 됐다. 1983년 출간된 ‘화산 날씨(Volcano Weather)’는 여름이 없는 일년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우드 홀 해양학자인 헨리-엘리자베스 스토멜 부부가 집필했다.
그들은 이 책에서 “1816년 여름은 많은 뉴잉글랜드의 농부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서부로 가게 만든 분기점이었다”고 묘사했다. 서부로 향한 대이주는 사실 그전부터 있었지만 탐보라 화산이 그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이다.
여름이 실종된 그해는 뉴욕주의 입법부로 하여금 허드슨강에서 5대호까지 운하를 파게 한 동기가 되었다. 농부들이 수확한 곡식을 더 쉽게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1817년 4월 예산안이 승인됐고 마침내 독립기념일에 대역사가 시작됐다. 이리 운하는 연방의 도움없이 1825년 완공됐다. 당시 연방정부는 수도에서 서부로 가는 길을 빨리 확충하는 것에 몰두해 있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주(州)간 고속도로인 인터스테이트 도로였다.
메릴랜드 주 서북부 컴버랜드의 협곡길에서 시작해 버지니아 주 오하이오 강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돌로 하부를 쌓은 이른바, ‘국립도로(National Road)’로 1818년 개통됐다.
오하이오 계곡과 이리 운하를 넘어 내셔널 로드로 연결되는 길은 중서부의 숲이 농장으로 변모하는 무대가 됐고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지탱해준 것이기도 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지난 4월 14일 아이슬란드 남쪽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월스트릿저널이 특집기사로 역대 최악의 화산폭발 이야기를 다뤘다.
이 기사를 보면 그 당시 지구는 곧 멸망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들만큼 엄청난 기후변화에 시달린 모양이다. 지금처럼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지도 않은 시절 지구 반대편에서 한여름에 눈이나 서리가 내리고 이상한 기후변화가 감지됐다면 지구가 멸망하려나보다라는 걱정도 가능했을 법 싶다.
단원 김홍도가 탐보라 화산이 폭발한 이듬해엔가 천식으로 고생하다 타계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걸 보면 화산폭발의 후유증은 시간을 두고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북유럽이 화산재 영향권에 놓이면서 WHO(국제보건기구)가 호흡기 질환자의 위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유럽 상공 구름에 섞인 화산재는 입자가 상당히 작아 갖가지 전자제품 부품 사이에 침입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산재의 위험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 속에서 수분과 만날 경우 걸쭉한 시멘트처럼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WHO는 화산재 구름이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호흡을 통해 들어온 입자가 기관지와 폐의 말초혈관과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WHO는 화산재가 지면에 가라앉을 동안에는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며,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