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에이 야마오카는 한 발을 높이 처들었다가 땅에 찧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쿵! 쿵!
올해 20세의 야마오카는 도저히 스모선수로 보이지 않는다. 5피트2인치의 작은 키에 154파운드의 몸무게. 3년전 스모단에 가입한 그는 이전에 스포츠 경험이 전혀 없었다.
야마오카는 일본의 최고 명문 동경대 재학생이다. 역대 총리와 장관들, 경제계 인사들을 많이 배출한 동경대에 입학하기 위해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공부보다 스모가 좋다”는 그는 ‘중요부위’를 마와시(두꺼운 띠)로 가린 스모경기복을 착용하고 있다.
일본 프로스모가 지난 6월 65명의 스모선수들이 불법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체구가 보통이하인 동경대 선수들을 월스트릿저널이 보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동경대 스모단에 소속된 7명의 학생들은 주 3회 모여 3시간 훈련을 한다. 이들은 프로 스모계가 사상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요즘 스모계는 영화(榮華)를 잃은듯한 분위기다. 젊은 층의 관심이 두드러지게 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야구와 축구를 더 좋아한다. 스모가 위기에 처하면서 관계자들은 작은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300파운드가 넘는 거구들만 스모에 참여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야마오카는 “데뷔전 상대가 220파운드(100kg)였다. 그때는 승부보다는 다치지만 말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몇 개의 경기를 매년 치르면서 체급도 나눠졌다. 야마오카는 이후 작은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었고 점차 이기는 횟수가 많아졌다.
스모단의 자원코치인 기무라 세이지(39)는 7년전에 이 학교를 졸업한 수의사다. 그는 “연습장에 오는 건 내 의무”라며 열렬한 스모 사랑을 보여준다.
선수가 7명인 동경대 스모팀은 작지만 강하다. 스모가 1981년 국공립대에서 정규 스포츠로 인정받은 후 동경대는 매년 10번 이상 승리했고 2등을 12번이나 차지했다.
수재들로 이뤄진 동경대 스모팀이 과연 스러져가는 스모를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우리는 땅꼬마 스모팀’ 동경대 화제
월스트릿저널은 미국의 명문대들이 과외 활동을 많이 하는 것에 점수를 두는 반면 동경대의 주요 관심은 학업성적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학원 스포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경대 선수 출신으로 현재 체코 스모팀의 주장으로 활약하는 페트르 마투스는 “스모는 도쿄대에 들어가기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오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뒤늦게 스모에 빠진 선수들은 행복하기만 하다. 4년 전 스모를 시작했다는 하야시 루조는 “스모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예찬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