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사학인 진명(進明) 학원이 느닷없는 매각설(賣却說)로 동문들이 반발하는 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진명여고 총동창회는 지난 27일 양천구 목동 진명여고 앞에서 모교지키기 궐기대회(蹶起大會)를 열고 미주 등 해외 동문들을 총망라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범국민적인 여론을 강력히 전개하고 있다.
▲ 27일 열린 진명여고지키기 궐기대회에 참석한 동문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하사진=진명여고비상대책위>
진명여고 사태는 지난달 KBS 추적60분을 통해 수원장안전문대를 운영하는 장안재단에 140억원에 매각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면서 수면위로 부상(浮上)했다.
이어 변기호 전 이사장이 매각 대금을 개인 부채 탕감과 자신의 재산으로 귀속하고 장안재단이 금싸라기땅인 목동에 위치한 진명여고를 변두리로 이전하고 주상복합건물을 세워 엄청난 수익을 도모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擴散)됐다.
진명여고 비상대책위원회는 주요 일간지에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100년 역사가 넘는 한국의 사학명문이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해 존폐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1차로 서명운동을 전개해 30일 현재 3만명이 동참했다.
진명여고 운영진은 반박성명을 내고 비상대책위에 ‘절대 매각과 이전은 있을 수 없다’는 각서를 써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상대책위는 운영권 양도를 한 것에 대한 권리금만 받았다는 재단 운영진의 말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反駁)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변기호 전 이사장이 학교를 양도하고 받았다는 140억원을 자신의 부채 탕감과 개인재산으로 귀속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또한 장안재단에 대해서도 부동산개발 시나리오를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장안재단의 모기업은 부동산 개발회사로 목동의 노른자위 땅인 진명부지를 14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여 향후 진명여고를 양천구 변두리땅에 이전한 후 원 부지에 주상복합건물을 세워 2조원에 달하는 예상수익을 거두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 일가가 법망을 피해 학교를 암거래(暗去來)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통지하고 감사권 행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곽노현 교육감 면담 요청과 검찰 등 관계요로에 진정서를 내고 있다.
진명여고는 1906년 고종의 비인 엄귀비의 뜻에 따라 설립된 한국 최초의 사립여학교로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사학으로 수많은 여성인재들의 요람(搖籃)역할을 맡아 왔다.
비상대책위는 “최근 언론을 통한 매각설로 한세기간 쌓아온 진명의 명예로운 전통이 한순간에 추락한 것은 물론, 학교존립도 위협받을 것”이라며 “학교가 시장판에서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명문사학의 전통을 계승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여성교육의 현장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정현숙기자 hschung@newsroh.com
<꼬리뉴스>
눈물과 감동..진명여고 지키기 궐기대회 현장
지난 27일 오후2시. 서울 목동의 진명여고 정문에 모인 500여 동문들은 SBS사옥 뒤편 오목공원으로 이동 모교지키기 궐기대회를 열었다.
다음은 박희영 동문(60회)이 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오늘 2시 진명여고 정문에 동문들이 결집하여 집회장소인 SBS사옥 뒤편인 오목공원에 500여명의 동문들이 모여 모교 지키기 궐기대회를 하였다
37회 대선배님들을 비롯하여 추운 일기에도 불구하고 106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사학 진명의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모두들 진명의 교화인 패랭이꽃색인 핑크색 스카프와 띠를 두르고 비장한 마음을 품은채 모두들 뜨거운 애교심으로 뭉쳤다
사회자인 61회 배귀희의 우렁찬 목소리로 시작하여 총동창회장이신 이현숙 선배의 인사말로 시작하여 59회 남상택 선배의 경과보고, 47회 성기점 선배의 눈물로 범벅된 호소문 낭독, 62회 이애령 동문의 구호제창과 교가 제창을 했다.
‘역사 깊은 자핫골 진명의 배움집~ 별과 같은 삼천만 겨레들 속에서~ 덕과 몸을 닦아서 보름의 둥근달~’을 부르는데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효자동을 오르내린, 누구보다 빛났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모두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눈물을 닦으며 1부 식순이 끝나자 47회 선배의 성금 300만원이 전달되면서 장내는 일순 술렁거렸다. 진명을 사랑하는 동창들의 심금을 울려 주면서 61회가 1000만원을 쾌척하고 몇 분의 간절한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동기 '임성자' (3-9반 출신)가 남양주에서부터 신문공고를 보고 동참하러왔다면서 미리 준비한 200만원 현금봉투를 내놓는데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근거리에 살고 전화로 참석을 권유해도 내일이 아니고 바쁘니까 등등으로 참석하기 어려운 일인데 누가 뭐래도 ‘이 일은 꼭 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 먼데서 성금을 챙겨 온 그녀를 보며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깊은 감회를 느끼게 하였다.
마이크 단상을 받치고 있던 박스를 뒤집으니 성금함이 되어 모두들 주머니에서 얼마씩 성의로 성금에 합했다.
위기가 기회라던가? 진명 초유의 이런 위기를 슬기 롭게 이겨내 진명의 정상화는 물론 더욱 분발하여 '명문 사학 진명'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