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복판에서 한국의 사찰음식(寺刹飮食)을 홍보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20일 맨해튼 소호의 스카이라이트(Skylight) 연회장에서 ‘한국사찰음식의 날(Korean Temple Cuisine 2010)’ 행사가 개최됐다.
조계종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미국의 정치인과 언론인, 유명 요리사 등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400여명이 운집하는 성황을 이뤘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 사찰음식 시연단(試演團) 스님들과 원영 스님(보리사)과 휘광 스님(불광선원), 지광 스님(원각사) 등 뉴욕 일원의 스님 등 40여명의 스님들과 김영목 뉴욕총영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또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와 친한파 정치인 찰스 랭글 연방하원의원 부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역시 한국의 사찰음식이었다.
조계종 문화부장 효탄 스님은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사찰음식연구회 회장 적문스님을 비롯해 선재스님, 대안스님, 우관스님, 정관스님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사찰음식 전문가들이 대거 뉴욕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이날 연잎밥을 비롯, 두부우엉조림, 연근 삼색밥, 홍시배추김치 등 마흔 가지의 전통 사찰음식과 식혜와 수정과, 단호박두부 등 디저트까지 완비돼 높은 호응을 얻었다.
찰스 랭글 연방하원의원은 말린 연근을 맛보고 “아주 흥분된다. 아름다운 문화..고소하고 맛있다. 한국의 사찰음식이 맨해튼에 나오면 잘 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는 동영상을 통해 발우공양(拔羽供養)의 의미와 절차들을 소개하고 미국 스님인 명행 스님(뉴욕 조계사)이 이를 영어로 설명하는 순서를 가졌다.
한국말이 유창한 명행 스님(뉴욕 조계사)은 “사찰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음식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행사의 의미가 크고 요즘 미국인들이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아무 많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자승 스님은 이날 인사말에서 “사찰에서는 다른 생명을 죽이고 생태환경(生態環境)을 파괴하고 식탐(食貪)을 취하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경외하는 사상이 한국의 사찰음식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채식주의가 설득력을 갖고 있는 관점에서 한국의 사찰음식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그러나 “오늘 행사는 사찰음식을 자랑하고 홍보를 하는 목적이 아니라 내가 먹는 음식이 단지 식욕을 위한게 아닌지, 그로인해 무수히 많은 중생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고자 마련한 자리”라며 “이런 자각(自覺)이야말로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자 새로운 생명공동체문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사원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원영 스님은 “한국불교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템플스테이에 이어 한국사찰음식을 뉴욕에서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각사의 주지 지광 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수장(首長)이신 총무원장 자승 큰스님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이런 행사가 열린 것이 정말 뜻깊다고 생각한다. 한국 불교의 국제화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자승 총무원장 潘총장 부인에 염주선물
본행사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반기문 사무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를 만나 잠시 환담(歡談)을 나누며 미리 준비한 선물을 증정했다.
자승 스님은 유순택 여사에게 작은 염주를 선물하고 유엔본부에는 미니어처 사리탑을 전달해 눈길.
이 자리엔 김영목 뉴욕총영사와 박인국 유엔대표부 대사 부인, 뉴욕불교사원연합회장 휘광 스님 등이 자리했다.
유순택 여사는 “이런 행사를 뉴욕에서 하는 것은 전례(前例)가 없는 일”이라고 조계종단이 뉴욕에서 좋은 행사를 기획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자승 스님은 “한국과 미국이 100년 넘는 교류를 해왔지만 한국 사찰음식이 오늘에야 공식행사를 통해 미국에 선보이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은 사실 아쉬운 감이 있다”면서 앞으로 사찰음식이 한국과 미국 한국과 세계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한편 조계종단은 사찰음식 시연회를 계기로 내년부터 맨해튼에 사찰음식 전문레스토랑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조계사 부근에 ‘발우’라는 전통사찰 음식점이 있는데 이 상호를 브랜드화해서 뉴욕에 음식점을 오픈하는 계획을 추진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이날 모든 참가자에게 설문조사지를 돌리는 등 향후 사찰음식의 미주진출을 위한 자료를 축적(蓄積)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