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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국기를 흔들면 봉변?’ 獨이민자들의 국기사랑

글쓴이 : min 날짜 : 2010-07-08 (목) 08:21:30
 

 

베를린에는 올 여름 빨강과 검정 황금색으로 상징되는 독일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꼈다. 아파트 발코니에도, 자동차에도, 자전거에도, 가게 창문에도, 심지어 아이들의 뺨에도 페인팅으로 그려졌다.

유세프 바살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올해 38세의 레바논 이민자인 그는 독일축구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몇주전부터 가로 60피츠, 세로 15피트의 초대형 독일국기를 자신의 휴대폰가게가 들어있는 건물 전면에 펼쳐 놓았다.

그는 깃발이라는 뜻의 ‘화네(Fahne)’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깃발을 존중해주길 바랬지만 첫날 밤, 두명의 젊은이가 그것을 찢어서 불태워 버렸다.

그는 새로운 국기를 주문해서 이번엔 아래에서 쉽게 닿을 수 없도록 높이 매달았다. 그러나 심야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나타났고 이것도 사라지고 말았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베를린에 있는 과격좌파들로 지목했다. 그들에게 대형국기는 독일의 민족주의를 불쾌하게 자극하는 것일뿐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이 최근 독일에서 월드컵을 계기로 그간 금기시된 민족주의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논란을 다뤘다. WSJ는 지난 4일 A섹션 1면과 8면에 민족주의의 상징물인 독일 국기가 과격좌파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국기를 건물에 내건 레바논계 독일 이민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유세프 바살의 사례는 독일 전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난동이 벌어지면서 TV리포터 등 취재진이 그의 가게에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베를린의 노이쾰른 일대는 ‘아랍 앨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아랍과 터키의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레바논에서 온 바살이 많은 독일인들이 모순된 감정의 대상인 독일 국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이민자 사회의 전형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이민자들은 독일에서 ‘외국인들’을 비웃는 뜻의 ‘아우스랜더’로 불린다.

하지만 바살은 “나는 독일을 사랑한다. 독일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우리 가족이 먹고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살과 그의 가족들은 레바논이 내전이 한창이던 20년전 독일로 넘어왔다. 그는 2001년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축구에 빠진 6살 아들을 포함, 두 자녀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비록 바살이 아직 독일 시민은 아니지만 그는 스스로를 ‘거의 독일인’이라고 말한다.

최근 어느날 오후 사촌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이브라힘 바살은 독일팀 유니폼을 입고 카운터 뒤에서 자못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대부분 아랍계인 고객들에게도 “나는 독일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날 오후 3개의 독일 국기를 두른 소형차가 가게 앞에 정차한 후 세명의 노인이 나와서 유세프 바살의 국기를 바라봤다. “TV에서 이 집을 소개하길래 깃발이 어떤건지 직접 보고 싶어 왔다”고 한 여성이 말했다.

그녀는 바살의 사촌을 독일의 소수계중 최대 숫자인 터키인으로 착각한듯 “터키 사람들이 독일인으로 생각한다면 참 좋은 일이다. 우리를 좋아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여성은 왜 이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지 않냐고 물었다 바살은 “왜 내가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달라. 축구가 민족주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독일 국기게양은 쇼비니즘과 무관”

2차대전 중 독일의 초국가주의로 인해 민족적 긍지를 나타내는 것은 최근까지 금기시되었다. 그러던 것이 2006년 독일이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독일인들은 자유롭게 국기의 상징들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당시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모든 독일인들이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환영했다.

일부 좌파단체들은 국기에 대한 경멸을 표시한다, 유세프 바살의 국기가 가장 상징적인 타겟이 되는동안 베를린에 게양된 많은 국기들이 도둑맞거나 찢기는 일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건물주들은 밤에는 국기를 안에다 보관하기도 한다.

이 단체들은 최근까지 1657장의 국기를 훼손시켰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고 발흥하는 민족주의에 맞서는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한다.

바살은 이제 세 번째 국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기값으로 1880 달러가 들었지만 “만일 내가 포기하면 그들에게 내가 지는 것”이라며 국기 게양을 관철하겠다고 말한다.

바살의 사촌들은 자신들의 애국심이 독일에 이민 오기 오래전에 일어났던 나치의 죄악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국기는 단지 그들이 이 나라에서 세운 선한 생활의 표현일뿐이라는 것이다.

독일이 월드컵 준결승에서 스페인에게 패한 것은 혹시 민족주의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하늘의 뜻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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