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3년 일본에서 DJ 납치(拉致)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유영복 전 중앙정보부 직원이 이 사건 지시자인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조카사위라는 사실이 29일 미국무부 비밀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주일미국대사관은 지난 1973년 9월 10일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에서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 한국외교관들이 일본을 떠났다는 일본 언론 보도 내용을 전하면서 요코하마 총영사관 부총영사 유영복의 처가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질녀(姪女)라고 명시했다.
1973년 8월 8일 일본에서 DJ를 납치할 당시 이후락의 조카사위가 그 작전에 깊숙이 가담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문은 “주일한국대사관 1등서기관 홍성채, 2등서기관 유충국, 요코하마총영사관 부총영사 유영복 등 3명이 김동운 1등서기관이 김대중납치사건에 연관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지난주초(9월10일 기준)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전문은 또 홍성채, 유충국이 중앙정보부 요원이라는 사실은 재일동포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이며 유영복의 처는 이후락 부장의 질녀, 즉 유영복은 이후락의 조카사위라고 전했다.
또 “오사카총영사관에 근무하던 조동기와 안용덕도 지난주 금요일(9월10일 기준) 한국으로 떠났다”고 명시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이후락은 자신이 중앙정보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친사위를 국장으로 기용한 것은 물론, 친인척들과 고향인 울산 웅촌출신의 동향사람들을 많이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안치용블로거 cyahn@newsroh.com
<꼬리뉴스>
유영복, DJ 납치후 차량 직접 운전
과연 유영복 요코하마총영사관 부총영사는 어떤 역할을 수행했을까.
동아일보가 1998년 2월 특종보도한 ‘KT공작요원 실태조사보고’라는 문서에 의하면 유영복은 윤진원, 한춘, 김병찬, 홍성채, 유춘국과 함께 동경 그랜드팔래스 호텔에서 DJ를 직접 납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유영복은 납치한 DJ를 차에 태우고 오사카로 향하던 차를 운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복은 DJ 납치이전에도 다른 요원들과 함께 DJ를 미행-감시하며 DJ의 일정과 움직임등을 파악하는등 DJ 납치의 준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 납치 단계별 가담자 현황
국정원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펴낸 과거와의 대화 제2권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규명(眞相糾明)편에서도 유영복의 가담사실이 드러난다.
2007년 펴낸 이 보고서 458페이지 사건가담 중정요원 신원 및 임무확인에 따르면 유00으로 표기된 사람이 유영복이며 요코하마 파견관으로 납치현장 행동대원이라고 기록돼 있다.
유영복은 국정원 진상조사당시 75세이며 전화면담을 통해 진상 조사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고 진상조사결과 DJ 납치에 사용된 차량도 유영복의 자가용이며 직접 납치에 가담하고 운전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DJ 납치에 이후락의 조카사위가 가담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능성과 더불어 최소한 묵시적(黙示的) 승인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 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 사건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미국무부 전문을 분석한 후속 취재에서 미국은 DJ 납치사건을 지시한 사람이 과연 박대통령이라고 생각했는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