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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 한옥마을 보존갈등’ NY타임스 대서특필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0-12-17 (금) 14:54:01

 

서울 가회동의 한옥마을이 보존방법을 놓고 주민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크게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A섹션 13면 톱으로 가회동 한옥마을의 리노베이션을 놓고 주민 간에 첨예(尖銳)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가회동 한옥마을이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차원에서 일부 개발을 허용했지만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영국인 교수 가족의 사연과 함께 서울시와 주민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전개했다.

‘북촌’으로 불리는 가회동 한옥마을은 기와지붕을 가진 1층의 조선시대 전통 건축양식으로 마지막으로 남은 집들이 있다. 개발을 반대하는 싸움은 한국인 여성 제이드 킬번 씨와 영국인 남편 데이빗 킬번 씨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이웃 주민들은 물론, 경찰과 사법당국, 서울시의 관련공무원 등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과 맞선 그룹의 일원인 김홍남 씨는 예일대에서 공부한 역사예술가이자 국립민속박물관 디렉터를 역임했다. 그녀는 “킬번 씨 부부는 지나치게 바른 것만을 원한다”며 “킬번 씨는 불평가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싫어한다”고 힐난(詰難)했다.

북촌의 한옥마을은 정통 조선시대양식에선 조금 벗어났지만 1920~30년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옥들은 일제강점기에 상당수 훼손됐고 한국전쟁에 많은 가옥들이 파괴됐으며 1970년대 이후 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수가 자취를 감췄다.

십수년전만 해도 북촌엔 2500채의 한옥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800채만 남았고 한 블록만 제대로 보존이 됐을 뿐이다. 보존주의자들은 “남아있는 한옥들이 고래와 판다곰처럼 멸종의 위기에 처했다”며 “서울시가 쇠톱으로 마지막 남은 삼림을 베어버리려 한다”고 믿고 있다.

킬번 씨는 2006년 한옥을 철거하는 장면을 사진찍다가 이를 저지하는 사람에게 가슴을 맞고 쓰러져 머리를 다친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병원에 한달이나 입원했지만 상대가 폭행당했다며 고소를 하기도 했다

타임스는 “이웃간의 불협화음이 서울이나 파리나 뉴욕이나 비슷하지만 북촌의 적대감은 특별하다”며 “한국인들이 새로운 것에 빠져 고유의 건축유산을 무시하고 있다. 전통가옥들을 마구 파괴하는 북경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싸잡아 비꼬았다.

한옥전문가이기도 한 건축가 황두진 씨는 “사람들은 더 높이 짓고 공간을 넓히기 위해 집을 부수고 있다”며 “현대화를 앞세우고 멋진 빌딩에 탐닉해 수천 채의 한옥들이 파괴됐다. 그것은 역사를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촌의 갈등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전 북촌의 한옥들이 재개발된 것이 시공무원과 개발업자, 돈많은 이들이 결탁한 음모 때문이라는 킬번 씨의 주장은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킬번 씨는 한때 양반계급과 왕족일가가 살았던 북촌의 4분의 3이 변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곳은 900스퀘어피트의 작은 면적이 200만 달러 이상 홋가한다.

타임스는 한옥은 보통 L자와 U자형이 있는데 외관벽이 높고 안쪽에 뜰이 있고 집안에는 소나무 대들보가 있고 온돌방에 한지로 벽과 문을 바른다고 소개했다. 오래된 고옥은 못과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장부이음’이라는 전통 건축기법으로 만들어지며 숙련된 목수 등 장인들의 손길이 가해진다고 덧붙였다.

김홍남 씨는 자신의 한옥을 전통기법으로 절반을 복원했고 나머지는 매끈한 싱크대를 갖춘 부엌과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카드보드 안락의자로 밀라노와 뉴욕 풍을 연출하고 있다.

북촌마을의 리노베이션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김 씨는 “나는 한국 고유의 것에 무한한 사랑과 경외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현대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스님이거나 18세기 조선시대 여성이 되기 싫다. 이 집은 멋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내 생활의 집합체다. 우리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킬번 씨에게 ‘현대’라는 요소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지하실을 추가하고 2층을 만드는 것은 건축에 대한 모독이며 한옥의 순수성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언론인인 킬번 씨는 어떠한 파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한옥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해도 한옥을 훼손하는 것은 이해와 관용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www.ko.wikipedia.org

<꼬리뉴스>

“한옥마을 리노베이션은 전통과 현대의 부조화”

킬번 씨는 한옥마을 앞에 즐비한 커피숍과 피자가게, 트렌디한 보석상, 예술품가게 등을 예로 들며 전통과 현대의 부조화를 지적하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이웃집의 주차장도 경멸(輕蔑)의 대상이다. 한옥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차고를 나무문으로 디자인했는데 그곳엔 세계최고의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가 모셔져 있다.

킬번 씨는 웹사이트 가회동닷컴(kahoidong.com)을 운영하며 보존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우리는 북촌의 건축학적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 한옥을 훼손해도 벌금은 300달러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얼마든지 고치고 벌금을 낸다. 그것이 비극이다”라고 한탄했다.

서울시는 35년전까지 북촌보존법을 통해 한옥을 변형할 수 없도록 강제했다. 이 때문에 지붕이 새도 고치지 못하고 혹독한 추위의 겨울에도 연탄난로를 사용해야 했다. 북촌은 낡은 동네가 됐고 배달원들조차 꼬불꼬불하고 좁은 골목길에 오는 것을 기피할 정도였다.

서울시의 과도한 보존주의는 결국 노인과 노동자들이 많은 이곳 주민들의 시위를 야기시켰다. 결국 서울시는 95년 기존의 제한법을 철폐했고 수백채의 한옥이 파괴되고 현대식 아파트빌딩과 주택들로 대체됐다

6년후 서울시는 보존법을 다시 회복시켰지만 돌이킬 수 없이 훼손(毁損)된 뒤였다. 김 씨는 “절반 이상의 한옥들이 그때 사라졌다. 6년이란 세월은 파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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