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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못차린 일본..노동력부족에도 외국노동자 찬밥

글쓴이 : 장의수 날짜 : 2011-01-05 (수) 02:09:24

20년 불황(不況)의 깊은 골에 허덕이는 시각한 노동력의 부족속에서도 숙련된 외국 노동자들을 돌려보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일 노동력 부족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일본의 문제를 상세하게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타임스는 일본 가시와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인도네시아 간호사의 사연을 통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배타적인 일본사회의 분위기와 이같은 문제가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간호사 마리아 프랜시스카(26)는 자신의 일을 아주 성실하게 하는 여성이다. 노령사회인 일본의 노동력을 보충할 이민노동자로 온 그녀는 지금 일본체류를 연장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시와에 있는 병원 간호사로 3년 체류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선 일본어 간호사표준시험을 합격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시험은 지난 3년간 도전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출신 간호사 600 명중 단 3명이 통과했을만큼 어렵다.


그녀는 매일 8시간 일본어 공부를 한다. 일본어 사전을 얼마나 많이 들여다봤는지 책 모서리가 다 접히고 닳았을 정도다. 그녀가 받는 월급 2400 달러는 인도네시아 수준의 10배이다. 뇌졸중 환자 헤이치 마쓰무라 씨(80)에게 미음을 떠먹이면서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오래 있고 싶은데 힘들거 같아요”하고 힘없이 말했다.

심각한 노동력의 부족을 겪고 있음에도 일본은 좀처럼 노동문호를 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귀국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일본내 직능단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본간호사협회는 외국 간호사들의 유입(流入)이 임금을 내려가게 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2009년 등록 외국인의 숫자는 일본정부가 50년전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2008년 일본인구 1억2750만명 중 1.71%(219만명)를 차지한 비율이 1.4%로 내려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민노동자의 유입이 일본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에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사회안전시스템을 충당(充當)할 예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의료회사인 아오카이 그룹의 신타니 유키요시 회장은 “지금 일본 의료계가 살기 위해선 해외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회분위기는 이것에 저항한다”고 지적했다. 프란시스카를 비롯 4명의 외국 간호사를 이 병원에 공급한 회사의 대표인 그는 “간호사표준시험은 외국인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전문직 노둥자 탄순컹 씨의 사례도 있다. 영어와 일본어, 만다린어와 광동어, 중국 남부방언인 호키엔어 등 5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엔지니어링 학위를 받고 3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할 일본 회사들에게 필요한 인재이지만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올 봄 도쿄 외곽의 한 대학에서 2년짜리 기술프로그램을 마칠 예정이지만 앞날이 불투명하다. 많은 일본 회사들이 연령상한제를 두고 있는게 첫 걸림돌이다. 26세인 그는 이들 회사에 원서를 내기엔 나이가 많다. 다른 회사들은 아예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다.

리쿠르팅회사인 마이니치 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2008년 13만명의 외국유학생 중 1만1천명만이 직업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외국 직원들을 뽑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외국학생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탄 씨는 “말레이시아에 돌아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도요타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산업전반에 걸쳐 숙련(熟練)된 인력을 잃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령 투자은행에서 일할 수 있는 많은 외국인재들이 외국인 친화적인 분위기와 세제 정책, 낮은 생활가격, 영어 소통의 강점을 갖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에 체류자격을 신청하는 전문직 외국인의 비율은 2008년 8905명에서 1년만에 49%나 추락했다. 이민법의 각종 규제로 인해 농장이나 작업장이 차단되고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 수박겉핥기가 되거나 불법이민자들을 고용(雇用)하는 사례도 부추긴다.

엄격한 자격조건은 숙련된 외국전문직 종사자들조차 높은 문이 되고 있으며 복잡한 규칙과 절차들이 외국 기업들의 일본 진출을 막고 있다. 불투명한 고용전망으로 일본에 유학하는 외국 학생들의 숫자도 줄고 있다.

도쿄=장의수특파원 eschang@newsroh.com

 

<꼬리뉴스>

일본 인구 50년내 3천만명이상 줄어들어

일본 인구는 향후 50년내에 지금보다 3천만명 이상 줄어든 9천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55년이면 3명중 1명 이상이 65세가 된다. 노동계층은 5200만명으로 3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다.

자민당은 2008년 100만명의 이민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싸늘하다. 지난해초 아사히신문이 2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이민문호 개방정책을 반대했다.

사카나카 히데노리 일본이민정책연구소장은 “인구감소가 가장 큰 문제다. 일본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 미국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활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반대로 문호(門戶)를 걸어 잠그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잘못된 이민정책과 신규이민자의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이미 정착한 소수의 고급 이민자들까지 떠나는 사태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20년전 상파울루에서 일본에 와 도요타시티에 정착한 일본계 브라질인 사이토 아키라 씨(37)도 곧 이곳을 떠날 생각이다. 그가 지난해 문을 연 소규모 자동차 관리회사는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브라질 아내가 운영하는 옷가게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그들의 어린 세 자녀는 학생 숫자가 크게 줄어든 브라질계 학교를 다니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은 사이토 씨의 많은 동료들은 거의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고 일부는 실직 이주노동자들의 귀국을 장려하기 위해 제공되는 정부 프로그램에서 돈을 얻었을 뿐이다.

사이토 씨는 “나는 기회를 찾기 위해 일본에 왔지만 요즘엔 고향에 가는 것이 더 기회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은 2차대전 이후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압력이 들어온 80년대의 ‘거품경제’ 시기부터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造成)됐다. 90년대부터는 일본의 혈통을 가진 외국시민들에게도 체류비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세기동안 기회를 찾기 위해 일본에 온 브라질 이민자의 후손들도 외국인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외국계 자녀들은 언어습득을 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일본 학교의 의무교육에 해당되지 않았다. 많은 이민 자녀들은 낙오됐고 도요타 시티의 외국 노동자들은 브라질로 되돌아갔다.

도요타시티에서 이민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는 노모토 히로유키 씨는 “일본은 이민자와 일본인들 사이의 강한 연대(連帶)를 구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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