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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 아랍거리 있었네..리틀 시리아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0-09-02 (목) 03:23:39

뉴욕시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다른 세계가 존재했다. 그들은 이렇게 인사했다. “썰람(Salaam)!”

대기속의 강한 커피향과 달콤한 무화과열매, 맛이 신 레몬, 모두 어린 시절 다마스커스와 베이루트에서 보낸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것들이다. 수공예(手工藝) 양탄자와 놋쇠램프 수도파이프들이 있는 시장통. 남성들은 페제스를 입고 일부 여성들은 베일(부르카)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아랍타운이 존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실이다. 그것도 쌍둥이 빌딩이 위치한 로워 맨해튼에 불과 반세기전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로 알려지면서 최근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모스크 사원 건립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50여년전 '그라운드제로' 인근에 아랍타운인 '리틀 시리아'가 있었다고 보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관련 기사

1946년에 발행된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맨해튼의 이슬람거리는 ‘워싱턴 스트릿’으로 “워싱턴 스트릿은 뉴욕의 아랍세계의 중심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리틀 시리아’로 불린 이곳은 브루클린의 배터리터널로 향하는 램프 입구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역사속의 기억으로 사라졌다.

당시 무슬림은 팔레스타인에서 주로 왔는데 아랍계 전체의 5%를 차지했다. 시리아와 레바논계는 대부분 기독교도였다.

워싱턴스트릿은 아랍 행상들과 저임금에 강도 높은 노동으로 잘 알려진 스웻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싸구려 아파트에서 사는 ‘엔클레이브(소수민족거주지)' 였다.

2006년 ‘아랍계 미국인’이라는 저서를 발행한 그레고리 오팔레아의 할머니 나제라 자발리 씨는 1890년 시리아에서 뉴욕으로 이주했다. 오팔레아 씨는 “할머니가 워싱턴 스트릿에서 물건을 받아 행상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리아와 레바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기아와 징병, 과세를 피해서, 또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이 해당국의 탄압(彈壓)을 피하기 위해 뉴욕으로 많이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콘라드 베르코비치가 1924년 발간한 ‘뉴욕의 세계를 돌며’라는 책에서는 “아랍 엄마들이 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 부르는 소리, 어떤 집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의 날카로운 소리, 트럭운전수가 길을 막는다고 큰 소리로 욕설을 뱉는 소리들이 뒤섞여 있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리틀 시리아 인근에는 그리스 이민자들의 정착촌인 ‘리틀 아테네’가 있었다.

한편 리틀시리아에는 라이노타입 인쇄기가 있어 아랍어 글자를 찍어낼 수 있었는데 나오움과 살로움 모카르젤 형제가 ‘알-호다(Gidance)’ 신문을 발행했다. 1948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쇄기의 개발이 “아마도 중동의 아랍 저널리즘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사원 감정대응 곤란

쌍둥이 빌딩 자리에 모스크 사원이 건립이라는 ‘뜨거운 감자’ 논란이 한창인 어느날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알라신을 표방한 소수의 극단적 테러범들이 9.11테러 참사를 일으킨 현장에 이슬람 사원이 건립되는 것을 보통의 미국인들이 용인하기란 사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들 테러범 때문에 종교의 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고 절대 다수의 이슬람교 신자들이 미국인, 특히 뉴요커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나아가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일이 생겨서는 더더욱 안되는 일이다.

“감히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 사원을 세운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반감의 목소리는 50여년전 바로 이곳에 아랍 타운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가 참 괜찮은 신문이라는 것은 이렇게 주관적인 논평없이도 역사적 사실에 관한 취재기사 하나로 우리가 살아가는 뉴욕이 특정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화합의 도시라는 사실을 말없이 웅변(雄辯)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라운드 제로 북쪽 두 블록 위에 세워지는 이슬람사원은 정식 이름은 이슬람센터로 예배당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또한 50여년전의 ‘리틀 시리아’는 그라운드 제로 남쪽에 위치했었다.

과거 아랍타운에 이슬람 사원이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레바논과 시리아계 기독교인들이 세운 교회가 세 곳이 있었다. 103 워싱턴스트릿에 있는 멜카이트 라잇 성조지 교회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마도 이것은 리틀시리아의 흔적을 말해주는 마지막 자취일 것이다. 다만 그 현재는 ‘모란의 에일 하우스 앤 그릴’이라는 식당으로 바뀌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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