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데니스 씨(45)는 요즘 벌레 잡는데 한창이다.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서다. 그는 다가오는 아트 페스티벌에 선보일 ‘초콜렛 처프 쿠키’를 만들 생각이다. 이 쿠기에는 귀뚜라미가 들어간다.
영어로 cricket으로 불리는 귀뚜라미들. www,wikipedia.com
월스트릿저널(WSJ)이 최근 엽기적인 벌레식사가 미국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벌레 만찬(晩餐)을 통해 특별한 미식가(美食家)들이 확산되고 미국 등 세계 각지의 벌레요리 열풍(熱風)을 소개했다.
데니스 씨는 귀뚜라미를 타코에 넣은 ‘귀뚤이 스낵’을 미식축구 경기를 보면서 먹곤 한다. 그의 냉장고엔 태국산 말린 귀뚜라미 등 다양한 벌레들로 가득하다. 말린 귀뚜라미와 누에 등을 섞고 오트밀과 오렌지를 갈아 넣어 먹기도 한다.
벌레만찬을 준비하면서 데니스 씨는 “밤늦도록 들리는 벌레 소리가 참 아름답다”면서 “하지만 먹을 때는 먹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엘미라 칼리지 예술학과 부교수이자 화가인 그는 벌레식사가 아주 맛있고 고단백 저지방이어서 건강에 좋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예찬론을 편다. “벌레식사는 20~30년전 (혐오스럽던) 스시와도 같다. 이젠 벌레를 먹어야 할 시간이다.”
벌레요리는 미국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구촌에선 남아시아부터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로드아일랜드에서 식용벌레를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이빗 그레이서 씨와 98년 식용벌레 요리책을 출간한 과학작가 데이빗 조지 고돈 씨와 같은 사람들은 벌레 요리의 대중화(大衆化)를 강력 추진하고 있다.
인디애나의 오듀본 곤충관의 ‘벌레 페어’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자연과학박물관에서 열리는 ‘벌레 축제’, 인디애나 퍼듀대의 ‘벌레 보울’ 등의 행사가 있다.
UN의 식품농업국(FAO)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도 벌레식사는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특별곤충식사 이벤트는 매진을 기록했다. 네덜란드 벌레마켓에선 ‘벅스 너겟’과 ‘벅스 리버’를 찾을 수 있고 영국에는 에더블닷컴(Edible.com)는 ‘토피 전갈캔디’와 ‘튀긴 자이언트 개미’, ‘오븐 구이 독거미’를 판매한다.
최근 배우 샐마 헤이엑은 데이빗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 나와 개미알과 메뚜기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고 털어놓아 시선을 끌었다.
‘브루클린 키친’에선 지난 18일 85달러짜리 벌레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판촉행사도 가졌다. 멕시칸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타코와 과카몰리에 뛰긴 메뚜기 메뉴를 팔고 있다.
브루클린 파크슬로프의 새로 생긴 요쿠르트 숍은 토핑 재료중에 초콜렛을 씌운 귀뚜라미를 제공하고 있다. 위키드 스푼 요구르트를 운영하는 알렉스 로진스키 씨는 “어떤 이들은 크리켓(귀뚜라미)을 얹은 요구르트를 먹고 크리켓(스포츠)을 한다”고 말했다.
벌레에 오랫동안 매료된 데니스 씨는 요리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브루클린 자택에 자신이 그린 딱정벌레와 말벌 그림을 걸어놓은 그는 틴에이저때부터 나방(moth)을 잡아먹었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 실수로 들어간 바퀴벌레(cockroach)를 먹고 그 맛에 푹 빠졌다.
2006년 그는 학교 기금마련행사 때 ‘피칸 캬라멜 귀뚜라미 파이’를 만들어 팔았다. 그가 만든 첫 번째 벌레요리였다. “귀뚜라미가 위로 다 솟아올라 보기에도 흉측하길래 크림을 얹었더니 행사장 음식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고 회상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식용벌레 음식들에 관한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정기적으로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한 벌레 만찬파티를 열었고 2008년 그는 ‘벌레도 음식이다(Insects are foof)’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열었다.
그는 벌레 구입부터 요리법, 어떤 벌레를 먹을 수 있는지-이를테면 메뚜기와 귀뚜라미는 괜찮지만 딱정벌레는 아니다- 정보와 함께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에 벌레요리법을 제공한다.
최근 그가 마련한 벌레 만찬 모임에선 채식주의자와 펜실배니아에서 온 미식가들이 모였다. 캐슬린 사토리스 씨는 “왁스벌레들은 몸에 좋다”며 튀김벌레를 입에 털어넣었다. 채식을 선호한다는 그녀는 “벌레식사는 자연식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하지만 채식주의자(菜食主義者)에게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에피타이저로는 ‘왁스벌레 감자튀김’ ‘귀뚜라미를 곁들인 칼라마타 부엽토’ ‘덩 비틀 가니시’ ‘대나무벌레 과카몰리’가 있고 얇게 자른 오이에 절인 생강과 태국산 귀뚜라미를 넣고 중국차와 멕시코 용설란을 넣고 끓인 전채(前菜)도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의 반응들은 다양하다. 벌레를 씹어야 하는지 삼켜야 하는지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고 입안에 걸리는 껍질에 대해 불평하기도 한다.
브루클린의 예술가인 서머 휘트와 같은 사람들은 와인을 많이 곁들이는 편이다. 그녀는 “그럼 벌레들의 더듬이나 껍질들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사진사인 에이미 헤링 씨는 “덩 비틀을 보지 않고 먹으려 했는데 안되더라”고 말했다.
메인코스는 볶음밥과 로메인, 다양한 벌레튀김들이 준비됐다. 하지만 펜실베니아에서 온 찰스 브라우닝 씨는 작은 불만을 내비쳤다. “벌레 고유의 맛을 느끼고 싶은데 다른 것들이 많이 섞여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만찬이 끝날 무렵 그는 “이제 앞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벌레가 나와도 절대 불평하지 않겠다”고 미소지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애벌레유충초밥부터 산벌레꼬치까지..
지난 5월 중국 우한시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오자 주인이 이를 삼키고 증거인멸(證據湮滅)을 시도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손님들이 주문한 버섯요리를 먹던 중 죽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일부는 화장실에 달려가 토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그러나 주인은 “바퀴벌레를 음식과정에서 소독했기 때문에 아주 깨끗하다”고 대꾸한 후 바퀴벌레를 낼름 집어 삼켰다.
손님들이 어처구니없어하며 당국에 신고해 위생조사관이 나오게 됐다. 주인은 처음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 떼다가 결국 음식값을 안받는 것으로 해결했다.
식당에서 맛있게 먹던 음식에 벌레가 나오는 것만큼 불쾌한 일은 없다. 위생에 그만큼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벌레 음식은 보통사람들에게 분명 엽기적인 것이지만 먹기 위한 목적으로 요리된 것이라면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는 일들이 흔히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먹는 뻔데기도 벌레이기 때문이다. 문화(文化)와 기호(嗜好)의 차이지 혐오(嫌惡)스럽게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태국에는 바퀴벌레 요리가 있고 중국에는 살아있는 벌레꼬치 음식 등 기상천외한 벌레요리들이 있다. 일본에도 메뚜기튀김은 물론, 거미초밥, 애벌레 유충초밥, 사마귀 두부 등 진기한 벌레요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니 정말이지 세계는 넓고 먹을건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