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TV 드라마 ‘로 앤 오더(Law and Order)’에도 출연한 뉴욕의 한인배우가 개싸움에 휘말려 칼에 찔려 숨지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A섹션 19면 톱으로 “브루클린에 사는 채은 힐먼 씨(41)가 애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역시 개를 끌고 나온 사람과 개줄이 얽히면서 시비가 붙어 깔에 찔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어처구니없는 살인극이 벌어진 것은 지난 30일 오전. 브루클린의 술집 브랜디드 살롱의 바텐더로 일하는 힐먼은 로코라는 이름의 미니어처 핀처를 끌고 자신의 업소에서 열린 포커게임에 출전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
술집 앞에서 애견 로코가 용의자 대니얼 페이건의 아내가 데리고 온 시추 강아지를 보고 서로 달려드는 바람에 개줄이 얽히게 됐다.
이 때문에 개주인간에 시비가 붙었고 바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 헐트퀴스트까지 싸움에 가세했다.
용의자는 힐먼이 자신의 아내 팔을 붙잡은 것에 격분, 달려들어 칼로 찔렀다. 이 와중에 함께 있던 헐트퀴스트까지 목 부위를 찔렸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몸통을 두 차례 칼로 찔린 힐먼은 응급 앰블런스가 오는 사이 절명하고 말았다.
경찰은 용의자가 91년 살인죄로 수감돼 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假釋放)됐으며 2006년까지 보호감호조치(保護監護措置)를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힐먼 씨가 배우지망생이자 격투기 사범 출신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90년대 중반 격투기를 배워 뉴욕 교외 아슬리의 한 가라테 도장에서 사범생활을 했다.
사건이 일어난 이날 오후 소식을 전해들은 힐먼 씨의 친구들은 그가 숨진 현장을 찾아와 조화와 촛불을 켠 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셉 씨는 “그는 정말 진실한 사람이었다. 항상 호탕하게 웃고 다른 이를 배려했다”며 뜻밖의 비보에 안타까워 했다.
<꼬리뉴스>
‘격투기 사범인데 당했다?’ NY타임스 기사 아리송
뉴욕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96년 힐먼 씨와 가진 인터뷰를 찾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이 힐먼 씨가 격투기 사범 출신인데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겨 독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힐먼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수련생들에게 격투기는 자기방어의 호신술(護身術)이라고 가르친다. 격투기를 배우면 당하지 않는다. 수련생들은 상대와 대적을 하든지 물리쳐 도망가게 하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대체 왜 이런 내용을 그가 불행한 사고를 당한 기사에 포함했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문맥만 놓고 본다면 격투기 사범까지 한 사람이 상대에게 칼에 찔리는 일을 당했느냐는 조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칼을 들고 기습적으로 찌르면 천하장사라도 당할 수 없다는 상식을 이 기자는 모르는 것일까. 격투기를 하는 사람은 앞으로 몸에 철갑(鐵甲)이라도 둘러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