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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필리피노를 아시나요

글쓴이 : 민지영 날짜 : 2010-10-20 (수) 00:54:48

‘춥냐구요? 맞아요. 고립됐냐구요? 그래요. 하지만 알래스카의 필리핀 사람들은 살아남았어요.’

머나먼 알래스카. 동토(凍土)의 긴 겨울이 다가오는 알래스카에서 단돈 7.95 달러에 남방의 필리핀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알래스카에 있는 아시아계 중 최다인구는 필리핀 사람들이다.

미국의 2천개 소수미디어를 대변하는 뉴아메리카 미디어(New America Media)가 최근 알래스카에 몰려오는 필리핀 이민자들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알래스카의 주도 앵커리지엔 ‘알제이(RJ)라는 필리핀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이면 이곳은 필리핀 이민자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이들에겐 고향의 음식만 반가운게 아니다.

이곳에선 필리피노들이 불편없이 구사하는 영어는 물론, 타갈로그어와 영어와 타갈로그어가 혼합된 타글리시 어 등 다양한 필리핀 사투리들을 들을 수 있다.


‘라스트 프런티어(Last Frontier)’로 불리는 알래스카엔 최근 수년간 필리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따뜻한 남쪽에 가족과 친척들을 놔둔채 미국의 48개주와도 동떨어진 먼 이곳까지 찾아 오는 이유는 직업과 세금혜택 등 기다 재정적인 잇점을 이유로 무엇일까.

사실 많은 이들이 알래스카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북극(北極)과 가까운 이곳도 사계절이 있고 짧지만 여름의 낭만을 즐기고 있다.

미국인과 결혼해 이곳에 정착한 필리핀계 간호사 수잔 디킨슨 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이글루(Igloo)에서 살고 밖은 항상 눈으로 덮힌 줄 알지만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드라이브도 하고 쇼핑몰도 가고, 보통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에서 10년이상 살고 있다는 디킨슨 씨는 백야(白夜)로 환한 여름엔 새벽 두시에 일어나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과 프리즈비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가정주부인 엠마 무노즈 씨는 “가끔 잠이 안오면 멀리 하이킹을 간다. 새벽 4시쯤 목적지에 닿으면 기진맥진해서 저절로 잠이 온다. 해는 중천(中天)에 있지만”하고 말했다.

물론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에 필리핀 이민자들이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여름과는 반대로 해는 하루에 서너시간 뜨는게 고작이다. 하지만 필리핀 이민자들은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로 알래스카의 생활을 헤쳐나가고 있다.

건설회사 퇴직후 지역 TV쇼 제작을 하는 네즈 당귈란 씨는 “사람사는게 뭐 별거냐. 겨울엔 자주 나가지 않지만 혹시 나갈 일이 생기면 옷을 세벌 껴입고 자켓을 걸치면 된다”고 말했다.

전기회사에서 일하는 닉 노세다 씨는 휴가를 겨울에 몰아서 쉰다. 강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 주에서 지내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 그는 “보통 네바다의 라스베가스에 머물다 온다. 물론 도박은 조금만 하고 그냥 사막을 즐기는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알래스카에선 겨울과 여름의 낭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www.alaskatravel.com

<꼬리뉴스>

알래스카 최대 아시아인구는 필리핀계

필리핀 사람들이 처음 알래스카에 온 기록은 약 220년 전으로 역사가 제법 깊다.

필리핀계 미국작가 텔마 부쉬홀트(사진)가 쓴 ‘알래스카의 필리피노: 1788-1958’에 따르면 알래스카를 처음 밟은 필리핀 사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선원으로 1788년 모피 무역(毛皮貿易)을 하는 상선을 타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www.wlkipedia.com 

그로부터 100년이 채 되지 않아 고래잡이 배들이 필리핀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알래스카의 포인트 호프 일대에서 어로작업을 하며 일부가 뭍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필리핀 이민자의 정식 이주(移住)는 1900년대 초 ‘알래스커로스(Alaskeros)’로 불린 통조림공장 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알래스카가 1959년 미국의 정식 주로 편입이 됐을 때 필리핀 이민자들이 수백명이 살았고 현재는 1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알래스카에 있는 70만명의 주민 중 최다 아시아계의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알래스카 필리피노들은 군부대와 통조림공장, 정유회사, 소매상점, 정부기관과 비영리재단 등 다양한 곳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들어 필리핀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는 이유는 의료건강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알래스카주가 제공하는 세금혜택(稅金惠澤) 덕분이다.

피닉스에서 거주하다 최근 이곳에 온 간호사 한나 세라노 씨는 “경기침체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알래스카에서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소식에 망설임없이 왔다”고 털어놓았다.

알래스카는 주 세금과 판매세가 없다. 또한 정유회사를 통한 이익금으로 전체 주민들에게 매년 평균 1천~1천2백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실업률은 7.7%로 미국 평균 9.6%보다 현저히 낮다.

세라노 씨는 “알래스카에서 열심히 일하면 돈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이곳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장기간 거주하는 필리핀 사람들이 특히 많다”고 귀띔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알래스카의 밝은 경기전망에 따라 계속 유입될수록 필리핀의 문화유산은 풍성해질 전망이다. 알제이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한 필리핀 손님은 타갈로그어로 이렇게 말했다.

“와~ 점심이 정말 맛있어서 배가 너무 불러. 이제 필리핀에서처럼 시에스타(낮잠)을 조금 자면 딱이겠는걸.”

* 뉴아메리카미디어(www.newamericamedia.com)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2천개 이상의 소수계 미디어를 대변하는 비영리 통신사입니다. 1970년 퍼시픽 뉴스서비스(PNS)를 모체로 96년 탄생, 매일 수많은 뉴스콘텐츠를 5천만명의 수용자를 위해 송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는 주류 언론들이 외면하는, 혹은 미처 눈여겨 보지못한 뉴스의 새로운 시선을 위하여 뉴아메리카미디어와 제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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