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도덕의 잣대에 휘청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서고 있는 재벌총수 및 정치인의 도덕적 문제를 대서특필해 비상한 관심이 일고 있다.
타임스는 이날 스포츠면에 ‘윤리 문제 아랑곳않는 한국올림픽 유치’ 제하의 기사에서 평창 유치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용성 KOC 총재,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금융 및 정치스캔들에 연루(連累)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것이 내년 7월 예정된 개최지선정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세하게 다뤘다.
이와 함께 IOC가 최근 평창유치위 스폰서이기도 한 대한항공이 국제빙상연맹과 스폰서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 사실도 전했다. 타임스는 한국이 2018년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주자이긴 하지만 IOC가 엄격한 도덕률을 강조하고 있어 이들의 유치 활동이 도리어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201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내년 6월 IOC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신문은 IOC가 대륙별 순회개최를 선호하고 있어 지금까지 단 두 번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아시아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평창은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안시와 경쟁을 하고 있다.
IOC는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부패스캔들이 터진후 IOC 위원들이 부적절한 선물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위원직을 박탈(剝奪)하는 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드리우고 있다.
타임스는 지난해 12월 IOC의 일부 위원들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조세포탈(租稅逋脫)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IOC위원으로 평창올림픽 유치에 기여하는 명분으로 특별사면(特別赦免)을 했을 때 도리어 움추러 들었다고 지적했다.
유치위원회 위원장인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은 지난 99년 조세포탈혐의로 기소돼 3년형은 선고받았고 후에 1200만 달러를 납부했다. KOC 위원장인 박용성 전 IOC위원도 횡령으로 기소됐지만 사면됐다. 유치위 부위원장인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솔트레이크 부패스캔들을 조사했던 리차드 파운드 IOC 위원은 “어떤 잘못에 대해 합당한 죄과를 치렀다면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한국에선 기소가 비즈니스의 한 방식이라는 말도 한다. 익명(匿名)을 요구한 한 IOC 위원은 “한국은 좀 다른 세계다. 그들은 부정한 수단을 쓴다.(Korea is a different world, and they play hardball,) IOC 위원들은 대체로 한국의 많은 케이스들이 아주 정치적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삼성을 비롯 가족들이 경영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지난 수십년간 부패와 금융 스캔들에 종종 연루됐지만 재판관들이 중징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항상 솜방망이 징계를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올림픽 역사학자인 데이빗 월리친스키 씨는 “인권문제가 제기된 베이징 올림픽을 IOC위원들이 지지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켰다”면서 “만일 평창이 선정된다면 사람들은 올림픽이 끝나는 날까지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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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평창이 이들 유치위 인사들의 도덕적 흠결과 최근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사태가 악재(惡材)로 작용할지는 확실치 않다는 전망을 했다.
신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파운드 IOC 위원이“만일 내가 아시아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열중한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그렇지 않겠냐”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이어 “IOC 위원 대부분은 이번 사태가 심각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평창이 아름다운 풍경과 약 10억명에 달하는 아시아인들이 근거리에 사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평창이 강력한 후보이긴 하지만 뮌헨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타임스는 뮌헨이 겨울스포츠가 특히 인기있는 도시라는 점과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후임으로 독일의 IOC 토마스 바흐 위원이 물망에 오른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프랑스 남동부의 안시는 상대적으로 뒤쳐진게 사실이지만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